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도와 결과간의 괴리는 필연적: 고유감각 훈련

의도와 결과간의 괴리는 필연적: 고유감각 훈련

인간의 뇌와 의식 작용은 궁극적으로는 움직임을 위해서 존재합니다 움직임을 위해 우리는 추상적인 "의도"를 갖게 되고 그러한 "의도"에 따라 몸의 신경시스템은 자동적으로(의도하지 않아도) 특정한 움직임을 만들어내게 됩니다 예컨대 팔을 뻗어서 손으로 컵을 들어올리기 위해서 우리의 의식은 "컵을 들어야겠다"라는 의도만 생성해냅니다 그러한 의도에 따라 컵을 들기 위해 필요한 수많은 근육과 신경시스템과 근막시스템이 수많은 세부적인 움직임들을 만들어내서 결국 컵을 들어올릴수 있게 됩니다 우리는 특정한 근섬유들의 수축이나 신경세포들의 작동 방식에 대해서는 우리의 의식은 일일이 관여하지 않습니다 사실 그러한 세부적인 사항은 인지조차 하기 힘듭니다 우리에 의식에 떠오르는 것은 오직 우리의 "의도"뿐입니다 나머지는 자동으로 처리됩니다 덕분에 우리의 뇌는 매우 효율적으로 움직임을 위한 정보처리를 할 수 있게 됩니다 만약 컵 한번 들어올릴 때마다 그에 필요한 모든 근육들에게 일일이 의도적인 명령을 내려야한다면 커피 한잔 마시는 일은 매우 힘든 일이 될 것입니다 우리의 "의도"는 수많은 미세한 움직임을 위한 매우 추상적이고도 대략적인 지시사항인 셈입니다 그리고 그러한 의도들을 집합체가 곧 의식입니다 내면소통의 핵심은 우리 의식에 떠오르는 다양한 의도들이고, 그러한 의도들의 근원에는 움직임이 있습니다 우리의 의식은 움직임을 위해 존재합니다 의도와 그 결과 발생하는 구체적인 결과로서의 움직임 사이에는 항상 괴리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뿐만아니라 사람마다 학습이나 경험에 따라 특정한 움직임을 위해 서로 다른 의도를 갖게 될 수도 있습니다 즉 의도와 움직임 사이의 관계는 매우 다양할 수 있습니다 특정한 움직임을 위한 가장 올바른 "의도"란 존재하지 않는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움직임을 가르치고 배우는 것이 어려운 근본적인 이유입니다 의도를 가르치는 것은 대부분 효율적이지 못하고 그보다는 의도와 결과간의 관계를 가르쳐야 합니다 즉 의도와 결과간의 다양한 관계를 스스로 수립하고 또 고쳐나갈 수 있는 능력을 키워줘야 하는 것입니다 (출처: 내면소통 475 - 479) 의식의 두 가지 기본 작용에는 의도(intention)와 주의(attention)가 있다 우리가 앞에서 살펴본 내부감각 훈련은 바로 “주의”에 집중함으로써 편도체를 안정시키고자 하는 것이다 편도체 안정화를 위한 또 다른 효과적인 방법은 바로 “의도”에 집중하는 것이다 의식이 지닌 의도는 대부분 움직임과 관련이 있다 모든 의식적인 움직임(행위나 행동)에는 항상 의도가 선행한다 자신의 의도를 늘 스스로 알아차리고 있어야만 자기조절력을 발휘할 수 있다 나의 의도에 집중하여 스스로의 의도를 알아차리고, 특정한 의도를 바탕으로 특정한 움직임을 만들어낼 때 편도체가 안정화될 뿐만 아니라 마음근력과 관련된 mPFC(내측전전두피질)를 중심으로 한 전전두피질과 두정엽의 다양한 네트워크가 활성화된다 의도에 집중하는 훈련의 핵심은 스스로의 움직임에 주의를 집중하는 것이다 특히 고유감각을 기반으로 하는 움직임 훈련은 의도의 능력과 주의의 능력을 동시에 향상시킬 수 있는 매우 효과적인 방법이다 의식의 본질적 내용은 움직임에 대한 의도이기 때문이다 내부감각 훈련이 주의를 중심으로 의도가 가미된 훈련이라면, 고유감각 훈련은 의도를 중심으로 주의가 가미된 훈련이라 할 수 있다 감정조절력을 회복하거나 만성통증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신경계의 능동적 추론 시스템에 변화를 가져와야 하는데, 이는 움직임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움직임이 신경계에 가져다주는 여러 가지 감각정보를 뇌가 새로운 방식으로 해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고유감각 훈련이다 움직임이 내 몸에 시시각각 전해주는 여러 가지 고유감각 정보에 명료한 주의를 보내 자각하는 훈련이 고유감각 훈련이자 움직임 명상이다 움직임의 중요성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몸의 움직임이 뇌의 작용이나 의식과 관련해 어떠한 의미를 지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의식은 자유에너지 원칙, 즉 내적모델을 기반으로 하는 능동적 추론의 오류를 최소화하는 기능을 효율적으로 담당하기 위해 생겨났다 또 마코프 블랭킷 모델을 통해서 살펴봤듯이 의식이 필요한 근본적인 이유는 움직임 때문이다 효율적으로 움직이기 위해서는 하나의 통일된 환경을 바탕으로 다양한 감각정보가 통합되어야 하고, 나의 움직임이 환경이나 대상에 미칠 영향을 예측하기 위한 능동적 추론이 필요하다 의식은 외부 대상에 내적모델을 투사해 능동적 추론을 함으로써 인지한다 우리 뇌가 ‘나’라는 자의식을 만들어낸 이유는 칸트나 사르트르가 생각하는 것처럼 외부적 대상을 투명하게 받아들이기 위해서가 아니다 의식은 움직임을 위해 뇌가 만들어낸 기능이다 의식의 본질은 의도에 있고, 의도의 본질은 의미부여에 있으며, 의미부여의 기반은 능동적 추론에 있다 이러한 의도의 목적은 주어진 환경에서 효율적으로 살아가기 위한 것이다 나의 몸으로 외부 환경과 상호작용하기 위해서다 즉 움직이기 위해서다 움직임은 삶의 핵심이다 움직임을 위해서는 항상 외부 환경에 대한 지각이 필요하다 세상에 대한 지각과 그 속에서의 움직임 간의 효율적인 조정을 위해서 ‘나’라는 자의식이 만들어진 것이다 지나스는 뇌의 존재 이유가 움직임에 있으며 의식은 움직임을 위한 도구라고 단언한다 의식이나 ‘생각’이라는 것은 다름 아닌 내적인 움직임(internalized movement) 그 자체라는 것이다 뇌는 움직임에 앞서 움직임을 위한 사전행위(premotor acts)를 하는데, 생각이 바로 움직임을 위한 사전행위다 온갖 생각과 사유의 본질은 의도와 관련된 스토리텔링이며, 모든 의도의 근원에는 움직임이 있다 뇌과학적 관점에서 보자면 ‘움직임에 대한 의도’와 ‘실제 움직임’은 별개의 시스템에 의해서 작동된다 움직임에 있어서 의도와 실제 움직임 간의 괴리를 발견한 유명한 연구가 있다 뇌종양 환자에 대한 뇌수술은 흔히 두개골을 연 상태에서 환자를 마취상태에서 깨워서 환자의 반응을 보아가며 진행한다 뇌의 여러 부위에 자극을 주고 반응을 확인함으로써 언어 기능 등 중요한 기능에 장애를 발생시킬 우려가 있는 부위는 최대한 절제하지 않고 보존하기 위해서다 개인마다 뇌의 생김새도 조금씩 다르고 각 부위가 관장하는 기능에도 조금씩 차이가 있으므로 실제 뇌 부위에 전기자극을 주어서 잘라내도 괜찮은지를 확인해가면서 수술을 하는 것이다 이러한 뇌수술 환자 일곱 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가 최고의 학술지인 "사이언스"에 발표되었다 이 연구에서는 두정엽과 전운동피질(premotor cortex)이 움직임에 대한 의도나 자각과 어떠한 관련을 지니는지 살펴보았다 피험자들의 오른쪽 두정엽을 자극하자 왼쪽 손・팔・발 등을 움직이고 싶은 의도를 강하게 유발했고, 왼쪽 두정엽을 자극하자 입술을 움직여 말하고자 하는 의도를 유발했다 그리고 두정엽 부위의 자극 강도를 더 세게 했더니 피험자들은 실제로 팔다리나 입술 등 자신의 몸을 움직였다고 인식했다 물론 이러한 부위들은 전혀 움직이지 않았고 어떠한 근육 반응도 나타나지 않았다 한편 전운동피질 부위를 마찬가지로 자극했더니 실제로 팔다리나 입술의 움직임이 나타났다 그러나 실제로 움직였음에도 불구하고 피험자들은 자신이 팔다리나 입술을 움직이고 싶다는 의도를 전혀 느끼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움직였다는 사실 자체를 자각하지 못했다 이 실험 결과는 움직임에 대한 의도나 자각은 두정엽에서 처리되고 실제 움직임은 전운동피질에서 처리된다는 것을 확실하게 보여준다 다시 말해 실제로는 움직이지 않았음에도 움직임에 대한 의도가 유발되고 움직였다는 인식까지 했으며, 또 반대로 움직이려는 의도도 없고 움직임을 자각하지 못하는 상태에서도 실제로는 팔다리를 움직일 수 있었다 이처럼 움직임에 대한 의도와 실제 움직임은 뇌의 별도 시스템에서 처리되는 개별적인 기능이며 둘 사이에는 언제든 괴리가 있을 수 있다 그런데 일상생활에서의 경험을 통해서 우리가 스스로 이러한 괴리를 알아차리는 것은 불가능하다 우리의 의식은 그러한 차이를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덕분에 우리는 내가 의도한 대로 나의 몸을 움직일 수 있고 통제할 수 있다는 착각 속에서 산다 사실 이러한 착각이야말로 내가 나의 움직임을 통해 환경을 통제할 수 있다고 믿는 자의식의 본질적인 모습이며, 그 덕분에 ‘자아’라는 의식 자체가 존재할 수 있다 나는 내 의도에 따라 언제든 내 손을 들 수도 있고 내릴 수도 있다는 느낌이 ‘나’라는 자의식의 근원인 것이다 움직임 명상을 통해 우리는 움직임을 새롭게 자각할 수 있을 것이고, 이를 계기로 ‘진짜 나’의 본모습에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 #내면소통 #명상 #내면소통명상 #고유감각훈련 #의도 #의식 #propriocep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