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단의 상징 '판문점' 평화의 상징으로
1951년 나는 판문점이란 이름으로 태어났다 유엔군과 중국군이 널문리 한 주막에서 휴전협정을 시작했는데, 주막에 판문점이라는 간판을 걸어둔 데서 유래했다 나는 남한 소속도, 북한 소속도 아니다 남과 북이 함께 살고 생활하는, 일명 '셰어하우스'다 그들은 무려 60여 년 동안 나에게 세 들어 살고 있다 싸우고 화해하기를 반복하면서 말이다 이게 내 사진이다 북쪽으로는 판문각과 통일각이, 남쪽으로는 자유의 집과 평화의 집이 마주보고 있다 철책선 없이 남북이 마주 볼 수 있는 유일한 곳이 바로 이곳이다 그런데 가슴팍 위로 새겨진 새빨간 점선이 보이는가? 북한 군이 UN군 군인을 도끼로 살해한, 일명 판문점 도끼 만행 사건(1976)으로 빚어진 상처다 이 사건을 계기로 입주민은 빨간 선(군사분계선)을 긋고 왕래를 끊었다 원래 나에겐 이 선이 없었다 그래서 남북 군인들은 편히 왕래하고 대화하며 평화롭게 지냈었다 그렇다고 입주민이 싸우기만 한 것은 아니다 이곳에서만 회담을 360차례 열었다 최초 남북 이산가족 상봉(1985) 당시 남북 방문단이 교환된 곳도 이곳이다 중립국감독위원회에서는 156차례나 회담이 열렸다 정치, 사회, 경제, 군사 등 다양한 논의가 오고 갔다 남북이 얼굴을 맞대고 대화할 유일한 창구인 셈이다 중립국감독위원회, 일명 T1 T2 T3라 불리는 곳이다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2000)에서 파란색 건물 사이로 군인들이 마주보며 서 있던 장면 기억하나? 그 파란 건물이 T1, T2, T3다 나도 사람으로 치면 어느덧 노인이 됐다 소총의 화약 냄새, 핏자국, 평화의 향기, 민족의 애환이 내 몸 곳곳에 수묵화처럼 남아 있다 웃기도, 울기도 했던 남북 역사를 간직한 셈이지 오는 27일 2018 남북정상회담이 열린다 회담은 이곳 평화의 집에서 시작한다 분단의 상징이었던 나는 평화의 상징으로 새 출발 할 수 있을까? (서울=연합뉴스) 박성은 기자·이학준 장미화 인턴기자 junepen@yna co kr ◆연합뉴스 홈페이지→ ◆현장영상 페이지→ ◆카드뉴스 페이지 → ◆연합뉴스 공식 SNS◆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