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집배원] 강성은, 외계로부터의 답신

[문학집배원] 강성은, 외계로부터의 답신

강성은 |「외계로부터의 답신」을 배달하며… 나의 말이나 마음이 누군가에게 닿기까지 50년쯤 걸린다면 얼마나 곤란한 일일까요? 26광년 떨어진 별에 사는 외계인에게 그쯤 걸린다니,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그보다 가까이 있어서 정말 다행입니다. 그런데 아무리 멀어도 우리가 보낸 말들은 언젠가는 도착하긴 한답니다. 오늘밤 우리가 보는 안드로메다 은하의 별빛도 200만 광년 전에 우리를 향해 출발한 거래요. 아무리 오래 걸려도 결국 우리에게 도달한다니 희망적인 기분이 듭니다. 문제는 이 은하의 어떤 별들은 우리가 그 별빛을 볼 때쯤이면 사라지고 없다는 것이죠. 100만 광년 전에 별의 생애를 끝마치고 먼지로 돌아가 버렸으니까요. 따듯한 마음이 이렇게 느껴지는데 그 마음의 주인이 없다면... 사랑하는 사람들을 너무 멀리 두지 말아야겠어요. 시인 진은영 출전 : 강성은 시집, 『단지 조금 이상한󰡕, 문학과지성사. 2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