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지스님들은 왜 ‘이재용 사면’ 탄원서 냈을까 [#논썰|EP.31]

주지스님들은 왜 ‘이재용 사면’ 탄원서 냈을까 [#논썰|EP.31]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사면해야 한다는 주장이 우후죽순처럼 퍼지고 있습니다. 대부분 언론도 이재용 사면을 적극 주장하거나 중립적 태도를 취하고 있습니다. 특히 삼성과 특수관계인 중앙일보가 연일 사설, 칼럼, 기사 등을 통해 사면론을 확산시키려 애쓰고 있습니다. 한겨레는 이에 단호히 반대합니다. 사면 제도, 특히 특정인을 지목해 시혜를 베푸는 특별사면은 그 자체로 법치주의와 삼권분립이라는 민주주의 원칙과 대치되는 제도입니다. 사법부가 내린 판결을 대통령의 독단적 결정에 따라 없던 일로 만들어버리기 때문입니다. 옛날 절대군주들이나 누리던 특권입니다. 역대 사면 사례를 봐도 국민 통합이라는 명분 아래 대통령 측근을 풀어주거나 경제 살리기라는 미명 아래 재벌들을 선처해주는 사면권 남용이 비일비재했습니다. 군사반란과 내란목적살인 등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전두환씨도 특별사면으로 풀려났습니다. 전씨는 그 뒤로도 반성은커녕 일체 혐의를 부정하는 뻔뻔한 행동으로 공분을 사고 있습니다. 사면 제도가 유지돼야 할 유일한 근거가 있다면 사법부의 명백한 오판이 드러났을 때 바로잡는 수단이 된다는 점입니다. 물론 이 경우에도 재심이라든가 다른 제도를 통해 오판을 바로잡을 수 있겠지만, 최후의 보루로써 사면제도를 남겨놓을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재용 부회장은 여기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그 스스로 재판 결과를 인정하고 항소를 포기해 형이 확정된 상태입니다. 이렇게 오판을 바로잡는 경우가 아닌 한에는 특별사면은 본질상 특혜일 수밖에 없습니다. 앞선 사례들이 보여주듯 그 특혜는 특정 집단에 집중됩니다. 공정, 법 앞의 평등은 이 시대의 화두라고 일컬어집니다. 정치인, 언론들도 입에 침이 마르도록 외쳐댑니다. 그런데 왜 재벌 앞에만 서면 180도 테도가 바뀌는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황제, 군주, 귀족이라는 특별신분이 법 위에 군림하던 중세, 고대사회로 돌아가버린 느낌입니다. 이재용 사면을 주장하며 앞세우는 논리는 경제 위기론입니다. 요즘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으로 반도체 산업이 위기 상황에 처했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경제단체들은 사면 건의서에서 “치열해지는 반도체 산업 경쟁 속에서 경영을 진두지휘해야 할 총수 부재로 과감한 투자와 결단이 늦어진다면 그동안 쌓아 올린 세계 1위의 지위를 하루 아침에 잃을 수도 있다”고 했습니다. 청와대는 잇따르는 이재용 사면 건의와 관련해 27일 “현재까지는 검토한 바 없으며 현재로서는 검토할 계획이 없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청와대가 ‘사면의 원칙’을 지켜낼 것인지 ‘논썰’에서 계속 주시하겠습니다. 기획·출연 박용현 논설위원 [email protected] 연출·편집 조소영 피디 [email protected] #이재용 #사면 #조계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