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죽음, 강미자 노래

시인의 죽음, 강미자 노래

소프라노 강미자 초청독창회 (피아노 강우성) 예술의전당 IBK홀 2017년 6월 6일 20:00 강미자 Mi-ja Kang, soprano 이화여중, 서울예고, 서울음대 졸업 Oren Brown(Juilliard 교수) 과 Tony Hartman Management 초청으로 도미(1980) Juilliard음대 및 전문연주과정 졸업(재학시 오페라 ‘라보엠’에서 미미 역 출연) 사사 Oren Brown 교수(1980-1990), 이경숙 교수(서울대 음대 교수) 코치 Eugene Khone(전 Met. 부지휘자), Kenneth Merrill(Julliard 교수) 반주자 겸 코치 Oren Brown 저서, ‘Discover Your Voice’ 에 가장 인상적인 제자로 소개됨 독창회 뉴욕Carnegie Recital Hall(1982 뉴욕타임즈 격찬), Merkin Concert Hall(4회, 뉴욕타임즈 격찬), Lincoln Center Alice Tully Hall(완전매진), 베를린 KonzertHaus(1998), 워싱톤D.C., Providence, New Orleans, 캐나다 Vancouver, Ottawa(Jewish Community 초청), 시카고(2005), LA(Zipper Hall 2004), 서울예술의전당 Concert Hall(2회), 호암아트홀(2회), LG아트센터, 세종문화회관 체임버홀(2010), 울산 KBS홀, 마산 MBC홀 등에서 30여회 오케스트라 협연 펜실바니아 Scranton 오케스트라, 필라델피아오케스트라, 모스코바, 헝가리(Budapest 및 Savaria오케스트라), 체코(Budweiser오케스트라),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런던심포니오케스트라(지휘 Colin Davis)와 CD 녹음 독일 라이프치히게반트하우스오케스트라(지휘 Martin Fischer-Dieskau) 와 CD 녹음 오페라 출연 뉴저지 "Opera at Flohram"(오페라단)에서 ‘Turandot’ Liu역 88 올림픽기념오페라 초청공연(국제오페라단) ‘라보엠’에서 미미 역 LA 88올림픽기념음악회초청연주(Music Center) 88 올림픽축제 1월 1일뉴욕 Central Park에서 백남준과 함께 TV 출연 국내 TV, 가곡의 밤, 해외순회공연 최다 출연 수상 American Opera Audition 최종입상(1986), 한국방송대상수상(1992) 성악부분 음반 강미자 애창곡 독집 제1집~제4집, 강미자 성가곡집, 강미자 명곡 선집 경력 서울예고 강사(1975-1979), 뉴욕신학대학 종교음악과 강사(1986-1987), 경남대 교수(1990-2006), UCLA 방문교수(2004-2006) 현재 경남대학교 명예교수(LA 거주) Review 저녁 산들바람처럼 부드럽게 소프라노 강미자 초청독창회 청중들과 교감하는 독특한 재능의 성악가 소프라노 강미자가 다시 우리 앞에 섰다. 2010년 12월 12일 세종문화회관 체임버홀 독창회 이후 7년 만에 한국 팬들 앞에 선 무대였다. 이번 무대는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이었다. 강미자는 지난 6월 6일 열린 독창회에서 7년이라는 시간의 의미가 결코 공백이 아니었음을 깨닫게 해줬다. 그녀의 목소리는 여전히 원숙했고 노래는 빛을 뿜어냈다. 노래는 발성과 창법으로 이뤄진다. 일흔 넷이라는 나이가 믿어지지 않을 만큼 성대는 건강했고 창법엔 혼(魂)이 실려 있었다. 따라서 이날 독창회는 마치 마법처럼 청중들을 빨아들였다. 경지에 이른 성악가에게서 볼 수 있는 황홀한 아우라(Aura)였다. 줄리어드 시절, 스승이었던 오렌 브라운(Oren Brown, 1909~2004) 교수는 자신의 저서인 ‘Discover Your Voice'에 “청중들과 교감할 수 있는 독특한 재능을 갖고 있다”고 강미자에 대해서 써놓았다. 필자는 오렌 브라운 교수가 마치 이날 독창회를 예견이라도 한 것 같아서 섬뜩했다. 클래식 콘서트에서 보기 드물게 강미자 콘서트엔 ‘미사모’(강미자를 사랑하는 모임)라는 이름으로 팬들이 모여든다. 이는 아주 특별한 강미자만이 갖고 있는 ‘대중성’과 ‘예술성’의 절묘한 조화 때문이다. 예컨대 1970년대 ‘한국가곡’이 번성하던 시대에 자주 개최되었던 ‘가곡의 밤’이나, 그 당시 TV 프로그램과 프로그램 사이(station break spot)에 성악가가 나와서 가곡을 한 곡씩 부르는 장면이 나왔는데 이때 강미자는 가장 자주 출연한 성악가의 한 사람이었다. 당시 지성인들에게 크게 어필한 클래식 스타였던 셈이다. 37세의 나이에 떠난 미국 유학은, 성악가에게 ‘예술성’을 불어넣을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다. 더욱이 스승인 오렌 브라운 교수는 음성학과 발성법의 위대한 교육자로 수많은 명성악가들을 길러냈다. 강미자가 새로운 세계에서 음악을 접하며 10여년 간의 공부를 마치고 마침내 귀국했을 때, 팬들은 여전히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오늘날 ‘미사모’라는 이름의 꽃을 피울 수 있었던 씨앗이었다. 강미자의 트렌드한 레퍼토리들과 황홀한 창법의 노래들 예술의전당 IBK챔버홀 600여 객석엔 빈틈이 별로 보이지 않을 정도로 꽉 찼으며, 각계 저명인사들도 많이 보였다. 강미자 애창가곡집 음반은 LP시대 베스트셀러였는데, 이날 그 앨범을 손에 들고 온 관객도 있었다. 공연이 끝나고 로비에서 옛 LP에 싸인을 받는 팬의 모습을 보았다. 독창회를 마친 74세의 성악가에게 보낸 오마주(hommage)였다. 공연은 강우성의 피아노 독주로 시작했다. 베토벤의 ‘비창’ 소나타 제2악장은 이 음악회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피아노로 들려준 서곡이었다. ‘라스트 콘서트’라는 독창회의 부제가 말해주듯 딸을 먼저 보낸 어머니의 슬픔의 노래가 시작되었다. 이날은 현충일이기도 했거니와, 세월호의 비극으로 인해 자식을 먼저 떠나보내고 참척(慘慽)의 고통 속에서 살고 있는 이 땅에 부모들을 위해 부르는 노래였다. 하얀 드레스를 입고 나온 성악가는 도나우디의 ‘오 나의 사랑하는 이여’와 김동환의 ‘그리운 마음’ 채동선의 ‘그리워’로 첫 스테이지 3곡을 불렀다. 저녁 산들바람처럼 부드럽게 들려왔다. 슈베르트 ‘미뇽의 노래’와 김연준의 ‘안타까움’ 김동진의 ‘수선화’로 이어진 두 번째 스테이지 3곡은 객석을 긴장시키며 압도해나갔다. 전반부 마지막 3곡인 리스트의 ‘오 리브’ 장일남의 ‘비목’ 김성태의 ‘동심초’는 강미자의 트렌드라 할 만한 곡들로 감동의 절정을 이뤘다. 이날 프로그램은 주로 한국가곡과 외국가곡들이었지만, 후반부 시작과 함께 강근식의 기타반주로 부른 3곡의 가요는 특별했다. 강미자만의 독특한 창법에서 나오는 노래와 함께 객석의 열기는 고조되었다. 그 뒤로 이어진 강우성의 피아노 반주로 노래한 드보르작의 ‘어머니가 가르쳐준 노래’와 김연준의 ‘비가’ 김효근의 ‘눈’ 그리고 카치니 ‘아베 마리아’와 함께 부른 두 곡 ‘시인의 죽음’ ‘가을의 기도’로 연결되는 슬픔의 모티브였다. 3곡의 가요는 ‘한계령’ ‘내 님의 사랑은’ ‘내 마음 갈 곳을 잃어’였다. 강근식은 이날 클래식 기타로 반주하여 독창회의 묘미를 더해줬다. 배석호 (음악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