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기획③중대재해법 시행..여전한 "네 탓이오"ㅣMBC충북NEWS

연말기획③중대재해법 시행..여전한 "네 탓이오"ㅣMBC충북NEWS

◀ANC▶ 올해를 짚어보는 연말기획, 세 번째 키워드는 '중대재해'입니다. 올해 초부터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돼 꼬박 열한 달이 지났습니다. 그사이 안전한 일터가 만들어지길 기대했지만, 사고가 나도 처벌받지 않으려는 사업장은 빠져나갈 구멍이 너무 많았습니다. 올해 산업 현장에서 가족을 잃은 한 청년을 만나봤습니다. 김은초 기자입니다. ◀END▶ ◀VCR▶ 올봄 결혼식을 올린 박가혁 씨. 홀로 아들 둘을 키워낸 아버지는 맏아들 가혁 씨의 든든한 버팀목이었습니다. 아버지의 환갑을 맞아 여름에는 처음으로 제주도 여행을 보내드리기도 했습니다. 행복한 나날만 이어질 줄 알았는데, 올가을 청천벽력 같은 전화를 받았습니다. ◀INT▶ 박가혁 "(아버지가) 지금 상당히 위급하다, 빨리 오셔야 할 것 같다. (의사는) 자기가 해줄 수 있는 말은 이제 살릴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전남 여수에서 충북 단양의 시멘트 공장으로 하수 찌꺼기를 운송하는 일을 했던 아버지. 그날도 시멘트 공장에서 싣고 온 하수 찌꺼기를 쏟아붓는 작업을 하다 갑자기 힘없이 쓰러졌습니다. 추정 원인은 하수 찌꺼기에서 나온 유독가스 질식. 현장에 다른 사람은 아무도 없어서 아버지는 10분이 훌쩍 지나서야 구조됐습니다. ◀INT▶ "(경찰이) 들어가기가 너무 힘들 정도로 그 입구에서부터 냄새가 너무 심했다. 화학(가스) 냄새가 그렇게 심할 줄은 몰랐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17분 만에 저희 아버지가 거기서 나오셔서 심폐소생술을 (받았어요)." 결국 허망하게 떠나버린 아버지. 하지만 시멘트 업체도, 아버지가 소속된 운송 업체도 누구 하나 책임지는 데가 없었습니다. 가혁 씨는 사과조차 없는 시멘트 업체가 처벌이라도 받아야 답답함이 풀릴 것만 같았습니다. ◀INT▶ "유족들에 대한 슬픔은 뒤로 빼놓고 이게 누구의 잘못이냐, 우리는 잘못하지 않았다 (말하는 게) 우선이더라고요." 하지만 최근 이 시멘트 업체에는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 안 된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아버지가 다니던 운송 회사와 원하청 관계가 아니라는 겁니다. 유독가스가 많이 나오는 위험한 현장에 아무런 안전 조처가 없었는데도 처벌할 수 없다는 말을 가혁 씨는 여전히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INT▶ "'혼자서도 안전수칙을 잘 지켜가면서 하시길래 저희는 믿고 맡겼다, 죄송하다' 이렇게 말을 했거든요. 그때 (업체) 담당자가. 중처법에 해당이 안 된다고 하는 건 너무 억울하고..." 나중에 알고 보니, 사고 당일 아버지는 쉬는 날이었습니다. ◀INT▶ "아버지 지인들 여러분한테 연락이 오더라고요. 친구들 모임이 있었는데, 일을 나가지 않고 쉬었으면 아마 모임도 잘 나가고 그러고 있지 않았을까." 여전히 장례도 못 치렀습니다. 날마다 꿈에 아버지가 나타나서 지난주 49재만 겨우 지냈습니다. 중대재해법이 시행된 2022년, 이전과 뭐가 달라졌는지, 묻고 또 묻습니다. ◀INT▶ "진심 어린 사과와, 저희 아버지 같은 일이 다시는 벌어지지 않도록 추후에 재발방지 대책을 강구해서 유족들에게 얘기하면 아마 그때는 장례를 치를 수 있지 않을까." MBC뉴스 김은초입니다. 영상취재: 김경호 영상편집: 신석호 CG: 변경미 #충북 #MBC #공영방송 #로컬뉴스 #충북인 MBC충북 유튜브 구독하기 : https://goo.gl/Ef6jG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