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0월의 단상
예측 가능한 가을을 보내고 싶다는 말이 무색하리만큼, 10월은 단풍이 서늘해진 날씨와 엇갈린 속도로 진행되고 있구나. 단풍은 자신이 어떠한 색으로 물들어가고 있는지 감각하고 있을까. 햇볕을 담아 색을 만드는 잎사귀는 낙하를 직감하고 있을까. 무엇 때문에 단풍이 머뭇거리고 있을까. 작년에 크게 속았던 기억이 있었기 때문이겠지. 장대비가 내리고 불었던 찬바람에 속아 알록달록 기지개를 켰는데 날이 너무나 뜨거웠던 탓이겠지. 그랬던 단풍이 언제쯤 바닥에 쌓이기 시작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아. 추락에 대한 기억은 언제나 희미하니까. 떨어지는 순간보다 자신이 머물던 지점을 바라보는 후회의 시간만이 선명하지. 위아래로 고개를 꺾는 일은 고통스러워. 그렇다고 좌우에 마음을 너무 열어주진 말기. 함부로 색에 매몰되지 않기. 나뭇잎이 추락하기 전까지는 그것을 함부로 낙엽이라 생각하지 않기. 건조함을 기분으로 받아들이는 연습하기. #11월 #단풍 #산책 #단상 #서촌 #서순라길 #고궁 #가을 #겨울 #일상 #일기 #에세이 #산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