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할배 산소 우에다가 정승이 요디(여기)를 눌린다 카이, 내가 입이라도 뗐다간 죽어삐고, 어째 할 방도가 없지 않나.  #지혜의이야기 #옛날이야기 #설화교훈

너 할배 산소 우에다가 정승이 요디(여기)를 눌린다 카이, 내가 입이라도 뗐다간 죽어삐고, 어째 할 방도가 없지 않나. #지혜의이야기 #옛날이야기 #설화교훈

정승을 누른 어린이의 지혜 정승이 어느 엄청난 명산에 무덤을 쓰겠다고 하니, 이게 소문이 나면서 난리가 난 거지. 정승이 자기 무덤을 그 뒤에 있던 다른 사람 무덤의 꼬리 부분에 눌러 새로 무덤을 만들려 한다고 말이야. 그 소문 때문에 어르신이 밥도 못 먹고 한숨만 쉬는 거야. 그런데 그 집 열두 살 먹은 아들이 묻더라. “아부지, 왜 밥을 안 잡숫니껴?” “야야! 너 할배 산소 우에다가 정승이 요디(여기)를 눌린다 카이, 내가 입이라도 뗐다간 죽어삐고, 어째 할 방도가 없지 않나. 내가 자슥인데….” 그러니까 아들이 “에이고! 아부지 참, 그런 걱정 마이소. 제가 알아서 할 테니께.” “니가 열두 살 먹은 게 뭘 알아서 한다꼬?” “글쎄 아부지, 걱정 말라 안 했습니까!” 그 뒤에 어떤 난리가 났는고 하니, 사람들이 일산(日傘)을 쓰고 몰려들고, 징도 치고, 나팔도 불고, 아주 난리 법석이었지. 그런데 그 아들이 빨간 띠를 두르고 작은 몸으로 정승 앞에 가더니 인사를 딱 하는 거야. “나는 이 아래에 사는 소동(小童)입니다.” 정승도 아무리 높은 양반이어도, 부모님 일 때문에 온 어린아이의 인사를 안 받을 수는 없었겠지. “나는 이 아래에 사는 소동인데, 여기 있는 이 무덤은 우리 조부님의 산소입니다. 우리 아버지는 집에 계시고요. 시방(지금) 대감님이 쓰려고 하는 이 자리는 터(묘터)가 임금이 내린 땅입니다. 그래서 우리도 여기 손대지 못했어요.” [큰 소리로] 이렇게 딱 말하고, 아이는 돌아가버렸지. 정승이 그 말을 듣고 나서 가마에 앉아서 한참 고민하더니, [빠르게] “한 번만 더 내가 권리를 부리면 역적으로 몰릴 것이고….” 이러면서 고마(그냥) 도망을 쳐버린 거야. 그게, 정승이 머리가 좋았던 게지. 잘못했다간 역적으로 몰려서 삼족이 멸했을 테니 말이야. 그러면서 아이가 다시 말하더라고. “여기는 묘를 쓰면 임금이 날 터이고, 여기는 묘를 쓰면 정승이 날 터라고 해서, 우리 아버지는 여기 쓰려다 결국 아래쪽에 썼습니다.” 그 후로 이 땅에서 아무 일도 없었고, 정승도 문제 삼지 않고 지나갔지. 나라에 고발이라도 했으면 어땠겠나? 그야말로 대번에 역적으로 몰려 능지처참 당했을 게다. [본래 톤으로 돌아와서] 그러니까, 사람이 크다고 머리가 무조건 좋은 것도 아니고, 작다고 없는 것도 아니란 말이야. 그 작은 아이도 그런 지혜를 발휘했잖아. 알겠나? [청중: 예.] 안 그랬으면 그 집 어르신은 꼼짝없이 당했을 게다. [청중: 무덤 위에 썼겠지?] 맞지. 제목 : 정승을 누른 어린이의 지혜 조사장소 : 경상북도 봉화군 봉화읍 조사일시 : 1982.05.29. 제보자 : 우홍태. 이 이야기는 설화의 원문을 현대적이고 이해하기 쉬운 표현으로 재구성하였으며, 옛 어체와 사투리를 자연스럽게 풀어냈습니다. 또한, 설화 속에 담긴 교훈을 함께 담아내어 새로운 이야기로 만들어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