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본철교수-종교다원주의의 정체-세계교회사 핫이슈35-성령론
1914년에 제 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고, 더우기 1918년 이후의 시기는 새로 시작된 무장 충돌에 대한 두려움과 더불어 경제적 위기의 시대를 맞게 되었다 진보주의적 사상이나 낙관론(樂觀論)은 여지없이 무너져버리고, 그 자리를 실존주의(實存主義)가 대치하게 되었다 실존주의는 주체적 인간의 독자적인 생존의 사실, 즉 인간에게 가장 근원적인 존재 사실의 의미를 강조하는 데에 중점을 두었으며, 그 대표자들로는 키케가르(Kierkegaard), 하이데거(M Heidegger), 야스퍼스(K Jaspers) 그리고 사르트르(P Sartre) 등을 들 수 있다 그런가 하면 세속적 인본주의(humanism) 현재 전 세계인들이 앓고 있는 극한 질병이다 인본주의가 많은 이들의 지배적 관념체계를 이루고 있다 많은 교회들 속에 민주주의와 합리주의의 열풍이 하나님의 주권과 통치의 자리를 위협하고 있다 21세기를 맞이한 현대 북미와 유럽의 교회들은 전에는 기독교 종주국(宗主國)이었던 그들 지역에서 기독교인의 수가 실제적으로 감소하고 있다는 사실을 잘 믿으려 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같은 현상은 19세기 이후 서구 유럽의 세속화와 동구 유럽의 공산주의 그리고 미국의 물질주의로 말미암아 두드러지게 나타난 결과이다 기독교의 복음을 저해하는 가장 심각한 현대의 사조(思潮)는 종교다원주의(宗敎多元主義; Religious Pluralism)이다 근세에 들어와서 적지않은 신학자들이 그동안 기독교회에서 줄곧 고수해 온 타종교에 대한 배타적이고도 폐쇄적인 태도에 대해 재고해야 할 필요성을 역설해 왔다 이같은 요인은 무엇보다도 과학의 발달로 인해 타종교와 문화에 대한 정보와 만남의 폭이 확대된 데에 기인한다 전에는 서양사상이 여러 경로를 통해 동양으로 들어갔던 것과 마찬가지로, 이제는 선(禪), 요가, 초월적 명상, 단(丹) 등과 같은 운동을 포함한 동양종교들의 소종파(小宗派)운동들이 서양인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동양의 종교들은 아직 이슬람교만큼은 성공을 거두지 못하고 있으나, 그것은 또한 독특한 성격으로 서구 세계와 기독교계에 침투해 들어오고 있다 특히 뉴 에이지 운동(New Age Movement)과 종교다원주의적인 조류를 타고 기독교문화와 사상의 많은 부분에 심각한 영향을 주고 있다 로만 카톨릭에서는 제2차 바티칸공의회 이후 타종교의 구원문제에 대해 매우 긍정적인 태도를 보여오고 있다 「제 2차 바티칸공의회 문헌」, “非그리스도敎에 관한 선언”(Nostra aetate), 607-12 그리고 개신교에서는 WCC 중앙위원회에서 1971년 타종교와의 고무적인 대화를 목적으로 대화소분과(DIF)를 설정했다 그리고 1977년에는 ‘공동체에서의 대화’라는 주제로 세계적인 규모의 회의를 조직하게 되었다 그 후로부터 지금까지 많은 신학자들과 종교학자들이 ‘종교간의 대화’에 촛점을 맟춰 연구를 해오고 있다 그리고 정교회(Orthodox Church) 신학자들은 전통적으로 서구신학자보다 종교다원주의를 더 많이 수용해 왔다 이는 고대교회 당시에도 알렉산드리아(Alexandria) 학파의 크레멘트(Clement)와 오리겐(Origen)의 사상이 북아프리카학파 교부들보다 훨씬 진보적이었던 예를 들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마이엔돌프(John Meyenodoff)는 헬라 정교회의 타종교에 대한 태도에 대해서 말하기를, 그들은 “다른 종교들도 인간을 신성한 삶으로 끌어 올리려는 같은 목적을 가지고 있는 한, 하나님의 세계안에 있는 하나님의 도구로 인정한다” John Meyendorf, "The Christian Gospel and Social Responsibility", E F Church & T Geroge(eds ), Continuity and Discontinuity in Church History(Leiden: E J Brill, 1979), 123 고 하였다 현대 심리학의 영역에서 종교혼합주의적 동력을 제공한 사람으로는 융(Carl Gustav Jüng)을 들 수 있다 그는 프로이드의 잠재의식설(潛在意識說)을 극복하고 집단무의식(集團無意識)을 주장하였다 그는 다양한 종교들을 신비 체험(numinosm)을 통하여 변화하게 된 의식의 독특한 태도로서, 언제나 동일하다고 보았는데, Carl G Jüng, The Psychology and Religion: West and East(Princeton: Univ Press, 1977), 8 이는 사도 바울의 그리스도 내주(內住) 사상이나, 도교에서 말하는 도(道)나, 그리스 철학에서의 로고스(λογος)를 모두 동일한 심리적 현상으로 본 것이다 이같은 융의 심리학은 종교적 혼합주의를 만들어내는데 있어서 하나의 공식처럼 인용되고 있다 20세기에 들어오면서 종교적 상대주의(宗敎的 相對主義)의 개념에다가 트렐취(Troeltsch)의 진화론적 진보의 이론이 부가되었다 인류가 겪어온 모든 역사가 완전히 진화론적으로 운동하고 있기 때문에, 모든 종교현상 역시 배제할 수 없다고 그는 보았다 Ernst Troeltsch, "The Place of Christianity Among the World Religions" 그러므로 절대적인 타당성이란 기독교든 어떤 종교이든 간에 주장될 수 없으며, 진리란 단지 자기의 문화나 종교에 있어서만 진리일 뿐이라는 것이다 이와 같은 종교적 진화사상은 필연적으로 기독교의 절대성을 거부하게 됨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