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렉팅 세상만사] “사인 붙은 음반이 최고” 수집가 성승모 정신과 의사

[컬렉팅 세상만사] “사인 붙은 음반이 최고” 수집가 성승모 정신과 의사

"좋은 음악을 들으면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됩니다." 28일 대구 중구 한 카페에서 만난 성승모(53) 씨는 "학창시절부터 듣던 LP의 매력에 흠뻑 빠져 4년 전부터 음반을 본격적으로 모으기 시작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그가 음반을 꺼내 테이블에 펼치자 카페는 순식간에 전문 음반사를 방불케 했다. 그는 지난 2017년 요미우리신문사와 가나자와공업대학 주최로 열린 '세계를 변화시킨 레코드전'을 본 뒤 감명을 받아 음반을 모으기 시작했다. 그동안 그가 국내외를 막론하고 모아 온 사인반(원작자 등이 음반에 사인을 한 것)은 아주 다양했다. 특히 젊은 시절 듣던 LP판부터 최신 아이돌 음반까지 수집에 대한 열정은 장르를 가리지 않았다. "음반을 수집하고 음반과 관련된 사인, 사진, 음반을 모으고 감상하면 마음이 편해집니다" 정신과전문의 의학박사인 성승모 휴앤힐정신건강의학과 원장은 좋은 음악은 심신의 안정에 도움이 된다고 소개한다. 성 씨는 현재 500여 장의 LP와 CD 음반을 가지고 있다. 음반을 친한 지인들에게 선물로 나눠주기도 해, 그를 거쳐간 음반은 수천장에 이른다. 수많은 음반 중에서도 성 씨는 정명훈의 1974년 차이코프스키 콩쿠르 수상 실황음반을 특히 좋아한다. 그는 "2018년 가을쯤 일본 오사카를 방문했다가 우연히 구매한 음반"이라며 "정명훈 선생님에게 사인을 받기도 했는데 선생님도 발매된 지 몰랐을 정도로 귀한 음반"이라고 설명했다. 또 그는 대구찬가인 패티김의 '능금 꽃 피는 고향(길옥윤 작사·작곡)'에 대한 사인반도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다. 그는 "노래를 만드신 분은 돌아가셔서 직접 사인받지는 못했지만 그가 생전에 남긴 사인반을 어렵게 구해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대구 출신인 그는 대구의 대표 가수 김광석에 대한 음반도 수집 중이다. 김광석은 숨을 거둔지 24년이 지나 친필 사인반을 구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그는 김광석을 추모하기 위해 발매한 가수들의 음반을 수집하고 있다. 그는 '안녕 광석이 형' 음반제 작에 참여해 '거리에서'를 부른 조동희의 사인을 받았고 '그녀가 처음 울던 날'을 부른 프롬(Fromm)의 사인도 공연장에서 직접 받았다. 국내 유명인 뿐만 아니라 해외 가수 사인반도 수집하고 있다.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를 본 뒤 수집한 음반 'A Night At The Opera'도 가지고 있다. 이 음반에는 보헤미안 랩소디가 수록됐다. 그는 "프레디 머큐리까지 포함된 전 멤버가 활동하던 시기에 받은 사인반으로 우리나라에도 가지고 있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음반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이처럼 오랫동안 사랑을 받고 있는 음반을 비롯한 최신 아이돌의 음반도 수집하고 있다. 특히 대구, 경북과 인연이 있는 가수의 음반을 주력으로 수집 중이다. 최근 그는 대구 출신 가수 헤이즈의 한정판 음반에 사인을 받는 등 관련 사인반을 모으고 있다. 그는 "지난해 가을쯤 경주에서 헤이즈가 자이언티와 합동공연을 할 당시 어렵게 표를 구해서 갔었다"며 "공연이 끝난 뒤 젊은 팬들 사이에서 사인을 부탁했고 나이 많은 중년남성 팬이다 보니 눈에 띄여 사인을 해줬다"고 음반과의 인연을 설명했다. 또 "당시 다른 팬들도 이분은 꼭 사인을 해주라며 도와 주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또 그는 해외 경매를 통해 헤이즈의 모습과 사인이 담긴 사진 작품을 구매하기도 했다. 다른 대구 출신인 BTS 뷔와 슈가의 친필 사인이 담긴 사진을 구매하기도 했다. 우주소녀 보나, 걸스데이 소진, 민효린, 볼빨간사춘기 등의 사인 음반이나 사인이 담긴 사진도 수집했다. 그는 앞으로 희귀 음반들을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기 위해 전시회를 개최하고 싶다는 포부도 밝혔다. 성 씨는 "퀸이나 김광석 등 기념비적 사인반을 모아 양보다는 희귀한 음반들을 모아 전시회를 열어 보고 싶다"며 "많은 사람들이 도와 준다면 충분히 이뤄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