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현미 - 뜨거운 안녕 (1966)
노래 이야기 지금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의 비극을 보면, 6 25 전쟁의 아픔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에 모든 전쟁이 멈추기만을 간절히 바라게 되는데요 특히, 참혹한 전쟁 속에 가족을 잃은 전쟁 고아들의 모습은 전세계를 안타깝게 만들고 있습니다 6 25 전쟁 당시에 우리나라도 군인과 민간인의 피해가 너무나 막대했는데요 13만8천명이 넘는 한국군과 4만명이 넘는 유엔군이 목숨을 잃었고, 남편을 잃은 미망인은 30만명, 그리고 부모를 잃은 전쟁 고아들이 10만명이 넘었습니다 전쟁 속에서 고향을 잃고, 가족을 잃은 전쟁 고아들은 보육원에서 보호되거나 해외로 입양되는 경우가 많았는데요 ‘쟈니 리’ 선배님 역시 10만명의 전쟁 고아 중 한 명이었습니다 평안남도 진남포 외가에서 지내다 어린 나이에 홀로 피난 내려온 ‘쟈니 리’ 선배님의 본명은 ‘이영길’인데요 부산에서 피난민 수용소에 있다가 ‘해피 마운틴’이라는 전쟁 고아를 위해 만들어진 육아원에 있었던 열세살 소년은 추운 겨울 보육원을 나와 거리를 헤매다가 미군을 만나게 되었고요 그 미군을 따라 ‘하야리아 부대(부산의 캠프 하이얼리어)’에 들어가서 생활하면서 그 미군을 양아버지처럼 따르게 되었습니다 우연히 만난 미군이 아버지같은 은인이었던 셈인데요 ‘쟈니 리’ 선배님은 그 당시를 이렇게 회고합니다 “취미로 피아노를 쳤던 양아버지는 저녁이면 부대 장교 클럽에서 연주를 했어요 그때마다 ‘쟈니, 컴 히어(쟈니, 이리 와)’ 하고 저를 불러요 그러면 장교들 앞에서 ‘러브 이즈 어 매니 스플렌도어드 씽’, ‘플라이 투 더 문’ 같은 노래를 불렀죠 ‘쟈니 리’라는 이름도 제 노래가 ‘쟈니 매티슨’과 닮았다고 양아버지가 지어주신 이름이예요 ” 그렇게 어릴 때부터 뛰어난 노래 실력과 충만한 끼를 인정받으며 노래했던 ‘쟈니 리’ 선배님은 악단 ‘쇼보트’를 만나 스무살에 서울로 상경했고요 트럭을 타고 다니며 공연을 하면서 음반을 내고 가수가 되겠다는 꿈을 키우다가 미8군무대뿐만 아니라, 극장무대인 ‘대한극장’, ‘단성사’,‘피카디리,’국제극장‘ 등의 무대에 서면서 실력과 인기를 증명합니다 그러다, 1966년에 영화 ‘청춘대학’에 출연한 것을 계기로 신세기레코드 전속 가수로 발탁되었고요 당시 신세기 레코드 전속 작곡가였던 길옥윤 선생님과 코미디언 서영춘 선배님의 형이었던 ‘서영은’ 선생님 등 인기 작곡가들에게 노래들을 받았는데, 그 노래들이 바로 ‘내일은 해가 뜬다’와 ‘뜨거운 안녕’을 비롯한 10곡이었습니다 이 중에서 길옥윤 선생님이 작곡한 ‘내일은 해가 뜬다’는 정부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전해준다는 이유로 금지곡이 되었다가 훗날 ‘사노라면’이라는 제목으로 바뀌면서 다시 유명해졌고요 서영은 선생님이 작곡한 ‘뜨거운 안녕’은 그야말로 전국을 강타하는 히트곡이 되었는데요 방송가는 물론이고, 극장쇼를 휩쓸면서 앨범은 발매되자마자 품절사태가 나며, 무려 35만장의 판매고를 올렸는데요 그야말로 1966년에 데뷔곡을 발표하자마자, ‘뜨거운 안녕’은 제목처럼 뜨거운 사랑을 받으며, 다음해엔 영화로까지 제작되었죠 “또 다시 말해주오 사랑하고 있다고 별들이 다정히 손을 잡는 밤 기어이 가신다면 헤어집시다 아프게 마음 새긴 그 말 한마디 보내고 밤마다 울음이 나도 남자답게 말하리다 안녕이라고 뜨겁게 뜨겁게 안녕이라고 또 다시 말해주오 사랑하고 있다고 비둘기 나란히 구구 대는데 기어이 떠난다면 보내드리리 너무나 깊이 맺힌 그날 밤 입술 긴긴 날 그리워 몸부림쳐도 남자답게 말하리다 안녕이라고 뜨겁게 뜨겁게 안녕이라고 ” 허스키하면서도 미성인 ‘쟈니 리’ 선배님의 독특한 음색은 ‘뜨거운 안녕’과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데요 처음에는 담담하게 노래를 시작하다가 점점 감정을 끌어올려서 절규하듯 노래하는 ‘쟈니 리’ 선배님의 노래는 듣는 사람들의 마음을 흔들었고요 진한 슬픔과 아픔이 가득한 이 노래는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모든 사람들을 매료시키기에 충분했어요 선배님의 회고에 따르면 ‘뜨거운 안녕’을 녹음할 때 헤어진 부모님 생각이 나서 많이 울었다고 하는데요 그래서 원곡을 들어보면 우는 목소리가 그대로 섞여 있다고 해요 그러고보면, ‘뜨거운 안녕’은 전쟁 고아였던 ‘쟈니 리’ 선배님의 아픔과 슬픔, 그리고 그리움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노래이기 때문에 우리에게 더 큰 감동을 전해주었는데요 ‘뜨거운 안녕’은 잡지 ‘아리랑’에서 수여한 독수리상을 비롯해서 각종 언론의 가요상을 수상하면서 여운, 안다성, 최희준, 배호, 박일남, 김수희, 나훈아, 이승재, 임희숙, 태진아, 주병선, 최진희, 권은경, 이은하, 오승근씨를 비롯해서 현재까지도 많은 가수들이 다시 부르며 사랑하는 명곡이 되었습니다 참되고 애틋한 정과 마음을 ‘진정’이라고 하는데요 서영은 선생님의 애절한 멜로디와 백영진 선생님의 절절한 가사, 그리고 쟈니 리 선배님의 진정이 담겨있는 ‘뜨거운 안녕’ 많은 것들이 그리워지는 이 계절에 진정으로 보고프고, 진심으로 사랑하고, 몹시도 그리운 사람을 떠올리면서 감상하시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