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스승의 꽃밭 _ 詩홍계숙(낭송 이온겸)

참스승의 꽃밭 _ 詩홍계숙(낭송 이온겸)

참스승의 꽃밭 시 홍계숙 낭송 이온겸 들풀 무성한 들판에 단비 내리고 키 작은 바람 뛰어놀더니 당신 뿌리신 빼곡한 씨앗이 이즈음 어여쁜 꽃밭이 되었습니다 첫사랑 같은 풍경들이 아슴아슴 스쳐 지나고 당신이 일구신 꽃밭, 열정 가득한 계절을 따라 거닐어 봅니다 라일락 향기 그윽한 오월, 벌 나비 이윽한 봄날을 지나서 폭풍우 휩쓸고 간 어느 여름날, 꽃들의 안부는 빗방울 되어 애태우던 당신 창에 부딪칩니다 아기단풍 활짝 웃던 등굣길에 오르면 소국의 향기가 따라서 언덕길을 오르고 어느 겨울날엔 어린 꽃들 재잘거림이 하얀 눈발이 되어 운동장 아득히 흩날렸습니다 당신 손길이 꽃밭 그늘까지 골고루 따사로운 햇살로 감싸면 어느새 탁, 탁, 꽃망울 터지던 교정을 다정한 걸음걸음 둥글고 환한 웃음이 앞서고 항아리 연못 물 개구리밥 같은 보슬보슬한 웃음이 뒤따라 걷습니다 강산 네 개의 고갯마루를 굽이굽이 넘어오신 그 길의 끝자락, 가장 빛나는 햇살로 머무신 이곳에 하얀 그리움이, 당신의 안부가 봄이면 꽃잎으로 여름엔 소낙비 되어 유리창을 두드리고 가을이면 고운 낙엽으로 겨울엔 함박눈 되어 소복소복 쌓이겠지요 지금 우리는 꽃밭의 한가운데에서 헤어지는 연습과 다시 만날 약속을 합니다 여전히 빛나는 당신을 사랑하고도 향기로운 이 꽃밭을 떠나보내기가 이토록 힘겹습니다 죽비같이 내려앉는 폭설을 지나 회초리 같은 소나기 속을 묵묵히 지나 단단한 공명통으로 부르신 당신의 노래, 그 올곧은 바람으로 장미 나무에는 고운 장미꽃을 목련 나무에는 아름다운 목련꽃을 소나무에는 강인한 솔방울을 피우렵니다 이제 저마다의 가지에서 저만의 빛깔로 꽃을 피우렵니다 이 겨울 언 땅속에 묻힌 꽃씨의 가슴 콩닥이는 소리 들리는지요 당신은 빛나는 고삐 한 자락 거칠어진 두 손에 말아 쥐고서 눈밭 위에 눈부신 새 길을 활짝 열고 계십니다 배경음악 : Daniel Shafran - Nocturne E Major, Op.9-2 (Chopin) 사진제공 : 정준원선생님, 장영심선생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