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직 대신 빚만”…잠자는 ‘노란봉투법’의 비극 / KBS뉴스(News)
노동자들이 파업을 하게 되면 회사측은 노조를 탄압할 목적으로 천문학적 액수의 민사소송을 걸어서 노동자들을 괴롭히는 경우가 종종 있죠 이렇게 손해 배상 소송을 노동자들 탄압 수단으로 악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안이 이미 국회에 제출돼 있지만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러는 사이 며칠 전 쌍용차 해고 노동자가 또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오늘(29일) 장례식이 치러졌습니다 최광호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평택 쌍용차 공장 앞에 조촐한 장례상이 차려졌습니다 해고 조합원 김모 씨를 보내는 마지막 길 복직을 기다리던 김 씨는 빚만 남기고 간다는 말을 남긴 채 스스로 목숨을 끊은 채로 이틀 전 발견됐습니다 [KBS 뉴스9/ 2009년8월5일 : "도망치다 붙잡힌 노조원들에겐 어김없이 방패와 곤봉 세례가 쏟아집니다 "] 이 가운데 숨진 김 씨가 있었습니다 당시 징역형까지 살았기에 다 끝났다고 생각했지만, 출소 뒤엔 천문학적 금액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이 김 씨와 동료들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사측 청구 금액은 33억 원, 2015년 노사 합의로 철회될 때까지 지리한 법적 다툼이 이어졌습니다 경찰은 진압 때 사용한 헬기가 파손됐다는 등의 이유로 11억 원을 물어내라고 했습니다 지금도 이자가 쌓입니다 [조문경/손배소 당사자 : "장난인줄 알았죠 진짜 장난인줄 알았어요 그런데 그게 현실이더라고요 "] 유성기업 노조에 청구됐던 손해배상 소송 금액은 백 억원대였습니다 회사 대표가 불법 부당노동행위로 실형을 살고 있는 상황에서도 손배소 소장이 추가로 날아들었습니다 [도성대/유성기업 노조 지부장 : "초인종을 눌러도 문을 안 열게 돼요 1817 재판을 미루고자 하려면 우리가 할 수 있는 방법은 이걸 수령하지 않는 방법 밖에는 없는 거죠 "] 남발되는 손해배상소송의 문제점은 오래 전부터 지적돼 왔습니다 [장석우/변호사/법무법인 여는 : "일단 많이 청구하고 보는 거예요 왜냐면 많이 청구하면 청구할수록 조합원이 느끼는 부담은 훨씬 커지기 때문에 "] 그래서 소송 기준을 엄격히 하자는 취지의 법안이 발의됐지만 국회 논의는 진행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2014년 거액을 배상해야 하는 쌍용차 해고자를 돕자며 시민들이 노란봉투에 소액을 넣어 지원하던 데에서 '노란봉투법'으로 불립니다 [윤소하/정의당 의원 : "단 한번도 심의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부분에 저는 심각한 문제의식을 느낍니다 보호하려고 하는 정치권의 노력이 전무하다 "] 오늘(29일) 장례식에 참석했던 한 쌍용차 해고자는 '다음에는 내 차례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KBS 뉴스 최광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