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4년 동서문학회 송년회 2부 장기자랑 15대 홍성남 신임 회장 시 「메두사」_김새봄 회원 낭송
메두사* / 홍성남 안녕이라는 말은 차마 못 하겠네 거꾸로 머리를 바닥에 처박고 있지 않은가 이십여 년 전에 왔을 때도 그러고 있지 않았나 이제까지 같은 자세로 있다니 얼마나 곤궁하겠나 사람들은 입이 붙은 채로 종알대고 있었네 각자 들은 대로 아는 체하느라 바쁘더군 무슨 연유로 흘러들어와 있는지 모르지만, 두목 답답하겠네 나도 돌이 될까 봐 차마 눈을 마주치진 않겠네 많은 기둥이 당신이 돌로 만든 사람일지도 모른다는 의심이 들었네 설마 물고기로 연명하고 있지는 않은가 그러지 않고서야 여기 많은 물고기가 있겠나 본시 뱀이란 사악한 별명을 덮어쓰고 살지 않은가 인간은 별명을 지어내기 좋아하는 족속들이지 이 괴기한 지하 감옥이 끌리는 건 무슨 이유일까 내게도 사악한 피가 흐르는가 보이 나는 아테네로 가보려고 하네 포세이돈과 사랑에 빠질 때 아름답던 머리칼을 유추할까 하여 바람이 손목을 잡아당기는 궁전에서 당신의 뇌는 안녕한지 묻고 싶네 사람들은 섬뜩한 눈길로 쳐다보며 저마다 한숨을 쏟아내지만 수없이 꼬불거리는 상상은 무한한 동경이었네 이젠 사람을 돌로 만드는 따윈 평범해졌다네 사람들이 날아다니는 상상 어때 멋지지 않나 물고기가 걸어 다닌대도 웃기지 않아 나무들이 뜀박질해도 슬프지 않아 상상력을 찾아 아테네로 가보려고 하네 보이지 않는 것들을 찾을까 하여 햇빛이 넘치는 곳보다 구름이 걸려들어 있는 곳을 선호하네 당신은 본시 따듯하고 영민한 여인이었나? 저주가 걸린 속내가 내게도 전염이 된듯하네 사랑 때문이라니 제기랄! 아테네 신전에 가면 부서진 돌기둥이라도 붙잡고 당신을 풀어 줄 방도를 물어주겠네 혹시 아나, 이 지하궁전을 나가게 될는지 이스탄불 지하궁전에 있음. 2024년 12월 1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