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집배원] 이성선 | 「이탈」을 배달하며…
연결되고 싶기도 하지만 단절되고 싶을 때도 있다 어디 먼 산중에라도 들어가 겨울잠 같은 칩거의 시간 속에 내성의 풍경을 마주하고 싶을 때가 있다 이러다가 아주 잊히면 어쩌나 폭설에 길이 끊겨버리면 어쩌나 귀로를 잃고 꼼짝없이 위리안치 되고 말면 어쩌나 잠시도 내려놓을 수 없는 근심과 불안을 내려치듯 폭설로 길을 끊는 도저한 단절감 속에 ‘한기에 깡말라버린 고봉’의 정신이 찾아든다 편안과 편리와 안정 속엔 모험이 없다 차라리 위험 속에 몸을 던져 마지막까지 창조하는 자의 두근거리는 심장박동음으로 살아라 내 삶을 위협하는 ‘괴물’이 ‘땅에 없는 길 하나’를 가리키는 큰 새로 바뀐다 스스로 무문관(無門關)에 든 정신 하나가 빙폭에서 막 풀려나는 물방울처럼 차고 투명하다 시인 손택수 작가 이성선 출전 『벌레 시인』, 고려원 19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