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태극종주(91.9km) 시즌3

지리산 태극종주(91.9km) 시즌3

2주만 에 재도전을 해봅니다 기상악화로 태극종주를 서북능선 종주로 마무리를 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얼마나 아쉬웠던지 바로 다시 시작하기로 다짐을 합니다 기다리는 2주가 더디기만 합니다 시작점인 구인월 경로당에서 가벼운 의식을 치르고 어두운 새벽길을 뚫고 첫 번째 봉우리인 덕두봉을 향해 힘차게 발걸음을 재촉합니다 덕두봉을 지나 바래봉에 이르니 운무로 몽환적인 분위기가 연출 됩니다 비를 맞지 않고 걸으니 2주 전보다 몸이 한결 가볍습니다 평지와 내리막은 거의 달리기를 합니다 세동치 샘물은 수량이 적기는 하지만 역시 물맛은 최고입니다 서북능선 23km를 가볍게 끝내고 주능선을 걸어봅니다 주능선도 두 달 전 화대종주때 걷고 다시 걸으니 기억력이 점점 희미해져 가는 이 나이에 밟고 있는 돌부리 하나에도 기억이 되살아납니다 천왕봉이 오늘처럼 바람 한 점 없이 고요하고 구름 한 점 없이 푸르렀던 적이 있었던가요? 동부능선은 인적이 드문 곳이라 산행 내내 사람을 찾아볼 수 없습니다 전날 밤머리재 매점 권사장님에게 닭백숙 주문 예약을 미리 해 놓고 산행을 시작합니다 도착 예정시간을 오후 4~5시 라고 말씀을 드렸는데 시간 계산을 잘 못 한 것 같습니다 그 시간까지 도저히 도착을 할 수 없습니다 평일이라 매점이 쉬는 날인데 저 때문에 1시간 거리의 진주에서 나와 가계문을 열었는데 난감하기 그지 없습니다 방법은 딱 하나 있습니다 무조건 뛰는 수 밖에요 밤머리재로 내려오기 직전 마지막 봉우리인 도토리봉은 닿을 듯 닿을 듯 멀기만 합니다 숨을 헐떡이며 오르니 서서히 어둠이 깔리기 시작합니다 권사장님께 도토리봉이라고 전화로 보고를 하고 급경사 내리막을 뛰어 내려 갑니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 라고 고하고 시계를 보니 6시가 조금 넘었습니다 백숙 한 마리에 찹쌀 밥 한 그릇을 뚝 딱 먹어 치웁니다 내일 남부 능선 깔딱 봉우리인 벌목봉 정상에서 마실 캔맥주를 배낭에 챙겨 넣고 권 사장님을 퇴근 시킨 후 쉬다가 5km 오르막 웅석봉으로 향합니다 밤 10시가 넘어서야 웅석봉 헬기장에 도착을 합니다 오랜만에 편안한 꿀 잠을 청해봅니다 역시 웅석봉 정상의 풍광은 황홀하기 그지 없습니다 한참을 머물다가 남부능선 마지막 레이스를 시작합니다 신기하게도 몸이 점점 더 가벼워 집니다 마근담봉에서 용무림산 구간은 붉게 물든 단풍들이 춤을 추다 떨어지며 걸음걸음 마다 융단을 깔아 줍니다 어느덧 마지막 봉우리인 시무산을 넘으니 날머리인 사리마을이 지척입니다 사리마을회관 표지석이 눈앞입니다 “힘들었지? 수고했어! 내년 봄에 또 만나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