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등병시절 104 이등병의 하루 7 취침 (제2사단, 노도부대, 교육사단, 32연대, 스키대대, 양구, 구암리, 군대이야기, 불침번, 내무위병, 명상시간, 외곽근무,)

이등병시절 104 이등병의 하루 7 취침 (제2사단, 노도부대, 교육사단, 32연대, 스키대대, 양구, 구암리, 군대이야기, 불침번, 내무위병, 명상시간, 외곽근무,)

이등병시절 104 이등병의 하루 7 취침 특별한 상황 없이 점호가 끝나면 보통 밤 9시 50분 전후가 됩니다 점호가 끝나면 졸병들의 손길이 다시 바빠집니다 바로 취침준비를 해야하기 때문입니다 아침에 접어서 소대 창고에 들여놓았던 매트리스를 갖다가 펴고 그 위에 모포 한 장을 깔아 요를 삼고 그 위에 모포 3장을 겹쳐서 두 사람이 덮고 자도록 준비하는 것입니다 밤 10시 취침나팔이 아련히 들리는 가운데 우리는 종일 고단했던 몸을 뉘입니다 정말 숨 가쁘게 그리고 치열하게 달려온 하루였습니다 그러나 자리를 펴고 누웠다고 해서 우리들의 할 일이 모두 끝난 것은 아닙니다 훈련소에서는 ‘명상의 시간’이 있어서 밤 10시부터 약 5분 정도 음악과 시낭송 같은 것들을 방송으로 틀어 주었는데 자대에서는 그런 것은 없었습니다 그 대신 고참들의 귀를 즐겁게 해줄 졸병들의 ‘5분 드라마’를 해야 했습니다 주로 음담패설이나 자신의 성 경험담 등을 리얼하게 표현하여 들려주어야 하는 것입니다 주로 2총 사수인 정OO상병의 강압적인 지시로 이루어지는데 남자들만의 세계, 혈기 왕성한 시기에 통제된 세상에서 살다보니 때로는 그런 야한 이야기에 대리 만족을 느끼는 것이겠지요 아무튼 거의 매일 정상병의 요구에 따라 졸병들은 돌아가며 없는 이야기라도 지어내서 그의 귀를 즐겁게 해야 했습니다 때로는 우리가 하는 것이 시원찮으면 정상병이 직접 자기의 이야기를 해 주는데 세상 경험도 많고 또 결혼까지 했기에 그의 이야기는 재미있고 또 사실감 있게 표현하여 정말 숨소리 하나 내지 않고 듣곤 했습니다 어느 때는 정상병이 취침 기도를 시킬 때도 있었습니다 기도는 주로 나를 시켰는데 주로 졸병들 군기를 잡거나 자기가 원한 살만한 일이 있을 때면 취침 기도를 하도록 했습니다 그러면서 그 때 꼭 자기를 위한 기도도 해달라고 했습니다 그걸 보면서 악하고 독해 보이는 그도 한 편 한없이 약한 존재라는 생각을 하곤 했습니다 이 시간이 지나면 비로소 잠을 잘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도 끝은 아닙니다 거의 매일 같이 근무해야 하는 ‘내무위병’이 있기 때문입니다 제가 전입할 당시에는 부대장의 지시로 이등병은 전입 3개월까지 외곽 초소근무를 못하게 했으므로 우리는 불침번만 섰습니다 이 불침번 근무시간이 10시~11시 사이의 초번근무이거나, 새벽 5시~6시 마지막 근무면 괜찮지만 중간에 들어 있으면 한밤중에 깨어 근무를 서느라 잠을 설쳐야 했습니다 불침번의 임무는 소대원들의 안전을 지키는 일입니다 암구호를 숙지하고 문을 내부에서 걸어 잠그고 출입자를 감시합니다 누가 와서 문을 두드리면 암구호 확인 등 간단한 수하를 통해 신원을 확인하고 문을 열어줍니다 때로 대대나 연대, 또는 사단 등에서 주번사령이 순찰을 나오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이럴 때는 다른 지적사항이 나오지 않도록 소대 내 비품이나 취침 상태가 이상 없도록 돌보는 것도 불침번이 해야 할 일이었습니다 또 가끔 초소 근무자가 소주를 사가지고 와서 나누어 마시는 경우가 있는데 이 때에는 술 냄새가 남지 않도록 내무반 바닥에 치약을 짜서 뿌리고 물로 닦아 내기도 했습니다 잠꼬대나 코를 고는 소대원들을 돌보는 일도 해야 합니다 졸병이 코를 골면 코를 비틀거나 콧구멍 앞에 치약을 짜서 발라두어 숨을 들이마실 때 콧속으로 치약이 들어가 매캐하게 만드는 등 고통스럽게 하지만 고참이 코를 골면 고개를 돌려주거나 베개를 다시 받쳐 주는 등 세심한 배려를 해야 했습니다 그중에서 주요 임무는 시간 맞춰 외곽초소 근무자와 다음 번 불침번 근무자를 깨워서 근무 준비를 시키는 일입니다 우리 11중대는 막사에서 박막골로 넘어가는 산등성이의 9초소를 책임지고 있었는데 전 중대원들이 돌아가며 근무를 했습니다 우리 소대원들의 근무가 편성되면 불침번은 교대시간 20분 전에 근무자를 깨워 준비를 시킵니다 추운 겨울에 외곽초소 근무자가 입는 옷은 그야말로 눈사람 옷입니다 두툼한 방한복에 방한모, 권투글러브와 같은 장갑을 끼고 털장화 같은 방한화를 신으면 그야말로 넘어지면 스스로 일어나지 못할 정도의 육중한 몸이 됩니다 복장을 갖추고 중대본부로 가서 근무신고를 하고 실탄을 수령하여 초소로 올라 갑니다 외곽초소 근무자를 깨워 보내고 나서 잠시 후 다음번 불침번 근무자를 깨워 불침번을 인계함으로 근무를 마칩니다 그런데 이 때에도 고참들은 게으름을 피우며 일어나지 않아서 10~20분 근무를 더하는 경우도 있고 정말 나쁜 고참에게 걸리면 두 시간을 꼬박 근무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이럴 때 순찰이 와서 근무명단과 대조하여 틀리면 못된 고참은 자다가 연병장을 구보하는 얼차려를 받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