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드는 날 / 도종환 : 시낭송 : 김 단(Don Kim)
단풍 드는 날 / 도종환 버려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아는 순간부터 나무는 가장 아름답게 불탄다 제 삶의 이유였던 것 제 몸의 일부였던 것 아낌없이 버리기로 결심하면서 나무는 생의 절정에 선다 방하착 (放下着 ) 제가 키워 온 그러나 이제는 무거워진 제 몸 하나씩 내려 놓으면서 가장 황홀한 빛깔로 우리도 물이 드는 날 방하착(放下着) : 불가에서 나오는 얘기로 마음속에 온갖 번뇌, 시기, 질투, 갈등, 원망, 불평, 집착 등에 얽혀있는 모든것들을 홀가분하게 내려 놓으라는 뜻이다 선문(禪門)에서는 수행의 첫 단계로 ‘모든 것을 놓아버리라(一切放下ㆍ일체방하)’고 가르친다 온갖 물질은 물론 생각까지 없애버리라는 뜻이다 불가의 대표적 화두인 방하착(放下着)은 보다 큰 성취, 즉 깨침을 향한 철저한 자기성찰의 과정을 함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