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적단’까지 사칭…“범인 잡아줄테니 대화방으로” / KBS 2022.08.31.
[앵커]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성착취 범행을 저질렀던 '엘' 간교한 수법을 동원했고, 피해자들은 속수무책으로 덫에 걸려들었습니다 과거 'n번방'을 취재했던 '추적단 불꽃'까지 사칭해서 미성년 피해자들을 유인했는데요, KBS는 또 다른 피해자들이 없도록, 범죄 '예방' 차원에서 이 내용을 알리기로 했습니다 황현규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당신의 개인정보와 사진들이 유포되고 있다 " 올해 초 피해자 A 씨에게 날아든 SNS 메시지입니다 보낸 사람은, n번방을 세상에 알린 '추적단 불꽃' 이라고 자신을 소개했습니다 "너 같은 동생이 있다, 더 큰 피해가 없도록 도와주겠다"고 했습니다 그리고는, 제안했습니다 "유포범을 알고 있고 주소를 해킹하려 하니, 그와 10시간 이상 대화해달라 " 텔레그램 대화방 주소를 찍어줬습니다 유출된 사진도 보여줬는데, 피해자가 SNS에 사적으로 올렸던 사진이었습니다 사생활 자료가 더 퍼져나갈 거란 두려움에, A 씨는 '유포범'과의 접촉을 시작했습니다 그게, '덫'이었습니다 유포범, 즉 '엘'은, 이미 가지고 있던 사진을 미끼로 추가적인 영상들을 요구했습니다 "부모님 없는 시간이 언제냐", "반항 안 하면 영상 200개만 만들고 끝내겠다", 답장이 조금만 늦으면 1분에 80개 넘는 메시지를 보내며 닦달했습니다 그렇게 휘말린 대화는, 밤 9시에 시작한 게 다음날 새벽 5시까지 이어지기도 했습니다 그 8시간 동안 찍어 보낸 사진과 영상만 50개가 넘습니다 A 씨는 KBS와의 인터뷰에서 엘이 짧은 간격으로 쉴새없이 메시지를 보냈고, 이성적 판단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생각이 복잡해 요구를 거절할 수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새로 보낸 영상은 또 다음 협박의 빌미가 됐고, 그렇게 빠져나올 수 없는 악순환, 그야말로 '개미지옥' 같은 상황이 만들어졌습니다 [공정식/경기대학교 범죄심리학 교수 : "자신이 당한 피해보다는 자신이 숨기고 싶은 비밀이 드러나서 어른들이나 주변 사람들로부터 비난받는 걸 더 두려워해요 그 약점을 잡히게 되면 결국 그 사람이 요구하는 대로 굴복할 수밖에 없는 거죠 "] '유포범을 추적할 수 있도록 대화를 계속해달라', '영상을 계속 찍어 보내라', 이 둘의 요구는 사실 한 사람의 요구, 혹은, 한 패거리의 작전이었습니다 피해자가 그걸 깨달은 건, '진짜 〈추적단 불꽃〉'에게 문의를 해본 뒤였습니다 [원은지/얼룩소 에디터/추적단불꽃의 단 활동 : "'그 사람들이 불꽃이라고 말한다 이게 사실인지 아니면 거짓 거짓인지 좀 이야기를 해줬으면 좋겠다'라는 메일이 왔습니다 "] 똑같은 수법은 다른 미성년자에게도 시도됐습니다 동일한 메시지에 낚인 피해자 B 씨 대화방에서 요구를 따르지 않자, '엘'은 20~30명을 더 채팅창으로 불러들였습니다 그들은 B 씨의 이름, 전화번호까지 들먹이며 입에 담기조차 힘든 모욕과 협박을 쏟아냈습니다 그 이후의 B 씨 상황은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함께 성착취범을 잡자는, 생각지도 못한 미끼를 던졌던 '엘' 그의 이 허를 찌르는 범죄는 '1인 다역'으로 이뤄진 단독 범행이었을까요? 경찰은 '조직 범죄' 여부도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KBS 뉴스 황현규입니다 촬영기자:김재현/영상편집:서정혁/그래픽:김지혜 ▣ KBS 기사 원문보기 : ▣ 제보 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 전화 : 02-781-1234 ◇ 홈페이지 : ◇ 이메일 : kbs1234@kbs co 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