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준 - 사랑의 서약
#한동준 #사랑의서약 #피아노천사 사랑하는 수호천사님들 보고싶었어요! 그리고 음악의 수호천사가 되기 위해 이곳을 찾아 주신 예비 구독자 여러분 반갑습니다 오늘은 아침부터 날이 흐렸어요 빗방울도 조금 보일듯 말듯, 추억을 부르는 날이예요 그래서 보니 오늘이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있던 날이잖아요 이제까지 포근하다가 하필 왜 하고 대한민국 고삼들 생각에 조금 야속하기도 했죠 그래도 이제는 자유를 외치며 오늘 하루는 누구보다 편안하게 이 시간을 보내고 있겠죠 오늘 하루로 인생이 결정될지, 운명이 바뀔지 그런 생각하면 괜히 제가 두근두근 겁이 납니다 오늘 이 노래도 사실 두근두근 운명의 순간에 많이 듣게 되는 노래죠 저도 이 노래에 선명한 추억이 있어요 바야흐로 수십년 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마치고 한겨울에 있었던 실기고사까지 마치고 자유의 몸이 된 저는 당시 대유행이었던 PC통신으로 스무살의 사회생활을 시작했답니다 멋진 아이디를 만들고 서비스에 가입하고 맘에 드는 몇몇 동호회를 둘러보며 입학을 앞둔 친구들과 대화방에서 만나 이런저런 정보도 나누는 등, 지금 생각하면 별 것 없지만 뭐가 그렇게 재밌어 매일 접속했었는지요 그러다 걸려온 1:1 대화신청! 수락! 똑똑~ 하이~ 방가~~ 학교를 다니느라 다른 지역에 살고 있다는 대학원생 오빠였습니다 별 것 없는 실없는 대화나 안부를 일일연속극처럼 잠시 잠깐 나누며 친해졌죠 늘 뭔가 실험을 하고 논문을 쓰는 중이라고 했던 기억이 나요 아무튼 저는 대학입시를 마친 최고조의 테크닉을 자판에도 발휘하여 다다다다닫다다 온갖 이야기를 마구 적어댔습니다 이야기가 무르익으면서 타자실력은 점점 늘어만 가고 지금도 피아노 치다 타자 치는 이 시간이 너무 좋아요 1:1 대화 다음은 번개팅! 대학교 입학식을 앞두고 처음 만났었는데 어느 서점앞에서 만났어요 당시엔 그게 유행이자 멋이었던 것 같아요 그 오빠는 저에게 피아노 치면 나중에 유학도 갈텐데 영어공부 하라면서 콜린스 코빌드 영영사전 CD-Rom을 주었고 그 후로도 꽤 많은 것을 주었던 기억이 납니다 남자친구가 생기고 나서는 혹시 이성교제에 고민이 생기면 말해도 되고, 말하기 어려울 때 보기 좋은 책을 추천해 준다며 건네준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 를 건네준 것도 그 오빠였고, 난생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과사무실로 배달된 다른 학교 학생으로부터 온 '학보' 를 받는 영화에서나 소설에서 보던 일도 겪었고요 지금 생각하면 낭만인데 그 땐 잘 몰랐던 것 같아요 여러분들 함께 봐주신, 신입생의 봄, 라흐마니노프 협주곡 연주회 때에도 직접 오진 못했지만 꽃을 보내주었고 마지막으로는 드디어 완성한 논문을 제게 한 부 주었어요 표지 안쪽에 제 아이디가 떡하니 적힌 지금도 어딘가에 갖고 있답니다 내용은 전혀 몰라요 제목이 무슨 전기 신호인가 전극인가 그랬어요 그 오빠도 제게 주면서 라면 먹을 때 냄비받침으로 권했던 기억 오래된 기억이라 흐릿하지만 만남의 기억은 최초의 번개 그 한번 뿐이었는데 저렇듯 늘 무언가를 보내 주고 챙겨줬던걸 보면 얼마나 세심하고 자상한 성품이었는지 이제서야 알 것 같아요 지금 생각하면 참 좋은 고마운 오빠였는데 제가 얼마나 철딱서니처럼 굴었을지 상상조차 가지 않습니다 고맙다는 인사나 제대로 하고 다녔던건지 그렇게 학위를 마친 그 오빠가 취직을 했다는 소식까지 들었는데 어느날 오랜만에 연락이 왔어요 결혼을 하게 되었는데 축가를 연주해 줄 수 있겠느냐며 어떤 마음이었는지 정확히 기억이 나진 않지만 제가 선곡했던건 바로 이 노래, 사랑의 서약 그 오빠에게도 물론 미리 알렸죠 김민종, 김동률, 김정민, 엘튼존, 한동준, 및 기타 12명쯤의 가수와 거의 흡사한 성대모창이 가능한 우리집 가수 제 동생을 섭외해 얼마간 매일 노래 연습을 하고 그렇게 우리 남매는 드디어 생애 첫 축가연주를 위해 결혼식장 대기석에 앉아있는 순간에 왔습니다 시간이 흘러 그때는 제 동생이 대학교 신입생이었어요 사뭇 긴장된 자세로 앉아있던 우리 남매 차례가 드디어 왔어요 "자 식장에 계신 여러분 이제는 축하연주 순서입니다 서울음대 피아노과에 재학중인 이민정 양과 서울음대 성악과에 재학중인 이땡땡군의 사랑의 서약! 박수로 청하겠습니다 " 아까 제게 동생의 이름을 물어보았던 사회자의 멘트가 장내에 쩌렁쩌렁 울려퍼짐과 동시에 엉거주춤 일어나 채비를 하며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던 동생은 쏟아지는 박수 속에서 "내가? 나?" 하며 놀란 토끼눈이 튀어나올 듯 커져 저를 돌아봤고 사회자에게 애타는 눈빛을 보내며 뭐라 정정할 기회도 없이 피아노 의자를 빼앉으며 호흡을 가다듬고 반주 악보를 펼친 저에게 큐! 사인을 보냈답니다 당구공만해진 서로의 눈빛 교환 후 전주는 시작되었어요 제 동생은 성악과 학생이 아니었거든요 그 오빠는 제게 축가를 부탁하고 제가 누군가를 데려가서 노래를 한다니까 당연히 같은 학교 성악과를 데려올 걸로 이해했던 거예요 허술한 저의 소통이 빚어낸 해프닝에 지금 생각해도 배꼽 빠지게 웃음 나는 추억 하나가 생겼죠 물론 노래는 깜쪽같이 잘했어요 제 동생은 저보다도 훨씬 더 무대체질이니까요 그런데 사람들이 속으로 성악가는 아닌 것 같은데 그랬을까요, 성악가가 제법 허스키하니 가요도 감칠맛나게 잘하네 그랬을까요 예식이 다 끝나고 우리남매는 저 멀리서 씩씩하게 걸어오는 새신랑을 맞았습니다 그제서야 얘는 내 동생이고 성악가가 아니다, 라는 주절주절 해명 아닌 해명을 했고 그 오빠는 아무렇지 않게 웃으면서 너무 고맙다고 봉투를 주었어요 이제 자신은 직장 때문에 미국으로 살러 간다고 그러고보니 마지막으로 받은건 까만 논문책이 아닌 흰봉투였네요 그렇게 받은 돈으로 동생과 함께, 긴장했던 심신과 놀란 가슴을 충분히 진정시키고도 남을 포식을 하고 그렇게 집으로 무사히 돌아왔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오빠 잘 지내시나요? 유튜브 만들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달아주셨던 단 하나의 댓글이 무슨 곡이었는지 생각나지 않아요 "혹시 아이디가 ㅇㅇㅇㅇ였었나요?" 라며 지금껏 미국에서 살고 있다는 짧은 소식 저를 찾아 주셔서 정말 고마웠어요 이제는 한국으로 돌아오셨나요? 자녀가 있다면 혹시 올해쯤 수능 치렀을까요 오빠의 나이가 기억나지 않아요 말한 적이 있었나요 낯설었던 그 이별도 이젠 추억이라 할 수 있죠 제 기억속 오빠는 늘 환하게 웃는 가장 멋진 새신랑입니다 틀림없이 이 노래 가사처럼 따뜻하고 아름답게 살고 계실거라 믿어요 유튜브 계속 잘 보고 계시다면 댓글 많이 달아주세요 아는 피아니스트 라는 딱딱한 이름의 채널에서 말걸어 주는 이도 몇 없던 그 때와는 달리, 그사이 저는 댓글 먹고 사는 피아노천사가 되었답니다 오빠를 만났던 시절 나누었던 1:1 대화에서 갈고 닦은 타자 실력으로 지금은 수호천사 님들과 밤낮으로 이야기꽃 피우며 여전히 즐겁게 피아노 연주하고 잘 지내고 있어요 오빠도 잘 지내세요 이 영상을 위해 피아노하트 악보를 구입하고 사용했음을 알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