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발췌, 후불제 민주주의. 유시민] 대북전단 풍선과 뜻하지 않는 통일의 재앙

[책 발췌, 후불제 민주주의. 유시민] 대북전단 풍선과 뜻하지 않는 통일의 재앙

북한 체제 붕괴를 열망한 나머지 김정일 정권 타도 전단을 풍선에 매달아 북한에 보내는 우익 단체들이 있다 북한에서 겪었던 인권유린과 굶주림에 진저리를 치면서 그 일을 하는 탈북자단체 회원들의 심정을 이해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하지만 그분들은 자제를 요구하는 진보적 시민단체의 만류를 받아들이는 것이 좋다 이런 행위를 부추기는 한나라당 일부 국회의원들에게 눈을 뜨고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라고 충고하고 싶다 만약 그들이 원하는 사태가 일어난다면 그것은 우리 모두에게 전쟁에 버금가는 재앙이 될 것이다 상상해보라 어떤 이유에서든 북한 체제가 붕괴했다고 하자 평양과 대도시를 중심으로 그나마 가동되던 식량 배급 시스템이 무너져 북한 주민들은 대규모 기아 사태에 직면한다 이미 연결된 국도와 철도를 걸어서 또는 서해와 동해에서 목선을 타고 북한 주민들이 남하한다고 하자 그들을 어떻게 맞을 것인가 대한민국 헌법 제3조에 따르면 그들은 대한민국 영토에 살면서 그곳을 무력 점거한 반국가단체에 시달렸던 대한민국 국민이다 북한을 탈출해온 사람을 대한민국이 거부하지 않고 받아들였던 것처럼 그들도 받아들여야 한다 그들이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정부는 헌법 제11조에서 제37조까지에 담긴 기본권을 모두 보장해야 한다 그들에게서 신체의 자유와 거주이전의 자유를 박탈할 수 없고,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와 교육받을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 그들은 대부분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와 의료급여제도 수급권자가 될 것이기 때문에 대한민국 정부는 최저생계비를 지급하고 의료 서비스를 무상으로 제공해야 한다 교육과학기술부는 미성년 자녀들을 학교에 받아들여 교육비와 밥값을 지급해야 한다 노동부는 취업을 알선해야 한다 보건복지가족부는 그들 모두에 대해 건강진단과 전염병 예방접종을 실시해야 한다 국토해양부는 최소한의 주거를 마련해주어야 한다 서울과 경기도 일대에 100만 명 정도만 내려와도 대부분의 도시 기능이 마비되고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파멸적인 재정난에 봉착할 것이다 그들이 자기 힘으로 살겠다고 나설 경우, 우리 노동시장은 파국적 충격에 휩싸일 것이다 천재지변을 능가하는 사회적 재앙이 찾아드는 것이다 북한의 체제 붕괴는 남북한 모두를 절망적 상황으로 몰아넣을 것이다 북한 주민들은 그야말로 생물학적 생존을 위협받는 상황에 몰리게 된다 대한민국은 문명적 기준에 따라 그들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우리가 이런 사태를 예방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했는데도 그런 방식의 통일이 찾아온다면 어쩔 수 없다 독일의 경험을 참고하여 ‘예고 없이 방문한 손님’처럼 찾아온 통일을 받아들여야 한다 그러나 그런 사태가 오기 전에 남북의 모든 사람이 더 즐겁고 행복하게 맞아들일 수 있는 통일의 방법을 찾는 것이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