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령도 두무진

백령도 두무진

백령도 이연주 서해 바닷길 망망대해 쾌속선에 몸 실은 세속에 지친 여자 하나 기댈 곳 없는 공허 속 부표 찾아 헤매는 날갯짓이 슬프다 부둣가 등대 해넘이 꽃노을에 묻힐 즘 낯선 섬에 발 도장 찍은 여자 어스름과 친구 되어 상현달에 기대앉아 별을 안주 삼아 술을 마신다 섬은 슬그머니 여자의 심장에 박힌 뿔 하나를 뽑아다 낯선 섬 하나를 만들고 지우고 싶은 기억을 섬 허리에 묻는다 이 섬에 사는 여자들은 까나리를 남편처럼 볶다가 우럭처럼 가시를 세우기도 하다가 소라 속에 그리운 이들을 가두고 그리움을 삭히며 콩 돌이 되어 간다 이섬에는 사람만이 해병이 아니다 바위까지도 돌격 머리를 하고 뜬 눈으로 잔다 해안 난간에 줄지어 선 갈매기 떼 배설물을 뿌리며 텃새를 부리는데 해당화 아씨는 애써 피운 심장을 풍뎅이에게 내어 주고도 활짝 웃는다 파도가 고요 속에 잠이 들면 하얀 점박이 물범은 갯바위를 베고 46인의 넋을 가슴에 안고 서럽게 운다 섬의 풀 나무까지도 운다 두무진에는 장군들이 외로운 사람들을 지키며 산다 머언 옛날부터 그랬던 것처럼 부처는 바위 되어 오욕을 버리라 하고 온갖 동물은 바위 되어 해탈을 이야기한다 올 때는 마음대로 와도 나갈 때는 신이 허락해야 나간다 했던가 풀어헤친 해무, 발목을 잡는 시간 재갈매기 한 마리 날아 앉아 여자를 지킨다 따옥 따옥 울던 섬 해무를 밀어내고 고무락고무락 날갯짓을 한다 멀어져 가는 섬 먼발치 형제 바위가 서서 아픔 품은 사람은 여기에 오지 마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