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의 단상] 소년이 온다 - 한강

[독서의 단상] 소년이 온다 - 한강

뉴스를 챙겨보시는 분이라면 얼마 전 이런 기사를 보셨을 겁니다 '국과수, 5 18 당시 헬기 사격 결론… 37년만에 공식화’ 여러분에게 1980년 5월의 광주는 어떻게 기억되고 있나요? 여기에, 그날의 광주를 그린 소설이 한 권 있습니다 대통령이라는 자리는 우리가 각자의 권력을 그에게 위임함으로써 성립합니다 그날의 광주에서, 권력을 위임받은 자는 그 권력을 이용해 국가의 주인들을 죽이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알려져있지요 도시는 폐쇄되었고 시민들은 죽어갔습니다 죽지 않은 시민들은 여러가지 방법으로 억압당하고, 저항을 저지당하지요 이 광경 앞에서 우리는 묻게 됩니다 "인간이란 무엇인가 인간이 무엇이지 않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 우리가 살인을 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제일 쉬운 설명은, 내가 살해당하고 싶지 않기 때문에 나도 남을 살해하지 않는다는 설명일 겁니다 이걸 황금률이라고 부릅니다 그런데 이 설명은 왠지 조금 부족해보입니다 클리블랜드 총기 난사 사건의 범인 중 한 명인 딜런 클리볼드는, 자살하고 싶었기 때문에 학우들을 주저없이 총으로 쏘고 마지막으로 자신을 죽였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살인을 금지할까요? 우리는 늘 우리가 하는 행동에 본능적으로 이유를 붙이고자 합니다 내가 너에게 화를 내는 이유는 내가 너의 친구라서, 연인이라서, 부모라서, 선생님이라서 그래, 라고 말하고 싶어하죠 이러한 정체성을 철학자 코스가드는 ‘실천적 정체성’이라고 부릅니다 이 모든 실천적 정체성 아래에 인간으로서의 실천적 정체성이 있습니다 다시 말해, 내가 나를 인간성을 지닌 존재로 대우해야 한다는 뜻이죠 내가 나를 그렇게 대할 때, 나는 타인 역시 인간성을 지닌 하나의 존재로 대해야 합니다 인간성을 지닌다는 것은 다시 말해, 단지 수단이 아닌 목적으로 대우받아야 한다는 뜻입니다 그렇게 코스가드는 우리가 오로지 인간이기에 필연적으로 도출되는 도덕이 있다고 주장합니다 인간을 단지 수단이 아닌 목적으로 대하라 칸트의 유명한 말이죠 우리가 이 말을 포기할 때, 오로지 인간이기에 지켜야 하는 존엄이 있음을 포기할 때, 우리는 이 물음에 답할 수 없게 될지도 모릅니다 “인간이란 무엇인가 인간이 무엇이지 않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 소년이 온다는 그 자리에 있었던 한 명 한 명의 사람들, ‘시민’이라는 이름으로 환원될 수 없는 개인의 삶이 이 거대한 비극 앞에서 어떻게 무너졌고, 또한 어떻게 버텼는가를 생생히 보여줍니다 하늘에서 총알이 쏟아지던 날, 인간에게는 무슨 일이 있었는가 인간의 존엄성에는 무슨 일이 벌어졌는가 한 등장인물의 처절한 물음으로 답을 갈음하겠습니다 Kevin MacLeod의 Heartbreaking은(는) Creative Commons Attribution 라이선스( 따라 라이선스가 부여됩니다 출처: 아티스트: Chris Zabriskie의 I Am a Man Who Will Fight for Your Honor은(는) Creative Commons Attribution 라이선스( 따라 라이선스가 부여됩니다 출처: 아티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