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은 때로 역사가 된다 [신동욱 앵커의 시선]

우연은 때로 역사가 된다 [신동욱 앵커의 시선]

하숙을 치는 포레스트 검프 집에 떠돌이 청년이 머뭅니다. 그러다 다리 보정기를 단 검프의 개다리춤을 보고 영감을 얻습니다. "방금 했던 그 멋진 동작 다시 보여줘 봐" 덕분에 청년 엘비스 프레슬리는 일약 스타가 됩니다. 영화에서 검프는 크고 작은 역사를 바꿔놓습니다. 미-중 수교의 물꼬를 튼 핑퐁외교에 한몫해 닉슨도 만나지요. 그러고는 백악관이 마련해준 워터게이트 호텔방에서 도청을 목격합니다. "건너편 사무실에 경비원 좀 보내줘요" "페루에서 멸치가 안 잡히면 일본의 두부값이 폭등한다"고 합니다. 아시아 난류가 남미로 이동해 해저의 영양분이 줄어들면 멸치 떼가 사라집니다. 멸치가 귀해지면 또 다른 사료인 콩값이 오르면서 두부값도 덩달아 뛰는 겁니다. "브라질 나비의 날갯짓이 미국 텍사스의 태풍이 된다"는 '나비효과'지요. 그렇듯 우연한 사건이 연쇄반응을 일으켜 필연의 역사를 낳곤 합니다. 일본 보수우익의 구심점, 아베 전 총리가 피격 사망한 충격적 사건은 저격범의 집안일에서 출발했다고 합니다. 범인은 우등생이었지만 형편이 어려워 대학 대신 자위대에 들어갔고 전역 후에도 생활고에 시달렸습니다. 어머니가 헌금을 하느라 가난해졌다는 종교단체에 아베 전 총리가 깊이 연관돼 있다며 보복했다는 겁니다. 사실 말도 안 되는 얘기이지만 역사는 가끔, 그리고 쉼 없이 이런 예기치 않은 일들의 반복입니다. 정치인 테러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결코 용납될 수 없는 비극적 범죄입니다만, 범인의 사적 분노가 뜻하지 않은 연쇄반응을 부르고 있습니다. 당장 참의원 선거에서 자민-공명당 연합의 과반 확보가 확실해졌습니다. 다른 두 정당까지 합친 '개헌 세력'도 자위대 존재 근거, 즉 군대 창설을 합법화하는 개헌 발의 기준, 3분의 2 의석을 넘길 거라고 합니다. 우경화의 상징이었던 아베 전 총리의 죽음이 역설적으로 일본을 다시 우경화로 이끌고 있는 겁니다. 일본 현대사에서 총리나 전 총리 암살은 두 차례 있었습니다. 우익 장교들이 우경화에 신중한 정치 지도자들을 살해했던 사건이지요. 두 사건은 일본이 군국주의의 물꼬를 트고 중일전쟁으로 가는 계기가 됐습니다. 일본 보수 정치는 역사의 교훈을 가벼이 여겨선 안 될 겁니다. 아베 전 총리의 갑작스런 죽음과 잇따른 선거 결과를 평화헌법 개정과 군비 증강을 하라는 뜻으로 오독 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이런 변화는 자칫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는 한일관계 정상화에 장애물로 등장할 가능성이 큽니다. 나비의 날갯짓이 태풍으로 커지지 않도록 보다 슬기롭고 정교한 외교 전략을 모색할 때입니다. 7월 11일 앵커의 시선은 '우연은 때로 역사가 된다' 였습니다. [Ch.19] 사실을 보고 진실을 말합니다. 👍🏻 공식 홈페이지 http://news.tvchosun.com/ 👍🏻 공식 페이스북   / tvchosunnews   👍🏻 공식 트위터   / tvchosunnews   뉴스제보 : 이메일([email protected]), 카카오톡(tv조선제보), 전화(1661-01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