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성가 151번] 주여 임하소서

[가톨릭성가 151번] 주여 임하소서

“주여 임하소서 내 마음에 암흑에 헤매는 한 마리 양을 태양과 같으신 사랑의 빛으로 오소서 오 주여 찾아 오소서 ”   이 곡은 19세기 미국의 작곡가 로웰 메이슨(Lowell Mason)이 작곡했습니다 원곡의 제목은 ‘Bethany’(베타니아)입니다 우리에게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메이슨은 그 당시 문화의 불모지나 다름없던 미국 땅에서 미국 종교 음악의 역사를 태동시킨 인물입니다 그는 은행에서 일하며 틈틈이 교회에서 음악을 했던 비전문가 음악인이었습니다   메이슨이 수집, 편곡, 작곡한 성가를 모은 성가집은 미국 개신교회에서 사용하는 찬송가집의 원조가 되었으며,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가톨릭 성가집에도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쳤습니다 그가 작곡한 곡은 ‘주여 임하소서 ’ 말고도, 「가톨릭 성가」 6번 ‘찬미 노래 부르며’가 있고, 성가 118번 ‘골고타 언덕’은 그레고리오 성가를 바탕으로 그가 편곡한 작품이며, 헨델이 작곡한 성가 484번 ‘기쁘다 구주 오셨네’ 또한 메이슨이 편곡했습니다   이 곡은 제임스 카메론이 제작한 영화 ‘타이타닉’(1997년)의 절정의 순간에 배경음악으로 나옵니다 타이타닉호가 빙산에 부딪혀 서서히 침몰해 가고 있을 때, 사람들은 살기 위해 부족한 구명보트에 서로 오르려고 아수라장이 됩니다 그 한복판, 초호화 여객선에 오른 사람들의 여흥을 위해 연주하던 한 바이올리니스트가 삶과 죽음의 갈림길에서 탈출을 포기하고 ‘주여 임하소서’를 연주하기 시작합니다 곧 다른 연주자들이 가세해서 그 외롭던 선율을 4중주로 바꿔 놓습니다   영화는 ‘주여 임하소서 ’의 선율이 흘러나오는 그 순간, 아수라장에서 발생하는 모든 소음을 완전히 제거하고 음악의 아름다운 선율만을 남겨 놓습니다 침몰하는 여객선에서 죽음을 맞이하는 그 순간에 이 음악을 배경으로 여러 장면이 주마등처럼 지나갑니다 손을 꼭 붙잡고 침대에 누운 노부부, 아이들을 침대에 눕히고 자장가를 들려주며 안심시키는 엄마, 사랑의 순간을 추억하는 연인 등, 이들의 지난날과 현재, 기억과 현실은 죽음 앞에서 아무런 힘도 발휘하지 못한 채 질서를 잃고 쏟아져 들어오는 물과 함께 뒤엉킵니다   이 혼란의 순간, 이들을 향한 구원의 빛은 여객선에서 음악가들이 연주하던 ‘주여 임하소서 ’에서 나옵니다 이 영화의 가장 잔혹한 순간에 음악은 그 아름다움을 통해 삶의 모순을 역설적으로 드러냅니다 그와 동시에 이 모든 상황 앞에서 인간은 그저 한낱 ‘길 잃은 어린 양’일 뿐이라는 사실이 음악 소리를 통해 우리에게 전달됩니다 / 말씀과 성화 런던 성 김대건 성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