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감춘 땅] 대둔산 석천암
충남 논산시 벌곡면 수락리 충남과 전북에 걸쳐 병풍 같은 화강암의 빼어난 기세를 내보였던 대둔산은 옛부터 '호남의 금강산'으로 불렸다 대둔산(大屯山)의 '둔'은 머무를 둔 또는 싹틀 둔자다 그러므로 크게 머물거나 크게 싹튼다고 해석할 수 있다 동양학의 제왕 '주역'에선 하늘(중천건)과 땅(중지곤) 이후 세 번째로 둔(수뢰둔)괘를 두었다 하늘과 땅이 문을 연 뒤에 만물이 생겨나며, 무엇이든 태어날 때는 그 진통이 있게 마련이고, 아직은 머물러 있어야하므로 세 번째로 둔괘를 두었다는 게 주역의 대가인 대산 김석진(80) 선생의 해석이다 그래서일까 하늘과 땅이 응결한 듯한 강렬한 에너지가 넘치는 화강암 곳곳엔 '머물며 응전한' 진통의 흔적이 역력하다 임진왜란 때 왜군과 대접전을 벌인 이치와 웅치가 대둔산 일대이고, 우금치 전투에서 패한 동학군이 쫓겨 와 최후의 항전을 벌인 곳도, 6·25때 분단 이후 귀로가 차단된 북한군이 1955년까지 잔류해 남북군의 치열한 전투로 젊은이 3천여 명의 피가 얼룩진 곳도 이곳이다 (중략) 관련기사: 유·불·선 머물고 싹 틔운 초라한 집 한 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