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ack / 쥬빅의 영상시
공주에서 늦은 영화보고 집으로 돌아가던 길 아파트에 들어서자 유난히도 귀뚜라미 소리가 또르르 찌르르 울려퍼졌다 현장음 ㅎㅎ 녹음한다고 스마트폰 켜고 화단쪽으로 가만히 다가가 촬영 끝 장면에 반디불이 같은 것이 담겼다 2년도 훨씬 지난 지금 꺼내 본다 그때는 지금 이 곳에 있으리라 생각도 못했는데 몇년 후 난 어떻게 살고 있을까 오늘은 새벽 4시부터 설쳐가며 공주에 다녀왔다 코로나 이후로 공주 고속버스 운행 규모가 축소되었다 원하는 시간대는 이미 매진 겨우 한자리 구한 것이 맨 뒷자리의 가장 가운데 오른쪽엔 어린 군인??? 왼쪽엔 3-40대 아자씨 그 가운데 앉아서 (노트북 담긴 배낭과 아는 분이 주신 부추가 담긴 종이백이 떨어져 나갈까봐 안전띠와 함께 내 몸을 묶고) 그만(아니 당연한 수순이지만) 곯아 떨여졌다 한참을 가다가 순간 눈을 떳는데 내가 옆 어린 군인 어깨를 살짝 내가내가 어찌나 놀랬던지 그래 내가 더 놀랬다 ㅠㅠ 미안해라 김태희가 옆에 앉아 어깨를 기대면 모를까 할망구가 ㅎㅎㅎ ㅠㅠ 미안해요 군인아자씨 그리고 정신을 단디 차리려 했는데 그만 이번엔 너무 힘줘 있다보니 왼쪽으로 ㅠㅠ 성질 ㄷㄹ운 사람 같으면 확 밀어버렸을낀데 에긍 새 구두 신어서 발도 아프고 졸립고, 덥고, 무거운 짐과 아 정말 구리구리 한 날 여하튼 나혼자 민망한 하루를 마감한다 그래도 공주에서의 하루가 내 삶에 보약이자 휴식이자 긍정의 에너지를 주는 순간이었다 감사하다 2022 5 19 쥬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