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법이 난무하는 주남저수지! 수질평가 최악까지? 꼭 그랬어야 했냐🔥🔥🔥
[앵커] 유수지, '물을 머금는 땅'이라는 뜻입니다. 국제적인 철새도래지로 주목받고 있는 주남저수지 전체 20%도 유수지입니다. 국유지, 나라 땅으로 지정돼 있는데요. 어떻게 관리되고 있을까요. 주남저수지 유수지에서 벌어지고 있는 각종 불법 행위를 현장K에서 고발합니다. [이형관 기자 리포트] 주남저수지의 한 기슭. '전원주택'같은 조립식 임시 건물이 들어섰습니다. 입구는 마치 정원처럼 잔디와 조경수로 꾸며져 있고, "아, 여기 이제 머무시면서…." 건물 안은 취사도구는 물론, TV와 침대, 화장실까지 갖춰져 있습니다. 유수지 임대 계약서를 확인해봤습니다. 한 외지인이 영농을 목적으로 2천3백 제곱미터 규모를 농어촌공사로부터 빌렸습니다. 3년 치 임대료는 모두 85만 원! [인터뷰] 임차인 관계자(음성변조) "주변 다른 곳보다는 여기가 최고 잘 꾸며져 있죠. (그러네요, 별장인데요? 별장?) 아, 그래요, 여기 와서 힐링 되는 거죠." 농사를 짓겠다며 헐값에 나라 땅을 빌려 놓고 사실상, 별장으로 쓰고 있는 겁니다. 또 다른 유수지도 사정은 마찬가지. 애초 계약대로라면 논농사만 이뤄져야 하지만, 허가받지 않은 각종 창고와 임시 건물이 줄지어 세워졌습니다. 곳곳에 공사 폐기물과 자재들이 수북이 쌓여있고, 주변을 불법매립한 흔적도 있습니다. [인터뷰] 마을 주민(음성변조) "농사만 지어서는 돈이 안 되니까. 공사장에서 (자재가) 남으면 가져오는 거지." 애초 임대 목적과는 달리 야적장으로 쓰고 있는 겁니다. 주남저수지에서 이렇게 영농이 아닌, 다른 용도로 쓰이고 있는 유수지는 취재진이 확인한 곳만 열 곳이 넘습니다. [인터뷰] 한국농어촌공사 창원지사 관계자(음성변조) "일단은 현장을 봐야 알겠지만, 말씀을 들어보면 무조건 계약 해지 사항이 되는 거고요. 일단은 저희가 현장 조사를 다시 해보겠습니다." 앞서 보신 것처럼 계약과 다르게, 나라 땅을 자기 땅처럼 제멋대로 쓰는 것은 명백한 불법입니다. 그런데 주남저수지 유수지에서 자행되는 불법행위는 이뿐만이 아닌데요. [윤경재 기자 리포트] 심지어 관리 주체인 농어촌공사와 임대 계약도 맺지 않고 무단으로 땅을 차지해 개인이 쓰고 있는 사례도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입구부터 철문으로 막혀있는 한 농장. 안으로 들어서자 악취가 진동합니다. 검은 천막으로 둘러싸인 비닐하우스에는 농작물 대신 염소떼가, 바로 옆 녹슨 닭장에는 수십 마리의 닭이 거닐고 있습니다. 좁은 철창에 갇힌 덩치 큰 개는 시끄럽게 짖습니다. [인터뷰] 유수지 불법 점용인 A씨(음성변조) "내가 몸이 아프고 그러니까, 가축이나 조금 키워보려고…. (불법이라는 것을) 모르고 했어요." 먹이와 분뇨, 오·폐수가 뒤섞인 가축 사육장. 농어촌공사 확인 결과, 임대조차 하지 않은 곳이었습니다. 허가 없이 유수지를 무단점용한 것도 모자라, 불법 축사까지 지은 겁니다. [인터뷰] 한국농어촌공사 창원지사 관계자(음성변조) "제가 알기로는 지금 거기는 (계약자가) 없는 거로…. 여기 누군가 무단점용을 했다면, 하여튼 저희가 조사를 다시 나가보겠습니다." 황당한 현장은 또 있습니다. 밭농사를 짓겠다며 천 제곱미터 규모의 유수지를 빌린 임차인 A 씨. 염소 축사를 만들고, 바로 옆 유수지에는 철제 다리까지 가져다 놓았습니다. 다리 너머는 임대하지 않은 국유지! 개인이 쓸 수 없는 땅인데, 수십 마리의 염소를 풀어 농장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천 제곱미터의 땅을 빌린 돈은 3년에 24만여 원, 빌린 땅의 몇 배가 넘는 땅까지 무단으로 차지하고 있는 겁니다. [인터뷰] 유수지 불법 점용인 B씨(음성변조) "내가 임대한 곳은 아닌데, 염소들이 오가며 풀 뜯어 먹으라고 만들어놓았어요. (철제 다리도) 내가 만들었어요. 아, 죄송합니다." 주남저수지의 유수지 임대사업이 시작된 건 지난 1976년. 50년 가까운 세월이 흐르면서, 임차인들이 유수지 주변을 불법으로 메우고, 비닐하우스나 임시 건물 같은 무허가 시설물까지 곳곳에 들어서면서 주남저수지의 지형 자체가 아예 바뀌어버리고 있습니다. [이형관 기자 리포트] 주남저수지가 내려다보이는 커피숍. 야외 정원과 건너편, 아스팔트가 깔린 주차장, 모두 카페 손님만 쓸 수 있습니다. "카페 고객을 위한 주차장입니다." 지적도를 확인했습니다. 주차장과 정원 일부가, 모두 유수지 위에 있습니다. 나라 땅을 개인 영업장 용도로 쓰는 겁니다. [인터뷰] 카페 주인(음성변조) "사실은 이게 제가 (카페) 인수를 했지만, 저도 직장인이었거든요. (카페 앞 유수지) 계약을 같이 하는 게 주변에서 좋다고…. 계약이 빠져있다고 하니까…." 카페 주인 A씨는 유수지 1,240여㎡를 빌리면서 1년에 380만원을 내고 있습니다. 1㎡당 사용료는 3,000원, 이 땅의 공시지가는 6만 여원입니다. 공시지가의 5%에 불과한 돈을 주고 빌리고 있는 겁니다. 유수지에 정원이나 조경시설, 주차장을 만든 것은 형질을 훼손한 불법 행위입니다. [인터뷰] 한국농어촌공사 본사 관계자(음성변조) "주차장이나 연못, 조경시설 등이 (유수지에) 지장을 주는 거잖아요. 이런 시설들이 들어와있으면, 그렇기 때문에 저희가 안 된다라고 말씀드리는 거에요." 또 다른 음식점, 장사를 한지 20년이 됐습니다. "주차장을 몰라서요." "예, 거기에 대시면 되요. 거기가 주차장입니다. 하지만, 주차장과 야외 휴게공간은 나라 땅인 유수지입니다. [인터뷰] 음식점 주인(음성변조) "(꾸미는 데) 2~3억 더 들었죠. 저기 향나무도 2천 5백만원 주고 샀는데…. 불법이라면 불법인데, 조금 편리하게 이용하려다 보니까…." 저수지와 근접해 주차장을 만든 탓에 2018년에는 차량이 물에 빠지기도 했습니다. [인터뷰] 임희자/마창진환경운동연합 실장 "과거에는 이것보다 훨씬 더 낮은 지대로 유수지가 형성됐고요. 계속해서 필요에 따라서 외부에서 흙을 들여오거나, 지금 가로등까지 설치가 된 상황인데요…." 주남저수지 유수지를 카페나 음식점의 주차장이나 야외 영업장으로 쓰는 곳은 취재진이 확인한 곳만 3곳. 유수지를 불법적으로 이용하고 있지만 모두 수년 째 장사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임대 계약서를 살펴봤습니다. 유수지 임대는 목적에 따라 3년, 5년, 10년으로 계약할 수 있습니다. 10년 계약은 진·출입로나 수도관 등 장기간 사용이 필요한 경우로 한정됩니다. 하지만, 취재진이 확인한 카페들의 계약 기간은 모두 10년. 음식점의 경우, 재연장과 무단점용 등의 방법으로 20년 가까이 사용해 왔습니다. 원인은 임차인이 신청만 하면 관리기관인 농어촌공사가 세부적인 기준 없이 담당자 재량껏 장기 계약이나 임대 연장을 결정해왔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한국농어촌공사 창원지사 관계자(음성변조) "(유수지가) 공공의 목적으로 잘 이용되길 바라서 저희가 (승인을) 해줬지만, 그것을 역이용해서 그분들이 그런 식으로 사용하시다 보니, 악용 사례가 나왔는데…." 이에 대해 한국농어촌공사 창원지사는 유수지 악용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은 책임을 인정한다며 해당 영업장들에 대해 시정조치를 내리겠다고 밝혔습니다. [윤경재 기자 리포트] 주남저수지 유수지의 수질은 어떨까. 직접 유수지의 물을 떠서 낙동강유역환경청에 수질 검사를 의뢰했습니다. 검사 결과, 수질을 나타내는 대표적 수치인 화학적 산소요구량, COD는 리터당 35.2mg. 환경부가 수질을 나누는 7개 등급 가운데 가장 더러운 '매우 나쁨'으로, 물고기가 살기 어려울 정돕니다. 부유 물질량도 리터당 148mg으로 '매우 나쁨', 용존산소량 역시 리터당 4.6mg으로 7개 등급 가운데 6번째인 '나쁨' 수준으로, 정수 처리한 뒤에도 공업용수로만 쓸 수 있습니다. 유수지의 수질이 나쁜 이유는 뭘까. 불법으로 지어놓은 임시 건물, 싱크대와 화장실은 설치했지만 물을 걸러줄 정화조는 없습니다. 음식물과 분뇨 같은 오·폐수가 배관을 따라 그대로 저수지로 흘러갑니다. [인터뷰] 농민(음성변조) "가정집처럼 생활하다 보면 음식 찌꺼기도 나오고 모든 게 (나오잖아요.)" 오·폐수뿐만이 아닙니다. 유수지 물가, 잡초가 바짝 말라 죽어 있습니다. 길을 내려고 마구 뿌린 제초제가 유수지로 흘러들고 있기 때문입니다. 유수지를 임대한 농민들이 쓰는 질소비료와 곳곳에 버린 각종 폐기물로 주변 물은 사용할 수 없을 정도로 오염됐습니다. [인터뷰] 인근 주민(음성변조) "(주변에서) 농약을 많이 치고 이러니까 지금 여기 물을 끌어다 쓰는데 (물) 색깔이 벌겋게 되는 것 같아요. 그러니까 아예 쓸 수가 없더라고요." 유수지 매립도 문젭니다. 물과 땅의 경계가 불분명한 유수지 특성을 악용해, 임차인들이 하천과 물웅덩이 곳곳에 흙과 나무를 쌓아놓고 있습니다. 농지 면적 등을 늘리기 위해 이른바 '육상화'하는 겁니다. 불과 3년 전만 하더라도 물웅덩이가 있던 곳입니다. 나무와 흙으로 웅덩이를 메워 이젠 이렇게 사람이 걸을 수 있는 땅이 돼버렸습니다. 유수지는 저수지 본류와 물길로 이어져 서로 순환하는 구조! 하지만 매립과 성토로 인해 물길이 막혀 유수지 물이 고이다 보니 수질이 나빠질 수밖에 없습니다. [인터뷰] 홍석환/부산대학교 조경학과 교수 "경작지가 논 경작이 아니라 밭 경작과 시설 경작지로 바뀌고 있거든요. 성토도 함께 이뤄지고 있고…, 굉장히 많은, 다양한 비료라든가 농약들이 사용되고 있고 오염물질이 유수지로 바로 들어가게 돼 있죠." 물웅덩이가 줄어들다 보니 큰비를 받아들여 홍수를 막는 유수지의 기능도 작동한 지 오랩니다. [인터뷰] 홍석환/부산대학교 조경학과 교수 "유수지 기능을 점점 더 상실해 가고 있다. 이 부분은 정말로 우리나라에 낙동강 주변에 큰비가 왔을 때, 외부로 위험이 확산할 가능성을 높여주는 게 있고요." 국내 최대 철새도래지로 꼽히는 주남저수지. 불법 시설이 난립하면서 유수지 수질은 철새의 먹잇감인 물고기도 살 수 없을 정도로 탁하게 오염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