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녹는점 Melting Point
모든 유기체는 태생적으로 자기 보존을 위한 충동 및 본능이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았을 때, 죽고자 하는 의도 없이 직접적이고 고의적으로 자신의 신체를 훼손하는 행동인 비자살적 자해는 인간이 나타내는 가장 역설적인 행동이다. 노지원은 심리적인 억압과 우울감을 느낄 때마다 자신의 신체에서 악취를 맡았다. 그는 악취의 근원을 찾다 내부인 신체에서 흐르는 시간과 외부에서 흐르는 시간이 다르다고 생각하여 자신의 장기가 썩고 있다 여기게 된다. 작가는 자신의 피부가 썩어, 이내 녹고 있다고 생각하여 도려내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히게 된다. 이 극단적인 생각을 실행하게 되지만, 이는 자신은 물론 다른 사람들에게까지 상처를 준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더 이상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을 찾지 못 한 작가는 자신이 썩어 녹고 있다고 생각하는 망상적 자해를 고안해낸다. "녹는점 Melting Point"에서 노지원은 자신의 악취 나는 피부와 장기가 썩어, 녹아 내리고 도려내는 망상적 자해를 퍼포먼스형 영상으로 구현했다. 작가는 자신의 심리상태를 왜곡적인 빛으로 인해 발생한 보라색으로 표현하였다. 작가의 망상적 자해는 과거 중국 예술가들과 같이 자신의 소유인 신체를 학대함으로써 주체성을 찾으려는 시도와 맞닿는데, 작가는 이를 ‘자신의 내면’ 이라는 한층 더 격리된 공간 안에서 표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