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일병시절 151 대대 ATT - 8 주간 방어- 그리고 감자이야기 2 (2사단, 노도부대, 32연대, 스키대대, 양구, 군대이야기, 군복무담, 비상훈련, 전술측정,)

나의 일병시절 151 대대 ATT - 8 주간 방어- 그리고 감자이야기 2 (2사단, 노도부대, 32연대, 스키대대, 양구, 군대이야기, 군복무담, 비상훈련, 전술측정,)

나의 일병시절 151 대대 ATT 8 주간 방어 그리고 감자이야기 2 주간방어진지에 투입된 우리들은 농부들이 감자를 캐서 땅을 파고 갈무리 하는 것을 지켜보고 있다가 농부들이 귀가한 틈을 타서 감자 추진에 나섰습니다 정말 해서는 안 될 일이지만, 앞서도 이야기 했듯이 그 당시 우리 군인들 머릿속에는 민간인들 농작물은 조금 훔쳐다 먹어도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국가와 국민을 지키기 위해 듣도 보도 못했던 양구 땅에 와서 고생하는데 농작물 정도 조금 절취해 먹는 것은 괜찮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물론 들키면 벌을 받고 심하면 군기교육대나 사단 영창도 갈 수 있겠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크게 문제 된 경우이고 사소한 경우에는 지휘관들도 주의를 각성시키는 정도로 마무리하는 것이 당시 현실이었습니다 또 이것은 군인들을 배불리 먹이지 못하는 국가와 중간에서 군인들의 보급품을 절취한 일부 간부들의 책임이기도 할 것입니다 이유야 어찌 되었든 간에 당시 우리 군인들로 인해 농작물 피해를 입으신 모든 분들께 늦게나마 사과를 드립니다 아무튼 우리들은 배고픔을 달래 줄 보조 식량으로 감자와 배추를 탈취해 왔습니다 배추는 저녁 식사시간에 고추장에 찍어서 반찬으로 모두 먹고 감자는 날로 깎아 먹기도 하고 일부는 남겨 두었습니다 우리 중대는 예비대였기 때문에 주간 방어는 별다른 상황 없이 진행되었습니다 쌍방훈련 상대인 1대대의 공격 목표는 9중대와 10중대 지역으로 집중되어 있는 것 같았습니다 주간 방어는 그대로 끝나고 저녁식사를 마친 뒤에 중대로부터 현 위치에서 그대로 야간방어로 이어진다는 전달이 왔습니다 우리는 쾌재를 불렀습니다 야간 이동을 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우리에게는 즐거운 소식이었고, 또 저녁때 가져온 감자를 무겁게 들고 다니지 않아도 된다는 것도 다행한 일이었습니다 어쨌든 가져온 감자를 야전에서 다 소비를 시켜야 하는데 사실 우리가 욕심을 부려 가져오다보니 그 양이 만만치 않았던 것입니다 우리는 그것을 밤에 쪄먹을 생각을 했습니다 교통호 중간 중간에 설치되어 있는 참호의 발밑에는 수류탄방지구라는 구멍이 깊게 파져 있습니다 이 구멍은 적진에서 날아온 수류탄을 집어 되던질 시간이 없을 때 발로 차 넣어 피해를 최소한으로 줄이기 위해 만들어 놓은 일종의 안전장치입니다 우리는 그 구멍에 연기가 잘 나지 않는 마른나무와 싸리나무 등으로 불을 피우고 불빛이 새나가지 않도록 총좌 위에는 판쵸우의를 덮었습니다 그리고 철모에서 속 화이바를 빼내고 겉에 위장포를 벗긴 다음 철모에 감자와 물을 붓고 불 위에 올려 익히기 시작했습니다 철모는 야전에서 참으로 요긴하게 쓰이는 물건입니다 감자나 옥수수 등을 쪄먹기도 하고 겨울이면 화로로 사용하기도 했습니다 내가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일부 고참들은 한겨울에 텐트에서 야전에서 밖에 나가기 싫으면 철모로 요강삼아 소변을 본다는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아무튼 야전에서 찐감자로 오랜만에 포식할 생각에 기대가 컸지만, 그러나 기관총좌에서 철모로 감자를 쪄먹는 일은 생각처럼 잘 되지 않았습니다 공기구멍이 없는 수류탄 방지구라 불이 잘 타지 않았고, 아무리 연기가 나지 않는 나무라고 해도 판쵸우의 안에는 금방 연기로 가득 찼습니다 게다가 화력이 약하니 철모에 담긴 감자는 쉽게 익혀지지 않았습니다 한참을 실랑이 한 끝에 우리는 어느 정도 익었으리라 생각하고 불을 끄고 전장정리를 했습니다 재는 땅을 파서 묻고 불을 피웠던 흔적을 없애고 그리고 마침내 감자를 먹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감자는 다 익지 않아 반숙된 상태로 설겅설겅했고 생각한 것만큼 맛도 없었습니다 훗날 전역한 뒤에 보니까 감자를 찔 때 소금이나 당분을 가미해서 쪄야하는데 우리는 그냥 물만 붓고 끓였으니 맛이 있을리 없었습니다 결국 각자 한두 개씩 먹다가 모두 내려놓고 나머지는 다 쓰레기가 되고 말았습니다 어젯밤 그토록 배고픔으로 고생했지만 이제는 먹을 것을 버려야 하는 상황이 된 것입니다 이제부터 그 남은 것을 처리하는 것이 문제였습니다 가까운데 버리면 우리의 소행이 드러날 것이고 나중이라도 문제가 생길 것이기 때문에 우리는 그 남은 것들을 산 너머 멀리 갖다 버리기로 했습니다 이것은 전쟁 이외의 또 다른 작전이었고 사서 고생하는 것이었습니다 나쁜 짓 안 하고 가만히 있었으면 편히 방어만 하면 될 것을 쓸데없는 욕심을 부리다가 더 고생하게 된 것입니다 이러저러하는 사이 밤은 깊어가고 밤 12시가 넘어가자 흐리던 밤하늘에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