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일제주인 100년] ⑧ 4.3의 굴레, 사라진 기록
재일제주인들의 고향사랑, 그 중에서 교육기부를 조명해보는 기획뉴스 8번째 순서입니다. 조천읍 신촌초등학교는 4.3으로 소실된 후 1950년에 재건됐습니다. 학교 설립은 고 이호구 선생의 주도로 이뤄졌지만 4.3 이후 모든 기록은 사라졌습니다. 고 이호구 선생이 무장대 이덕구의 형이라는 이유 때문은 아니었을지 연구와 재조명이 필요해 보입니다. 최형석 기자의 보도입니다. 일제시대인 1943년 신촌사설강습소에서 출발해 광복후인 1945년 9월 정식 설립 인가를 받아 개교한 신촌초등학교. 1949년 1월 19일 4.3으로 소실된 이후 이듬해 재일제주인 고 김경택 선생의 기부로 재건됐습니다. 초기 학교 설립은 일본에서 사업을 하면서 독립운동 자금을 지원한 사실이 발각돼 추방되다시피 고향 신촌으로 돌아온 고 이호구 선생이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김행구 조천읍 신촌리(93세)] "네 많이들. 호구 삼촌네들이 많이 협조를 해가지고... 성림씨네..." 하지만 그 기록은 4.3과 함께 사라졌습니다. 광복 이후 정식 인가를 받은 것도 당시 도청에서 근무하던 이호구 선생의 장남의 역할이 컸지만 이 역시 기록이 남아있지 않습니다. [이명자 고 이호구 선생 손녀] "할아버지가 세웠다는 게 다른 사람이 다 한걸로 되어있고, 학교 공립으로 해온 것도 다른 사람이 한걸로 되어 있고 그렇게 하니까 좀 속상했죠." 이호구 선생은 일본에서 고향에 돌아온 후 신촌리장을 맡을 정도로 덕망이 높았다고 전해집니다. 그러나 이렇게 기록을 찾아볼 수 없는 이유는 선생의 늦둥이 막냇동생이 4.3 당시 무장대 사령관인 이덕구였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70여 년 세월이 흘렀지만 아직도 마을에서는 사실을 알면서도 그 이름 조차 쉽게 꺼내지 않는 분위기입니다. [이문자 고 이호구 선생 둘째 딸(미국 거주, 85세)] "너무나도 그 흔적이 없다는 거는 믿을 수가 없어요. 나도 지금 그때 기억이 생생한데 왜 아버지 이름이 없어져요?. 그래도 동네 어르신 분들이 계시고 그랬을 텐데." 이호구 선생의 유족들은 신촌초등학교 건물도 무장대가 아닌 군경에 의해 소실됐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당시 마을에서 이덕구 일가 집들만 불에 탔다는 게 한 증거라는 입장입니다. 얼마 떨어지지 않은 북촌리에서 무장한 군인들에 의해 가옥 300여 동이 불에 타고 많은 주민들이 학살당한 사건이 발생한게 이틀 전이었습니다. [이명자 고 이호구 선생 손녀] "그때 경찰에서 불을 태우고 그날 같이 저희 할아버지, 작은 할아버지네 집 다섯채를 같이 불태웠거든요. 그러면 그것만 봐도 아예 학교를 불만 태우지 왜 우리 집까지 불태우겠습니까..." 4.3의 굴레로 사라진 기록과 뒤바뀐 기억. 교육을 통해 어려운 시대를 넘고자 했던 이호구 선생의 업적은 이제 제대로 연구되고 조명돼야 할 때입니다. KCTV뉴스 최형석입니다. (영상취재 현광훈) ▶ 뉴스제보 : 070.8145.7766 / 064.741.7766 ▶ 카카오톡 : KCTV뉴스7 #제주시_서귀포시 #뉴스 #kctv제주 #4.3 #사라진_기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