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추적 방치된 시설 수두룩…마을 공동체 사업 지원 예산 선심성 전락 제주MBC

이슈추적 방치된 시설 수두룩…마을 공동체 사업 지원 예산 선심성 전락 제주MBC

◀ANC▶ 제주도가 마을 공동체 사업을 육성한다며, 공모를 통해 해마다 수억 원을 마을에 지원하고 있습니다. 해마다 두 세개 마을씩을 지원하다보니 사실상 지원을 받지 않은 마을이 없을 정도인데요. 문제는 비슷비슷한 시설에 제대로 운영되는 경우도 없어 선심성 예산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겁니다. 이슈 추적, 마을 지원 사업의 실태와 과제를 이소현 김찬년 기자가 연이어 보도합니다. 먼저 이소현 기자입니다. ◀END▶ ◀VCR▶ 제주시 도두항에 자리한 컨테이너 건물, 안으로 들어가니 헌 옷과 이불 등이 잔뜩 쌓였고, 한쪽에는 쓰다 버린 유모차며 책상이 덩그러니 놓였습니다. 3년 전, 도두동 마을회가 마을 수익사업으로 젓갈 판매장을 짓겠다며 제주도로부터 예산 1억 원을 지원받아 만든 공간입니다. 하지만 갈치 어획량이 준 데다, 마을에서 주도적으로 추진할 인사가 없다 보니 한 번도 사용하지 못한 채 방치됐습니다. ◀INT▶ 마을 관계자(음성변조) "마을 사람들이 전부 관심을 가져야하는데. 해 볼 사람 있는지 알아보는데 큰 일 났습니다." 애월읍 봉성리의 마을 창고, 창고 한쪽에 대형 착즙기 열 대가 놓여 있습니다. 포장도 벗기지 않은 상태로 시커먼 먼지가 쌓였습니다. 마을에서 생산한 농산물을 즙으로 가공해 수익을 올리겠다며 2천16년 제주도로부터 1억2천만 원을 지원받아 만든 시설입니다. 하지만 정작, 창고에 상수도 공급이 안 되면서 사놓은 기계는 단 한 번도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INT▶ 마을 관계자(음성변조) "상수도가 계획이 다 됐었는데 가뭄 오는 바람에 어승생 물이 저류지에 공급되면서 상수도가 못 내려왔어요. 예산이 다 잡혔었는데 그게 안 돼 이것도 저것도 못하고." 또 다른 마을도 사정은 마찬가지, 2천9년 농산물 수확 체험시설을 운영하겠다며 제주도로부터 지원받아 탈곡기며 트렉터를 구입했지만, 정작 주민들은 이같은 사업이 추진된 사실 조차 모릅니다. 체험시설에 사용하겠다고 농기계들은 농가에 임대를 준 상황, ◀INT▶ 마을 관게자(음성변조) "우리 마을은 팔지 않아 양호한 거죠. 다른 마을들은 몇 년 있으면 팔아버리던데." 제주도가 2천8년부터 마을 공동체 사업을 지원한 곳은 36개 마을, 예산만 40억 원이 넘습니다. 행정시에서 1억 원 이하 소규모 사업을 지원한 마을까지 포함하면 사실상 지원 받은 마을이 없을 정도, "(S/U) 최근 10년 동안 이뤄진 마을별지원사업의 일부를 확인해봤지만 제대로 운영되는 곳은 한 곳도 없었습니다. 적지 않은 예산이 들어가는데 왜 이렇게 부실하게 운영되고 있는 걸까요? 그 이유를 김찬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VCR▶ 2016년 남원읍 태흥리에서 제주도에 공동체 사업 지원을 요구하며 제출한 사업계획서입니다. 두 장짜리 사업내용에 운영 계획은 전혀 없고, 세부 사업 내용도, 사업효과도 자세한 내용을 확인하기 어렵습니다. 외부위원을 위촉해 심사까지 거쳤지만, 결국 예산 지원 대상으로 선정돼 1억천만 원이 지원됐습니다. 허술한 계획에도 지원대상이 되다보니, 선정된 마을에서 사업을 중도에 포기하는 일 마저 빚어지고 있습니다. ◀INT▶김형도/제주도 마을발전팀장 "예산이 1억 정도로 지원되다 보니 많은 시설물에 대해 반영할 수 없어서 신청도 좀 저조한 것 같습니다." (CG)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받은 마을별 지원사업 운영실태에 대한 전수조사 결과 보고서입니다. 서른 개가 넘는 사업에 대한 조사 결과지만 보고서 내용은 달랑 한장, 미운영, 양호, 우수 등 세등급으로 평가등급을 분류한 게 전부입니다. 이마저도 현장 확인 결과 엉터리인 경우가 부지기수, 운영실태가 '양호'로 표시된 애월읍의 한 농산물 체험시설은 8년째 운영을 하지 않고 있었습니다. 시설지원을 해주고 형식적인 점검에 그치다보니 사후관리가 전혀 안 되는 겁니다. ◀SYN▶마을 주민 "1년에 한 번은 실적 부분 보고하라고 하는데 실적이 없어서 보고를 못 하고 있고..." 최근 10년 동안 1억원 이상이 지원된 마을만 36곳. 1억 미만인 사업은 집계조차 어려워 정보공개 청구 답변에 난색을 표했을 정도입니다. ◀SYN▶좌광일/제주주민자치연대 사무처장 "애초에 사업 타당성이나 효과에 대한 면밀한 검토 없이 예산을 선심성으로 지원한 측면이 있고, 사후관리도 부실해 결과적으로 '예산 낭비를 초래하지 않았나'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제주도는 내년 사업부터 엄격한 심사를 위한 심사 평가제를 도입하고, 사후 관리를 위한 별도 추진단을 꾸리겠다고 밝혔습니다. (S/U) "허술한 심사와 형식적인 사후관리에 지원 시설은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예산은 예산대로 줄줄이 새고 있습니다. 공무원도 알고, 주민들도 아는 문제지만 몇년 째 개선없이 지원이 이뤄지면서 선심성 예산집행이라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MBC뉴스 김찬년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