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후죽순 영화·드라마 세트장…‘골칫거리’
그동안 지자체들은 지역 홍보를 위해 드라마나 영화 촬영장을 유치하며 적지 않은 예산을 지원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문을 닫는 곳이 늘어나고 있다. 정치권이 힘을 모아 정부를 설득해도 어려운 의대 유치가 실속 없는 경쟁과 정치 논리 속에 요란한 빈수레가 되고 있다. 영화 '명량'과 '한산'을 촬영했던 여수시 진모지구 세트장에 관해 여수시는 내년 2월까지인 제작사와의 임대 계약 기간을 더 연장하지 않고 철거를 결정했다. 예상만큼 경제 효과가 크지 않아 관광자원화 필요성이 낮다는 게 가장 큰 이유 중 하나이다. 여수시 관계자는 "관광 홍보 이렇게 외지 사람 끌어들여서 지역 경제 낙수 효과를 노렸는데 별 효과는 없는 것 같다"고 강조했다. 드라마 주몽과 도깨비 촬영지로 전국적 관심을 끌었던 나주 영상테마파크도 개장 17년 만인 내년 문을 닫는다. 방문객 수가 지난 2006년 52만 명에 달했지만 2010년 6만 5천 명에서 2019년에는 3만 4천 명으로 줄더니 지난해에는 2만 5천 명에 그쳤다. 운영비 적자도 지난 5년 동안 14억 5천만 원에 이르다 보니 결국 철거를 결정하고 의병역사박물관을 건립하기로 했다. 드라마로 유명세를 떨쳤던 충남 부여나 울산 울주군 세트장도 최근 운영 적자를 거듭하다 결국 철거를 결정했다. 넷플릭스 등의 OTT 서비스 시장이 확대되면서 드라마나 영화가 쉴 새 없이 쏟아지고 트렌드도 시시각각 바뀌다 보니 특정 촬영세트장의 홍보 효과가 낮아진 것이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이처럼 예산 낭비 논란에도 지역 홍보를 위해 우후죽순 지어졌던 영화·드라마 촬영장이 미디어 환경과 관광 형태의 급격한 변화로 이제 곳곳에서 골칫거리로 전락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