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국악원 추천 음악 - 사랑방에서 보는 소담한 창극 "심청아"

국립국악원 추천 음악 - 사랑방에서 보는 소담한 창극 "심청아"

2013년 국립국악원에는 ‘풍류사랑방’이라는 130석 규모의 소극장이 개관하였다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사랑방에서 즐기던 풍류 음악과 춤을 옛 분위기대로 소담하게 감상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공간이다 이 극장은 국악계에 ‘자연음향 극장’이라는 새로운 화두를 던지며, 소규모 공연 제작의 변화와 흐름을 만들어 가고 있다 ‘작은창극’은 풍류사랑방 개관과 더불어 만들어진 새로운 공연 양식이다 미학적 개념 정리가 된 정식 용어는 아니지만 기존 창극이 대극장을 중심으로 대형화 되는 추세에 반하여, 미니멀한 무대 양식을 지향하며 기획되어 연간 공연을 이어가고 있다 풍류사랑방의 작은창극 시리즈는 개관기념공연으로 국립민속국악원이 기획한 〈판에 박은 소리- Victor 춘향〉(2013, 대본․연출: 지기학)이 계기가 되어, 〈 토끼타령〉(2014, 대본․연출: 지기학), 〈 흥보가 박타령〉(2015, 대본․연출: 정갑균), 〈 심청아〉(2016, 대본․연출: 지기학)로 이어졌다 국립민속국악원 예술감독이자 창극 연출가인 지기학의 작품은 작은창극에서 특유의 힘을 발휘하고 있다 최소한의 무대 장치와 한 사람이 여러 배역을 소화해 내는 초기 창극의 분창 형태를 극적으로 재미있게 풀어내면서 그만의 개성적인 스타일을 만들어가고 있다 지난 5월 공연되었던 이 작품 〈 심청아〉는 심청전 이야기를 다른 관점으로 접근한 해석이 돋보인다 주로 ‘효’ 이야기로만 알려진 심청전을 깨달음에 관한 이야기로 본 것이다 심청 이야기의 하이라이트는 심봉사가 ‘눈을 뜨는 대목’이다 ‘눈을 뜬다’는 의미를 이타적 자아를 벗어나 참된 지혜와 깨달음으로 나아가는 마음의 눈을 뜨는 상징으로 본 것이다 “사람들은 심청가의 핵심이 눈 뜨는 대목이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나는 그 다음 이야기가 더 재미있어요 뒤에 사설이 이렇거든요 ‘심봉사가 눈을 뜨는 바람에, 그 자리에 모인 수많은 사람들이 개평으로 눈을 뜬다 ’ 그리고 만좌맹인이 눈 뜨는 얘기로 이어져요 ‘가다 뜨고 오다 뜨고 앉아 뜨고 누워 뜨고 서서 뜨고 화내다 뜨고 울다 웃다 자다 깨다 뜨고 졸다 번뜩 뜨고 눈을 끔적거리다 뜨고 눈을 비벼보다 뜨고…’ 그러다 끝에 ‘뒤이어 비금주수라도 눈먼 짐승들이 모두 다 눈을 떴다 ’ 이게 정말 핵심이에요 심봉사가 눈 뜬 것까지는 소승적인 건데, 이 마지막 구절까지 오면 대승적인 것이 되거든 ” (국악누리 149호(2016, 5+6월호) 14쪽, 지기학 인터뷰 기사 중에서) 깨달음을 핵심으로 본 이러한 해석의 관점은 극 속에서 안숙선 명창이 그리는 만다라 그림으로도 나타난다 색색의 모래가 해, 달, 산으로 나타났다가 다시 뒤섞이며 일순간 사라져버리는 만다라의 과정은 분별지(分別智)와 깨달음의 경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극적 장치로 활용되었다 어느덧 12월이다 여전히 몸과 마음이 바빠 잠시 생각의 속도를 늦춰 여유를 찾고 싶은 분들에게 국립국악원이 만든 올해의 작은창극 〈심청아〉를 추천한다 우리가 너무나 익숙하게 알고 있던 옛 이야기가 다른 울림을 주며 색다르게 다가올 것이다 - 글 국립국악원 권혜경 학예연구사 ※ 공연 실황 전체 보러가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