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대담] 오월 영령 위로하는 1인극 ‘환생굿’ / KBS 2024.04.24.
[앵커] 역사는 수많은 헌신과 희생 속에 만들어집니다 하지만 누군가는 그 이름조차 남기지 못합니다 80년 5월 광주에서 이름을 남길 수 없었던 여성들을 조명한 연극이 있습니다 이 극을 직접 쓰고 출연한 성우이자 배우 지정남 선생님 모셨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저희 KBS에서는 굉장히 친근하게 자주 뵙습니다 또 남도지오그래피를 통해서 항상 너무 친숙한 목소리예요 나와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답변] 감사합니다 저도 뉴스 7, 저는 개인적으로 '뉴스칠' 이라고 읽는데요 항상 애청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출연하게 돼서 너무 떨립니다 [앵커] 최근에 특별한 공연을 준비하고 계시고 또 실제로 하고 계셔서 그래서 이 자리에 모셨습니다 내용을 직접 설명해 주실 수 있습니까? [답변] 이것은 환생굿이라는 작품인데요 원래 환생굿이라는 장르는 없어요 창작 굿입니다 그래서 3명의 여성이 나오는데 초짜 무당이 5 18 당시에 만났던 두 여성, 이름 없이 사라진 두 여성이 굿을 의뢰하고 또 망자가 됐는데 환생을 거부한다는 이야기예요 [앵커] 벌써 매진된 회차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답변] 광주에서 26, 27일 민들레 소극장에서 공연을 하는데요 감사하게도 다 매진입니다 [앵커] 지금 특별히 1인극을 차용하신 이유가 있습니까? [답변] 우리가 80년 5 18 하면 역사적으로 굉장히 큰 이야기이고 다 아시긴 합니다마는 이게 개인적인 피부로 와닿지는 않지 않습니까? 그리고 실질적으로 특히 시민군들 뒤에서 물떠다 나르고 김밥하고 시약 나르던 여성들의 이야기는 조명이 되지 않은 것 같아서 역사 안에 개인으로 이야기를 하다 보면 내 이야기구나 할 것 같아서 개인의 서사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앵커] 알겠습니다 그 굿을 소재로 한 연극 공연 그다음에 영화도 꽤 있습니다 그런데 80년 5월 망자들을 상대로 하는 굿이잖아요 이건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을까요? [답변] 너무 국가폭력으로 인해서 진짜 말도 안 되게 돌아가셨는데 많은 굿은, 원래 굿은 이렇게 극락왕생을 바라는데요 이번 환생굿에서는 극락왕생하시는 분들이 다시 우리 현 세계로 와서 함께 촛불을 들고 함께 외침을 하는 것이 환생 아니냐라는 생각에서 그 굿을 선택을 했습니다 환생굿 [앵커] 이번 환생굿을 위해서 특별하게 배우신 굿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답변] 화순 능주 씻김굿인데요 씻김굿 하면 진도만 아실 거예요 근데 전라도는 각 지역에 씻김굿이 있습니다 가깝기도 하고 잘 모르는 분들도 계셔서 능주 씻김굿을 일년 정도 배웠습니다 [앵커] 그러면 그 대목 중에 혹시 한 번 보여주실 수 있을까요? [답변] 평상시에 제 호가 엿장수 목구멍(엿장시 목구녕)입니다 소리를 잘 못하기 때문에 많은 양해 부탁드리면서 첫 소절이에요 "사람이 돼야 오실라믄 성인군자가 돼야 오고 인간이 돼야 오실라믄 나라 충신이 돼야 오소사제 그제천나무아미타불" 아이고 부끄럽습니다 [앵커] 감사합니다 이걸 마당극으로도 풀어내셨잖아요 이 마당극의 장점은 이게 관객의 역할이 굉장히 중요할 것 같아요 [답변] 예, 이번 작품에도 관객의 역할이 굉장히 큽니다 중반 이후부터는 다 함께 만들어 가는 거거든요 관객이 쉴 틈이 없어요 이렇게 보시는 걸로 되는 게 아니고, 뭣도 꽃도 만들어야 되고 같이 들어야 되고 그리고 여러 여성 혼백들이 환생하시는 데 함께 하셔야 돼요 그래서 아마 계속 왔다 갔다 앉았다 일어났다 하셔야 되는 그런 공연입니다 [앵커] 그러면 어떻게 보면 1인극이지만 어쩔 때는 20인극이 될 수도 있고, [답변] 100인극이 될 수도 있고 [앵커] 마당극의 장점이 그런 게 있네요 [답변] 원래 마당극이 마당에서 하는 거잖아요 무대가 없기 때문에 손잡고 바로 나가면 되는 형식이라서 제가 사랑하는 장르이기도 합니다 [앵커] 기대가 됩니다 알겠습니다 지정남 선생님께서는 사실 놀이패 '신명'을 비롯해서 30년 넘게 지금 배우로 활동을 해오고 계시죠 그러면서도 사실 저희로서는 세월호 광주시민상주모임에서도 활동하고 계시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지금 5 18이 44주년을 앞둔 지금 배우 지정남에게 또 시민활동가, 시민운동가 지정남 씨께 세월호와 5 18을 기억하는 방식은 어떤 것이 궁금합니다 [답변] 정말 가슴 아픈 이야기이고 하는데 그냥 한 발 떨어져 버리면 이게 계속 가슴 아픈 역사로만 남는데, 가까이 또 살아남은 생존자나 유가족분들과 가까이 어깨를 가까이 하다 보면 내 이야기가 되고 또 환생하신 분들이, 제 개인적인 생각입니다마는 환생하신 분들이랑 같이 걷다 걷는다 하면 훨씬 더 든든하지 않을까 '연대'를 이야기하는 거거든요 계속 기억해야 되는 투쟁을 환생으로 상정을 한 거고요 그래서 함께 손잡고 갈 때 기억하는 방식은 더 또렷해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앵커] 지금 기억하고 연대를 말씀을 하셨어요 그러면 이 사회가 이 아픔들을 어떻게 기억하길 바라십니까? [답변] 이태원 참사 유가족분들을 봤을 때 동떨어진, 지금 혼자 너무 외로운 싸움을 하고 계시더라고요 먼저 손내밀고 다 같이 사는 방법이거든요 결국에는 손을 잡아야 됩니다 연대가 가장 큰 기억의 방식 아닐까 싶습니다 [앵커] 알겠습니다 환생은 그야말로 생을 다시 사는 것도 있을 수 있겠지만, 기억하고 연대해서 함께 살아가는 생이라는 그런 말씀인 것 같습니다 오늘 출연해 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꼭 다음 기회에 공연 직접 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답변] 고맙습니다 [앵커] 알겠습니다 환생굿을 통해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를 기억하는 시간 마련해 주셨습니다 지정남 선생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