[K-Pop 숨은 명곡 100선 II(117)] 향수, 전람회 : 1집 - 1994

[K-Pop 숨은 명곡 100선 II(117)] 향수, 전람회 : 1집 - 1994

곡소개 : 숨은 K-Pop 명곡 전체 듣기 : 오늘은 어렵지만 지극히 개인적인 무거운 이야기들을 잠시 풀어놓고자 합니다 혹시, 친구를 하늘나라로 떠나보낸 적이 있나요? 혹시 아무렇지 않게 어그로성으로 쏟아낸 질문같이 보일까 봐 너무나도 조심스럽기만 하지만, 이젠 혹독한 세상의 풍파를 온몸으로 견디다 못해 하나둘 여기저기 고장 나기 시작하는 중년의 나이가 되어가면서 급작스러운 친구의 죽음을 맞이하는 안타까운 일들이 나뿐만 아니라 주변의 지인들에게도 하나둘씩 일어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저의 경우는 예전에 올린 '배신의 추억' 브런치 매거진 내 이야기 '삼류 드라마 같은 첫사랑(2)'에서와 같이 초등학교 때부터 삼총사라고 불렸던 친구를 스무 살 대학교 시절에 하늘나라로 떠나보내게 되었던 것이 아마 처음이지 않을까 싶은데요 어쩌면 제 또래의 사람들 중 아직 단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사람이 있을 정도로 아직은 흔하지 않은 이 끔찍한 일들은 제게 몇 번 더 일어났는데, 함께 음악을 했던 대학 학과 동아리 친구, 사회에서 만나 사업 파트너로 오랫동안 함께 했던 친구도 무심히 하늘로 떠나갔습니다 '믿기지 않는 현실, 후회 그리고 치유' 그 시점이 어디든, 제 인생과의 가장 밀접한 다양한 추억을 공유하고 있는 친구의 비극적 소식은 처음엔 믿기지 않는 현실에 아무런 생각이 나지 않는 '공황'의 상태에 있다가 친구와의 작은 말다툼까지 생생하게 기억나 숨고 또 피해도 제 가슴에 다가와 숨을 쉬지 못하도록 찌르고 또 찌르는 '후회'가 무한히 반복되게 됩니다 그리고 사람마다 그 기간이 모두 다르겠지만, 우린 모두는 자기만의 방식으로 점차 상처받은 나 자신을 조금씩 '치유'하며 보편적이고 안정적인 일상으로 다시 돌아오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얼마 전 뉴스로부터 또 다른 친구의 안타까운 죽음을 접하게 됩니다 '한없이 착하고 배려심 많았던 친구' 동욱이와의 처음 만남이 언제였는지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기억의 조각을 하나둘씩 이리저리 맞대어 보니 아마 고등학교 2학년 즈음으로 좁혀집니다 같은 동네에 오랫동안 살았었지만 초-중-고 모두 다른 학교를 나왔기 때문에 그와 직접적인 학연은 없네요 제겐 고등학교 때 음악을 함께 꿈꿨던 정말 멋진 친구가 있었는데, 동욱이는 그 친구와 뗄레야 뗄 수 없었던 절친 중에 절친이었고 자연스럽게 동욱이와의 만남은 그렇게 이루어졌습니다 동욱이의 첫인상은 그랬습니다 '한없이 착하고 배려심 많았던 친구' 세상 그 누구보다 다정다감하게 이야기하지만 얼굴엔 늘 장난기 그득한 해맑은 미소를 지었던 그의 모습을 저는 잊을 수 없습니다 우리는 가끔 만나 음악이야기 등을 진솔하게 나누기도 했는데 저와 친구가 만든 노래를 들려주기도 하고 동욱이의 꾸밈없는 의견을 듣기도 했었습니다 제 기억으로는 자작곡 '기차여행'이라는 보사노바 풍의 노래를 어느 연습실 한구석에서 그에게 들려줬고 그의 진심이 느껴지는 훌륭한 조언들을 듣기도 했습니다 '대학가요제 대상!!!' 개인적으로 1993년은 내게 거칠고 힘든 질풍노도의 시기였습니다 음악을 하겠다고 선언했지만 부딪힐 수밖에 없었던 아버지와의 마찰 때문에 그냥 거의 무조건 합격이 가능했던 대학과 학과에 점수를 낮추고 낮춰 입학했고 그 안에서 저는 공부에 적응하지 못했습니다 대학보다는 고등학교 때부터 같이 음악을 하던 친구와 함께 음악을 만들며 지냈고 나름 그럴듯한 노래들도 만들었는데요 그 시대 누구나 그렇듯 숨 막히던 고등학교의 굴레를 벗어나 마음껏 술과 담배를 즐기며 다소 방탕한 자유의 생활들을 계속해 나갔습니다 몇달을 넘게 학과에 대한 제 의구심은 계속되었고 미래에 대한 고민을 진득하게 할 여유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그러한 조급한 마음 때문이었는지 여름방학이 끝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바로 입영 신청서를 냈고 이듬해인 1994년 초 입대날짜가 확정되었습니다 동욱이가 참가한 대학가요제에서 대상을 받았다는 소식은 가요제가 끝난 한참 뒤, 아마 한 달 정도 후 그의 절친으로부터 듣게 되었는데, 그 해 겨울은 친구들 중에 처음으로 군대에 가는 저를 위로하기 위한 술자리들이 너무 많았기 때문에 매년 놓치지 않고 보았던 가요제를 까맣게 잊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지금에서 돌이켜 생각해 보면, 전 그때 알 수 없는 질투와 절망감 같은 것을 느꼈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반대로 음악에 대한 열정을 더 불태우는 계기가 된 듯도 하네요 '군대에서 다시 만나다' 조금 오래 지난 포스팅에서 언급했던 바와 같이 저는 방위 군대 생활 중 잠시 자대를 떠나 사단 문선대에 뽑혀 위문 공연을 준비했던 적이 있었는데, 전람회 팬이라면 모두 알겠지만 김동률, 서동욱 두 명은 함께 같은 사단 군악대 입대하였고, 당연히 문선대를 이끌던 장교는 위문 공연에 전람회를 출연시키고자 했었습니다 긴장해서 어깨에 힘이 무척이나 들어간 신병 동욱이를 다시 만나게 된 건 바로 그때였고 '나와 함께 음악 하는 친구야~'라며 동갑내기 동률이도 함께 내게 소개해 주기도 했습니다 저는 당시 문선대에서 베이스기타를 치고 있었는데, 동욱이는 제 베이스로 '기억의 습작'을 연주하게 되었고 이 베이스는 무슨 운명과도 같이 제대 후 학교 동아리 친구가 빌려가게 되었는데 그 친구는 이 베이스를 들고 뮤지션의 길을 걷고자 미국 유학을 거쳐 국내 Top Jazz Bassist가 되기도 합니다 군대에서의 만남을 이후로 한두 번 더 동욱이를 만났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우리를 이어주던 친구와의 관계가 소원해지면서 아마 동욱이와의 만남과 인연도 서서히 희미해졌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수십 년이 지난 며칠 전, 언론을 통해 접한 갑작스러운 부고에 한없이 다정하고 배려심 많았던 그의 목소리가 어느새 다가와 귓가에서 떠나지 않게 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 그의 오랜 친구이자 팬으로 그가 발표한 여러 노래 중에서도 그만의 매력적인 목소리와 음색이 가장 멋지게 어우러진 곡이라고 생각하는 노래를 오늘의 숨은 명곡으로 소개하고자 합니다 '가장 우리 세대 다운 음악, 전람회' 전람회는 김동률, 서동욱으로 구성된 듀오로 1993년 제17회 대학가요제에 참가하여 '꿈속에서'라는 재즈풍의 노래로 대상을 받고 K-Pop에 화려하게 데뷔하게 됩니다 그 이후 그들은 1990년대에 학창 시절을 보낸 우리 세대의 이야기들을 아름다운 멜로디와 서정적인 가사들로 꼭꼭 채워 3개의 앨범을 대중에게 선물했는데, 이 앨범들은 K-Pop 역사에 남을 명반으로 아직까지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그들이 많은 사람들이 아쉬워 한 그룹의 해체를 발표했을 때 주관적인 생각에 불과하지만 전 어느 정도 동욱이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을 것만 같았습니다 물론 항간에 사람들이 떠드는 서동욱의 존재감에 대해서 100% 부정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만큼 김동률이라는 '큰 사람'의 무게감에 대해서 그는 내색하지 않았지만 모를 리 없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베이스'라는 악기도 동욱이가 오래전부터 함께 한 악기라고 하기보다는, '꿈속에서'라는 노래의 연주를 위해 본격적으로 연습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가 세상을 뒤흔들 빼어난 실력을 갖춘 베이시스트라고 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전람회의 많은 노래와 가사들은 김동률이라는 사람 하나로 채워지지 못하는 동욱이의 수많은 아이디어가 함께 한 것으로 그의 열정과 음악성에 대한 폄하에 대해선 분명 재조명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고등학교 때만 하더라도 동욱이가 전람회 앨범에 녹음된 그의 보컬실력보다 수천 배 잘 불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는 전람회에 그의 모든 것을 온전히 다 바쳤고, 그렇기에 미련 없이 새로운 삶을 택했을 겁니다 오늘 소개할 백열일곱번째 숨은 명곡은 1994년 전람회 1집에 수록된 곡으로 서동욱 작사, 김동률 작곡, 김형석/전람회 편곡의 '향수'라는 노래입니다 요즘 곡엔 흔하지 않은 서동욱의 내레이션으로 시작되는 노래는 지금은 알아볼 수 없이 빼곡한 높은 빌딩들로 변해버린 옛 동네의 기억들을 머릿속에 떠오르게 하는데, 그와 같은 동네에 살았던 나로서는 그가 동네 어느 곳을 그리워하고 있는지 알기에 그의 목소리와 함께 서서히 들려오는 웅장한 일렉스트로닉 스트링과 퍼커션에 더욱더 마음이 뭉클해집니다 잠시 위에서도 언급한 바 있지만, 그가 가진 재능에 비해 전람회 혹은 참여한 대부분 앨범에서 녹음된 그의 목소리는 '일부러 그러는 거 아냐?'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너무나 안타깝기만 한데, 이곡 '향수'에서의 노래는 100%라고 할 순 없지만 개인적으로 그의 역량이 가장 잘 반영된 곡이 아닐까 싶습니다 '문득 돌아본 나의 모습은 어느새 아이가 아닌 또 한 사람의 어른' 이 노래를 듣다 보면 향후 전람회의 다른 앨범이나 김동률의 곡에서 자주 등장하게 되는 클래식 현악기의 연주가 아름다운 멜로디와 웅장한 오케스트라를 활용한 편곡들이 연이어 머릿속을 스쳐가는데, 김동률을 대표하는 음악적 색깔의 첫 작품이 아마 이 노래가 아닐까 싶기도 하네요 노래에서 들려오는 동욱이의 목소리들을 듣고 있자니, 해맑고 배려심 많았던 고등학생의 그가 우리 곁에서 흐뭇하게 웃고 있는 것만 같습니다 '이 노래가 있어서 다행이야, 동욱아! 항상 행복하렴!' 2024년 12월 18일 하늘나라로 떠난 옛 친구 서동욱을 추모하며 향수 전람회, 1집 - 1994 작사 : 서동욱 작곡 : 김동률 편곡 : 김형석, 전람회 노래 : 전람회 내가 살아온 작은 세상은 어릴 적 꿈이 가득한 나즈막한 동산이었지 아주 조용한 가끔 들리는 아이들 소리에 고무공 하나 들고 별이 뜨는지도 모르던 곳에 지난날의 꿈이 문득 돌아본 나의 모습은 어느새 아이가 아닌 또 한 사람의 어른이 되가네 다른 세상으로 난 생각 없이 왔네 처음 보는 곳에 다들 알고 있어 모두 변해버린 작은 세상 속에 있네 이제 돌아갈 수 없는 그때 나즈막한 동산으로 #숨은명곡 #서동욱 #전람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