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 온 종일 눈이 쏙 빠질만큼 읽었습니다 | 최영록 전 동아일보 기자가 읽은 '뉴욕좀비' The New York Zombie  | 문학감상평

소설 | 온 종일 눈이 쏙 빠질만큼 읽었습니다 | 최영록 전 동아일보 기자가 읽은 '뉴욕좀비' The New York Zombie | 문학감상평

#뉴욕좀비 이 작품은 ‘에로티시즘을 통한 좀비의 사랑과 죽음의 변주곡’이기도 하고, ‘인간의 구원과 진짜 사랑에 대한 질문’이기도 하며, ‘내 안의 천사와 야수가 벌이는 싸움의 기록’이기도 하다 ‘좀비’라는 키워드는 우리의 감정과 욕망을 솔직하고 진지하게 들여다보게 한다 뉴욕의 뒷골목에서 또 뒷골목으로 들어간 비주류 이민자 사회의 이야기일 뿐만 아니라 뉴욕 전체, 그리고 우리가 사는 이곳에서도 벌어지는 생의 본능과 에로티시즘에 관한 우리들의 자화상이기 때문이다 #육체의 쾌락은 사랑의 완성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쾌락은 완성의 반대말이기도 하다 쾌락은 찰나에 그치기 때문이다 완성이라는 안정적인 상태와는 도무지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생에서 찰나에라도 정점에 오르는 경우가 어디 흔히 있는 일인가? (127쪽) #금기의 위반으로서 에로티시즘은 우리의 일상을 가로질러 강렬한 흔적을 남기지만, 삶과 죽음, 이상과 현실, 정신과 육체 사이를 끝없이 왕복 운동해야 하는 개체에게 있어 환희와 초월의 순간만으로는 일상의 견고함을 극복하기란 결코 쉽지 않다 내가 그녀들로부터 구원을 얻지 못했던 것처럼 그녀들도 누군가에 의해서 구원될 수 없는, 인간은 서로에 의해 구원될 수 없는 존재였던 것이다 (이미옥의 평론 중에서) #서로 얼싸안고 어깨를 어루만져 주고 허리와 엉덩이를 토닥거리고 서로에게 얼굴을 파묻고 타는 목마름으로 서로를 탐할 때, 나는 이젤 앞에서 검고도 부드러운 선을 선명하면서도 흐릿한 명암을 넣어 그려가는 그녀의 부드러운 손이 내 손등을 쓰다듬고 목덜미를 어루만져주는 것과 같은 미묘한 느낌을 차근차근 배워나갔다 이것이 모두 그녀만의 언어였다 (176쪽) #루시의 욕망은 죽음의 충동과 밀접히 연결되어 있다 자신을 좀비와 동일한 존재로 규정하고 필생의 과제로 좀비를 만드는 그레고리를 떠나지 못하는 것은 그녀 또한 그레고리와 같은 좀비의 정신성을 공유하기 때문이다 (이미옥의 평론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