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예감 오프닝] 내게 위안이던 검정 고무신은 왜 누군가의 아픔이 됐을까?
[오프닝-3월14일(화)] 안녕하십니까, 김방희입니다 1969년 서울 마포 한 가족의 일상은, 먼 지방에서의 제 삶과 크게 다르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기영이와 기철이 형제가 하던 놀이가 저와 다르지 않았고 초등학교 입학하면서 처음 운동화를 선물받기 전까지, 내내 검정 고무신을 신었던 것조차 비슷했으니까요 기성세대의 ‘라떼는’ 하는 추억담을 늘어놓으려는 건 아닙니다 우리 세대에 위안을 안겼던 한 작가의 비극적 죽음을 추모하고, 이 일에서 우리가 얻을 교훈은 없을까 해서입니다 네 지난 11일 타계한 [검정 고무신] 이우영 작가 얘기입니다 그를 힘들게 했던 저작권 분쟁의 내막은 좀 복잡합니다 1992년부터 2006년까지 한 만화 잡지에 장기 연재된 [검정 고무신] 의 저작권은 글을 쓴 작가와 그림을 그린 이우영 작가 둘에 있었습니다 이를 한 출판사가 기간조차 제대로 정하지 않은 헐값에 사들였고, 애니메이션과 극장판이 제작되면서 정작 그림 작가가 배제된 거죠 그 과정에서 소송을 제기하니까, 역소송을 제기했고 스토리 작가 역시 해당 출판사 측과 소송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계약서 조항에 대한 판단은 제 몫이 아닙니다 권리관계를 분명히 이해 못한 작가의 잘못일 수도, 아니면 작가가 둘이라는 구조를 파고든 출판사의 덫일 수도 있겠죠 하지만 내가 창조해낸 캐릭터가, 제가 모르는 치킨 브랜드 같은 수익 사업에 쓰이는 것을 확인하는 심정은 어땠겠습니까 실은 이런 일이 우리 주변에서 종종 벌어집니다 장사 잘 하고 있으면 프랜차이즈 사업 벌여준다고 계약서 들고 오죠 훨씬 싼 값에 사고, 비싼 값에 팔게 해준다고 계약서부터 들이밉니다 저도 계약서 자구보다 사람부터 보는 편이라 이런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계약서만큼은 정말 목숨을 건다는 심정으로 읽고 따져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