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현의 편지#50] 유난스러움에 대한 변명 _ 음악회 준비
요즘 저는 음악회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영원히 계속 될 것만 같던 역병의 시절을 견뎌온 저와 저의 음악을 좋아 해 주는 분들을 위해서 다시 용기를 내기로 했습니다 오랜만에 게으른 손가락을 바삐 움직여 피아노를 연습하고 꺼내 본지 너무나 오래되 살짝 누렇게 된 종이 오선지를 꺼내고 문방구에 가서 자와 사보용 연필 그리고 연필 깎는 칼을 샀습니다 ‘사라락 사라락’ 연필 끝을 칼로 다듬고 오선지에 자를 대고 선을 긋고 뭔가 경건한 의식을 치루는 기분으로 물 한모금을 마시고 빈 악보를 가만히 들여다 봅니다 누군가는 ‘왜 요즘 같은 시대에 굳이 종이에 연필로 악보를 그리고 있느냐?’고 물어 보는 이도 있었습니다 그러게 난 왜 이러고 있을까? 하긴 요즘은 머리 속에 상상하는 선율을 컴퓨터로 쉽게 구현 할 수 있는 시대인데 말입니다 그런데 지금 제가 구현하고 싶은 음악은 유별나고 불편하지만 오선지에 손으로 꾹꾹 힘을 들여 선율을 그려가는 것이 맞는게 아닌가? 아니 그렇게 믿고 싶습니다 제가 노래 한 곡을 편곡 하려면 몸을 잔뜩 구부정하게 하고 건반을 눌러가며 음을 확인하고 그렸던 음표를 지우개로 지웠다 다시 그렸다를 여러번, 그러다 보면 어깨며 목이며 잔뜩 굳어져 뭔가 대단한 노동을 하고 난 사람처럼 녹초가 되곤 합니다 편지를 쓰다보니 이제 알 것 같습니다 제가 이런 유난스러운 수고를 자처하는 이유 요즘 같은 시절에 굳이 저의 음악을 들으시겠다고 오시는 분들에게 이렇게라도 고마운 마음,작은 정성을 표현하고 싶어서가 아닐까? 2022년 4월 29일 푸른 밤 가족들에게 김도현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