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 2주일 다해 / 2025년 1월 19일 / 김유정 유스티노 신부 / 대전 노은동 성당 / 매일 강론
연중 제 2주일 다해 / 2025년 1월 19일 김유정 유스티노 신부 / 대전 노은동 성당 / 매일 강론 "무엇이든지 그가 시키는 대로 하여라 " [원고 보기] 이사 62,1-5; 1코린 12,4-11; 요한 2,1-11 + 찬미 예수님 지난 한 주간 안녕하셨어요? 다사다난했던 한 주 지내시느라 노고가 많으셨습니다 지난 화요일에는 대전교구 사제 서품 미사가 봉헌되어 여섯 분의 부제님이 사제로 서품되었습니다 저는 서품 미사에 참례하면서, 예전에는 10년의 수련 기간을 통해 서품을 받는 새신부님들에게 시선이 향했지만, 점차 이분들을 불러주시고, 당신께 서약하도록 은총을 주시며 나약한 인간의 봉헌을 받아주시는 하느님 마음께로 시선이 향하는 것 같습니다 서품식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은 성령 청원 기도와 안수 기도 때인데요, 이때가 보잘것없는 인간이 감히 주님의 사제직을 받게 되는 때입니다 주교님들과 미사에 참례한 모든 사제가 새 신부님께 안수하게 되는데, 늘 그렇듯 이번에도 그 순간이 제게 뭉클하게 다가왔습니다 그런데 새 사제에게 안수한 주교님들과 선배 신부님들은 누구에게서 안수받았을까요? 이전 주교님들과 선배들입니다 그렇다면 그분들은 누구에게서 받았을까요? 이렇게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사도들이 봉사자와 직무자들에게 안수했다(사도 6,6; 9,17; 1티모 4,14)는 신약성경의 말씀과 만나게 됩니다 그리고 이 사도들은 예수님께서 발을 씻어주신 사람들입니다 그래서 저는 안수 때에 우리가 예수님과 물리적으로 연결된다고 생각합니다 아울러 안수는, 우리가 같은 성령을 받아 같은 신앙을 고백한다는 표징이기도 합니다 지난주에 이어 이번 주 화요일에도 새신부님이 오셔서 미사를 봉헌하시고 안수해 주시는데요, 많은 분들이 오셔서 함께 해 주시고 새신부님 위해 기도해 주시기를 청합니다 제가 유학했던 캐나다 토론토 교구에는 새신부님들과 신자들이 한데 모여 식사하는 전통이 있었는데요, 대략 천오백 명가량의 교구 신자들이 티켓을 구입해서 커다란 홀에서 새신부님들과 함께 식사를 합니다 식사 후에는 새신부님들이 한 분씩 자신의 성소 체험담을 발표합니다 어느 해에, 새신부님 한 분의 소감이 인상적으로 다가왔는데요, 그 자리에 온 젊은이들에게 이런 얘기를 했습니다 “만일 여러분이 신학교에 입학하더라도, 그것이 성소의 완성이 아니라 시작이라는 점을 기억하십시오 ” 그 이야기를 들으며 저는 속으로 생각했습니다 “야, 니가 지금 시작이야 누구한테 충고하는 거야 ” 그 순간 맞은편에 앉아 계신 원로 신부님과 눈이 마주쳤는데, 그 신부님은 제 생각을 읽으셨다는 듯 빙그레 미소를 지으셨습니다 그런데 그 미소는 “너도 마찬가지야”라고 하시는 것 같았습니다 날이 갈수록 사제직을 수행하는 것이 어렵다는 말을 듣고는 합니다 주님 뜻에 따라 사제직을 수행하는 것을 어렵게 하는 훼방과 협박, 유혹이 점점 더 거세지고 있음을 느낍니다 마귀를 라틴어로 ‘디아볼루스’라고 하는데요, 이 단어는 ‘분리하다’, ‘이간질하다’라는 말에서 유래했습니다 마귀가 하는 일이 이간질이기 때문입니다 성령께서 하시는 일은 한데 모으는 일입니다 오늘 제2독서에서 바오로 사도는 “은사는 여러 가지지만 성령은 같은 성령”이라고 말씀하시며, “직분은 여러 가지지만 주님은 같은 주님”이시고, “모든 사람 안에서 모든 활동을 일으키시는 분은 같은 하느님”이시라고 말씀하십니다 교회 안에 있는 여러 은사는 교회의 일치를 위해 주어집니다 이 은사를 주시는 분이 일치의 근원이신 삼위일체 하느님이시기 때문입니다 일치는 성경에서 ‘혼인’이라는 비유를 통해 가장 잘 드러납니다 제1독서에서 이사야 예언자는 하느님께서 당신 백성을 마음에 들어 하시고 아내로 맞이하실 것이라고 노래합니다 오늘 복음은 하느님과 당신 백성의 혼인이 예수님을 통하여 이루어진다는 것을 암시합니다 예수님께서는 당신의 첫 번째 기적을 혼인 잔치에서 베푸십니다 요한복음은 예수님께서 구약의 여러 제도와 축제를 새로운 것으로 대체하신다는 것을 차례로 보여주고 있는데, 가장 먼저 등장하는 것이 오늘 복음에서 정결 예식을 바꾸시는 것입니다 성모님께서는 혼인 잔치에서 포도주가 모자라자 예수님께 말씀하십니다 “그들에게 포도주가 없구나 ” 새번역 성경은 “그들에게”라는 말을 생략했는데요, 사실 중요한 말입니다 여기서 “그들”은 유다인들을 가리킵니다 유다인들의 예식은 이제 그 기능을 다하였고 하느님과 당신 백성의 혼인은 그들의 예식으로는 지속될 수 없다는, 날카로운 지적의 말씀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여인이시여, 저에게 무엇을 바라십니까? 아직 저의 때가 오지 않았습니다 ”라고 말씀하십니다 예수님께서 왜 성모님을 “여인이시여”라고 불렀는지에 대해서는 이미 말씀드린 바 있는데요, 성모님께서 창세기에 나오는 하와를 대신할 새로운 하와로서, 모든 이의 어머니가 되실 분이라는 것을 암시하고 계십니다 예수님께서는 십자가에서 당신을 내어주심으로써 구원의 역사를 새롭게 하실 것이고, 십자가 아래에는 성모님도 다시 계실 것입니다 이때가 아직 오지 않았기에 예수님께서는 “아직 저의 때가 오지 않았습니다 ”라고 말씀드립니다 성모님께서는 예수님께 재차 강요하지 않으시고 일꾼들에게 “무엇이든지 그가 시키는 대로 하여라 ”라고 말씀하십니다 예수님께서는 당신의 때에 이루실 성체성사의 전조가 되는 기적을 베푸십니다 정결례에 쓰는 물독에 물을 채우라고 하신 뒤 그것을 포도주로 바꾸심으로써, 단순히 몸만 깨끗하게 하던 정결례를 폐지하시고, 당신 피로 하느님과 우리와의 계약을 새롭게 맺으실 것임을 미리 보여주십니다 이 기적이 파스카 축제가 있기 얼마 전에 일어난 것이라는 말씀(요한 2,13) 또한 성체성사와의 연관성을 드러냅니다 이렇게 오늘의 기적은 예수님께서 우리와 하나가 되시는, 하느님과 우리의 혼인이 완성되는 성체성사의 표징이 됩니다 이러한 일치의 성사를 모시는 우리는 성사의 은총으로 서로 하나가 되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 전 세계 그리스도교는 매년 1월 18일부터 25일까지를 그리스도교 일치기도주간으로 지내고 있습니다 1908년 폴 왓슨 신부의 제안으로 시작된 ‘교회 일치 기도 주간’은, 지금은 2월 22일에 기념하지만, 당시에는 1월 18일이었던 ‘성 베드로 사도좌 축일’부터 ‘성 바오로 사도 회심 축일’인 1월 25일까지 베드로 사도를 중심으로 모든 교회가 하나 되자는 취지에서 시작되었습니다 한국천주교회와 한국정교회 그리고 9개 개신교 단체가 공동으로 발표한 “2025년 그리스도인 일치기도주간 공동담화문”은, 전세계 그리스도인들이 하나의 신앙을 고백한 니케아 공의회 1,700주년을 맞이하는 올해, 창조 세계의 보전과 생명의 충만함, 세상의 평화와 정의를 위해서 함께 협력하자고 제안하고 있습니다 국내외적으로 가슴 아픈 소식들이 우리를 힘들게 하고 분열시키는 요즈음, 주님께서는 마지막 날의 부활만이 아니라, 그 시대와 그 장소에서 일어날 커다란 변화에 대해서 말씀하시며 마르타에게 물으셨던 물음을 우리에게 묻고 계시다고 담화문은 말합니다 “네가 이것을 믿느냐?” 공동담화문의 마지막 부분을 읽어드리겠습니다 “‘네가 이것을 믿느냐?’ ‘그렇습니다, 주님 주님은 부활이요, 생명이시니, 우리도 거듭거듭, 주님의 복음을 선포하겠습니다 주님의 정의를, 주님의 평화를, 주님께서 생명 되심을!’ 1,700년의 시공간을 초월해 2025년 믿음의 공동 유산에 초대받은 그리스도인 일치기도주간을 통해 켜켜이 쌓아온 우리의 하나 된 믿음과 실천이 혼동과 갈라짐의 시대 속에서 평화와 생명의 길을 여는 기적이 되길 간절히 기도합니다 ” 전 세계의 모든 그리스도인들과 함께 앞으로 한 주간 그리스도인의 일치를 위해 기도드리며, 진정한 일치를 위해 내 뜻이 아니라 하느님의 뜻, 내 시각이 아니라 하느님의 시각을 우선에 두도록, 오늘 복음을 통하여 성모님께서 우리에게 해 주시는 말씀에 귀 기울여야겠습니다 “무엇이든지 그가 시키는 대로 하여라 ” 혼란과 갈등 중에 있다면, 성모님께서 우리에게 하시는 말씀에 다시 한번 귀 기울여야겠습니다 “무엇이든지 그가 시키는 대로 하여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