𝟎. 눈 결정이 녹아 다시 강물을 이루듯

인생은 마치 눈 결정 같다 어디서부터 시작되었는지 알 수 없이 미세한 결정체로 조용히 공기 속을 떠돌다 온기 앞에서 순식간에 녹아내리고 만다 무엇을 바라보고 출발했는지 기억할 틈도 없이 우리의 발은 땅에 닿아있다 그렇기에 나는 눈 결정의 차가운 기억과 그 순간들의 잔향을 온전히 내 안에 담아두려 한다 눈 깜짝할 사이 변하고 흩어지는 장면들, 사람들의 미소와 눈빛, 그들의 목소리와 속삭임, 빗물 고인 웅덩이에 비친 흐릿한 하늘과 내 모습, 아름다운 풍경은 물론 가슴으로 느낀 떨림까지 모든 것들은 나를 감싸고 깊은 흔적을 남기기에 날카로운 조각 같은 것들도 빠짐없이 주워 담으려 한다 기쁨과 슬픔이 함께 뒤섞인 이야기, 남은 이들의 온기와 떠나간 이들의 흔적, 끝내 피어나는 순서가 없는 춤과 눈물 갈증과 욕망이 뒤엉킨 방 안에 불빛은 사라져갔고, 삶의 단편 속에서 우린 함께였지만 혼자였으며, 홀로이면서도 서로에게 기대고 있었다 익숙하지 않은 길 위에서 헤매던 젊음의 찰나, 그 모든 불완전함이 아름답게 흩어져간다 바다는 늘 같아 보였지만, 파도는 결코 같은 모양으로 밀려오지 않았고, 사랑은 부드럽고도 거칠게 가끔은 방향조차 알 수 없는 흐름처럼 우리의 마음을 집어삼키곤 했다 익숙함과 새로움의 오묘한 조합, 존재의 근원에서 뽑힌 과거와 현재, 알 수 없는 기분과 간직하고픈 잔향들 어둠 속에서 잊고 살았던 것들은 다시금 색채를 가지며 눈앞에 펼쳐졌으며, 새로운 빛 속에선 돌아오지 않을 계절과 기억의 조각들이 피어났다 순간 흘러가며 흔적을 남기는 것들이여, 오늘도 나는 무한히 고개를 숙인 채 그대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를 표한다 눈 결정이 녹아 다시 강물을 이루듯 내가 기억한 풍경들은 무한의 굴레 속에서 또 다른 이야기로 피어날 것이다 매미는 내년에도 울 것이고 그 울음의 끝은 결코 마지막일 수 없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해당 영상은 수익을 창출하지 않습니다 음악 창작자에게 광고 수익이 발생하며, 해당 영상에 사용된 음악의 저작권자께서 요청으로 작업물 사용에 이의를 제기하시면 언제든 조치하겠습니다 00:00 Hidden Track - 최윤영 02:38 우리가 영원을 말하면 여름이 될거야 (feat 박진휘) - 최윤영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