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애지문학상 수상작 (악어의 수프 - 송찬호 (낭송 유현서))

2019애지문학상 수상작 (악어의 수프 - 송찬호 (낭송 유현서))

악어의 수프- 시 송찬호 낭송 유현서 인구 3만의 도시 남쪽에 있는 늪에 악어가 살고 있다 공중에서 내려다보면 늪은 도시가 팔을 쭉 뻗어 대지에 끓이는 프라이팬 같다 도시는 자주 악어사냥꾼들을 늪에 보낸다 그때마다 악어는 수프를 끓여야 한다 사냥꾼들에게 먹일 수프를 끓여야 한다 악어는 온몸으로 수프를 휘젓는다 머리로 네 다리로 치명적인 억센 꼬리로 사냥꾼들이 도착하면 수프도 완성된다 사냥꾼들은 늪을 샅샅히 뒤진다 총알 구멍 난 늪의 침대를 누군가 가리킨다 놈이 여기 누워있다 도망친 게 틀림없군 사냥꾼들은 웃는다 소리친다 퍼먹는다 맛있는 늪의 수프를! 사투 끝에 악어 한 마리가 늪 밖으로 끌어 올려진다 눈이 가려지고 주둥이가 묶이고 악어의 머리에 무거운 돌이 놓여진다 그대로 악어는 끌려간다 악어를 짓누른 그 돌이 도시의 기초가 되었으니… 사냥꾼들이 떠난 후 늪의 수면으로 천천히 악어가 모습을 드러낸다 늪은 이제 고요하다 악어는 다시 수프를 끓인다 먼 피의 강으로부터 악어의 딸들이 돌아올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