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독테라피 지하로부터의 수기
나는 병든 인간이다…… 나는 악한 인간이다 나는 호감을 주지 못하는 사람이다 생각건대, 간에 이상이 있는 것 같다 그런데, 나는 내 병에 대해서 아무 생각이 없었으며 사실 어디가 아픈지조차도 잘 모른다 의학과 의사들을 존경하기는 하지만 나는 치료를 받고 있지 않으며 치료를 받은 적도 결코 없다 게다가 나는 극도로 미신적인 사람이다 의학을 존경하는 만큼 미신을 믿는다 아니다 내가 치료받기를 원치 않는 것은 증오심 때문이다 아마 당신은 이것을 결코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이해할 수 있다 나는 물론, 지금 이런 나의 증오심으로 누구에게 불쾌감을 주는지 당신에게 설명할 수 없다 내가 의사들에게 치료를 받지 않는다는 사실로 인해 의사들에게 결코 해를 입힐 수 없다는 것을 나도 잘 알고 있다 나는 이 모든 일로 인해, 다른 누구가 아니라 단지 나 자신만을 해롭게 한다는 것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치료를 받지 않는다면 그것은 증오심 때문이다 간장이 아프다, 그러나, 역시 더 심하게 아프도록 내버려두련다! 첫 문장이 인상적이다 이 긴장감이 계속 더해진다 잔잔하게 심리를 묘사하는 스토리 천천히 빠져들게 한다 덤덤하게 말하는 지하에 대하여 써 내려가는 도스토예프스키 읽을 때보다 낭독할 때 더 깊이 와닿는다 내가 그가 되어 입술을 통해 뱉어본다 내 경험으로는 고통의 기억은 오래가지 않는다 고통에서 벗어나고 싶기 때문에 나중에 얘기할 때는 미화시키게 된다 더 극적인 묘사가 아니라 사실 그대로의 심중을 얘기하는 것은 완성된 언어가 아니라 생각을 완성해나가면서의 언어를 써내려간다 가장 무서운 것은 적응하는 것이다 차라리 반항하는 것이 극복하고 이겨내는 자세이다 절망에서도 쾌락이 있단 말인가? 죄란 무엇인가? 영리함이 죄가 되는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것의 처지는? 자연의 법칙이 지옥적인 것은 무엇인가? 복수, 할 수 없었을 것 무엇이든 해야 하는 걸 결심할 수 없는 상태 결심해도 무엇도 할 수 없는 지경은? 의문이 더해질수록 미궁에 빠져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