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돋보기] 대법원 위에 의회?…"선 넘었다" 들끓는 이스라엘 / KBS 2023.02.15.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우파 연합이 정권을 잡은 이스라엘에서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새 정부가 출범한 지 불과 한 달여 만인데요 정부가 추진하는 '사법 개혁' 때문인데, 어떤 내용을 담고 있고 왜 문제가 되는 건지, 지구촌 돋보기에서 황경주 기자와 알아봅니다 보수적인 이스라엘 분위기에 비춰 보면 이례적이라고 할 정도로 큰 시위가 열렸다고요? [기자] 현지시각 그제 이스라엘 최대 도시 예루살렘에서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열렸습니다 의회와 법원, 총리실 등 주요 기관이 모인 거리에 약 10만 명이 모였는데요 종교적 색채가 강한 이곳에 주말도 아닌 평일에 이렇게 많은 시위대가 모인 건 이례적이라는 평가입니다 시민들은 '민주주의를 구하라', '독재 반대'라고 쓰여진 피켓을 들고 나와 정부의 '사법 개혁'에 강하게 저항했습니다 [이스라엘 시위대 : "권력의 분립은 민주주의를 위해 매우 중요합니다 '사법 개혁'을 막기 위해 모든 힘을 쏟아야 합니다 "] 온라인상에서는 사법 개혁을 하려는 총리를 암살해야 한다는 극단적인 주장까지 나올 정도로 현지 분위기는 심상치 않습니다 [앵커] 이스라엘은 중동에서 비교적 정치적으로 안정된 민주 국가잖아요 사법 개혁이 뭐길래 이렇게 논란이 되는 건가요? [기자] 한마디로 의회를 대법원 위에 두겠다는 겁니다 이스라엘은 의회 중심의 의원내각제 국가죠 권력이 의회에 집중되기 쉬우니까 대법원이 견제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두고 있는데요 대표적으로 의회가 만든 법이 이스라엘 기본법과 반하지는 않는지를 대법원이 살피고, 제동을 걸 수 있도록 한 겁니다 그런데 이번 사법 개혁이 이뤄지면 이런 권한이 크게 축소됩니다 대법관 15명 전원이 모두 동의해야만 의회 입법을 막을 수 있고, 한 명이라도 반대하면 의회가 다수결로 처리할 수 있도록 바뀌는 겁니다 심지어 대법관 임명 위원회 구성도 의회 의원이 과반 이상 차지하도록 바꿉니다 사실상 의회가, 그 의회를 장악하고 있는 여당이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지는 셈입니다 결국 이스라엘 대통령까지 나서서 사법 개혁을 연기해달라고 호소하고 있습니다 [이츠하크 헤르초그/이스라엘 대통령 : "저는 우리가 격렬하고 폭발적인 충돌의 순간에 직면했다고 느낍니다 "] 야권에서도 사법 개혁을 '정치적 쿠데타'로 규정하고, 어떻게든 저지하겠다고 맞서고 있습니다 [앵커] 이스라엘 정부가 이렇게 무리해 보이는 사법 개혁을 펼치는 이유가 뭔가요? [기자] 겉으로는 국민이 뽑지도 않은 법관들이 너무 많은 권한을 갖고 있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베냐민 네타냐후/이스라엘 총리 : "사법 개혁이 개인의 권리를 완벽하게 보호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개혁으로 사법 체계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게 될 겁니다 "] 하지만 이스라엘의 복잡한 정치 사정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지배적인데요 거대 양당 중심인 우리나라와 달리, 이스라엘은 여러 정당이 모여 연립 정부를 구성합니다 같은 여권이라고 해도 정당에 따라 이해관계가 다르기 쉽고, 서로 갈등하다가 연정이 깨지고 정권을 잃는 경우도 생깁니다 이스라엘에선 지난해 12월 우파의 상징인 네타냐후 총리가 1년 반 만에 다시 정권을 잡고 연립 정부를 구성했는데, 최근 대법원 때문에 이 연정이 무너질 위기에 처했습니다 네타냐후 총리 연정의 핵심 인물인 내무부 장관이 부적격하다며 대법원이 해임하라고 한 건데요 이 장관이 속한 정당은 장관 자리가 없이는 연정도 없다며 이탈 가능성을 내비쳤고, 네타냐후 총리가 직접 장관의 집까지 찾아가 달래야 했습니다 정부가 '사법 개혁'을 명목으로 법원 힘 빼기에 나서는 데는 이런 배경이 있다는 지적입니다 여기에 네타냐후 총리 자신도 뇌물과 사기 등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점도 사법 개혁을 밀어붙이는 이유 아니냐는 시선도 있습니다 [앵커] 네타냐후 총리 연정의 이런 행보를 동맹 관계인 미국도 우려하고 있다고요? [기자]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지난달 네타냐후 총리를 비공개로 면담했는데, 이 자리에서 사법 개혁에 대한 우려를 꺼냈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이스라엘 내정 문제긴 하지만 이스라엘 민주주의에, 나아가 미국과 이스라엘 관계에 영향을 준다는 겁니다 강력한 우파 정권이 들어서면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종교 갈등이 점점 심해지는 것도 미국에 골칫거리인데요 이 역시 네타냐후 총리의 재집권을 도운 극우 정당들이 유대 민족주의 색채가 강한터라 갈등을 풀기 쉽지 않아 보입니다 지금까지 지구촌 돋보기였습니다 ▣ KBS 기사 원문보기 : ▣ 제보 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 전화 : 02-781-1234 ◇ 홈페이지 : ◇ 이메일 : kbs1234@kbs co kr #이스라엘 #네탄야후 #반정부시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