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재해 기획2] "아파도 참고 일해야".. 갈길 먼 산재보상 제도 -R (210909목/뉴스데스크)

산업재해 기획2] "아파도 참고 일해야".. 갈길 먼 산재보상 제도 -R (210909목/뉴스데스크)

◀ A N C ▶ 어제(8) 사업주들이 '서류상 쪼개기' 등의 편법으로 법망을 피하고 있고, 사업장 규모가 영세해질수록 산업재해가 증가하고 있다는 보도, 전해드렸습니다 노동현장의 또 다른 고질적인 문제는, 사고 이후 조치가 제대로 마련되어 있지 않다는 것입니다 특히, 산재 트라우마를 겪는 동료 노동자들은 홀로 감내해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조희원 기자입니다 ◀VCR▶ 여수시 환경미화원으로 일하고 있는 김승남 씨는 매년 1월이 되면 간헐적인 흉통에 시달립니다 지난 2013년 2월 7일, 함께 일하던 동료 A 씨가 압착기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난 이후부터 시작된 증상입니다 ◀INT▶ 김승남 "1월 말이 되잖아요 가슴이 조여오고 아파요 2월이 되면 막 답답해서 숨쉬기가 힘들 정도로 그래요 (그러면) 아, 왔구나 돌아가신 그날이 왔구나 기일이 왔구나 " 청소차 내부를 정리하는 마무리 작업을 하던 도중 일어난 끔찍한 사고였습니다 벌써 8년이나 지났지만 영안실에 누워 있던 A 씨의 모습은 잊을 수가 없습니다 ◀INT▶ 김승남 "눈을 감지 않고 있어서 눈을 감기려고 하는데 안 감기더라고요 결국 의사 선생님께서 오셔서 눈을 마사지해서 감겨주시는데 그 장면이 아직까지도 생생해요 " 전형적인 PTSD,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증상이지만, 회사에 치료비를 청구할 생각조차 하지 못했습니다 산재 인정을 받는 과정이 험난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C G ) 지난해 근로복지공단에 접수된 전국 산재 신청 건수는 모두 12만 4천여 건으로, 이 중 11만 3천여 건이 산재 인정을 받아 90% 이상의 승인율을 보였습니다 ] 하지만 유형별로는 크게 달랐습니다 업무상 사고인 경우에는 승인율이 높았지만, 질병의 경우 인정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C G ) 뇌, 심혈관 질환의 경우 37%밖에 승인을 받지 못했고, 암이나 근골격계 질환은 60%대, 정신 질환의 경우에도 70%대에 머물렀습니다 ] ◀INT▶ 전경진 "(사고는) 거의 대부분 승인이 된다고 보시면 될 것 같은데요, 업무상 질병 같은 경우에는 업무와 해당 상병 간의 인과관계를 의학적, 과학적인 판단에 의해서 승인여부를 결정하기 때문에 승인율이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납니다 )" 특히 업무상 질병 유형 중에서도 PTSD로 산재 신청을 해 인정을 받은 경우는, 전체 산재 승인 건수의 0 03% 정도에 그치고 있습니다 이처럼 신청을 해도 인정을 받지 못하니, 공상처리를 하자는 회사의 제안을 받아들이는 게 차라리 현실적이라는 인식이 높습니다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현장에서는 무용지물이 된 겁니다 ◀INT▶ "책임을 부담하는 것에 대해서 (사업주는) 부담을 굉장히 크게 갖기 때문에 웬만한 경우에는 '치료비 얼마 줄게 이걸로 마무리하자'라고 공상제안을 많이 해요 (그러면) 많은 사람들이 그냥 그 정도 수준으로 받고 포기하자 " 열심히 일했을 뿐인데 산업재해에 내몰린 노동자들 법의 보호막이 너무 얕은 탓에 트라우마와 함께 살아가는 길로 내몰리고 있습니다 MBC NEWS 조희원입니다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