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순간에 어머니는 기억의 길을 잃었다.. 하지만 더듬더듬 어머니는 6남매의 얼굴과 기억을 그리기 시작했다.  [사람과 사람들 KBS 20160504 방송]

한 순간에 어머니는 기억의 길을 잃었다.. 하지만 더듬더듬 어머니는 6남매의 얼굴과 기억을 그리기 시작했다. [사람과 사람들 KBS 20160504 방송]

[사람과 사람들] 엄마를 부탁해 ▶ 엄마의 ‘기억’이 길을 잃었다 경북 영천의 한 시골마을, 어머니 정순원(86)씨와 큰아들 손수창(65)씨가 살고 있다 어머니 정순원(86)씨는 열여섯에 종갓집의 맏며느리로 시집 와 일생을 고생스럽게 살았다 6남매의 기억 속에 어머니는 언제나 일을 하고 계셨다 새벽부터 해가 저물도록 농사일을 하고 돌아온 어머니는 저녁밥을 지어 식구들 먹으라 하고, 그때부터 또 제사상을 차렸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에도 고향집에 홀로 남아 농사를 짓던 어머니는 6남매에게 ‘장군’ 같은 분이었다 그런 어머니가 4년 전 뇌경색으로 쓰러졌고 혈관성 치매 진단까지 받았다 그 당시 어머니는 자식들의 이름이며 나이, 계절조차도 인지하지 못했다 그렇게 한 순간에 어머니의 기억이 길을 잃었다 ▶ 그 길 위에 선 6남매 기억을 잃어가기 시작한 어머니를 6남매 중 누군가는 모셔야 했다 그때 살림이라고는 전혀 모르던 큰아들 손수창(65)씨가 어머니를 모시겠다고 혼자 고향 집으로 내려왔다 어머니의 집에서 살림을 시작한지도 4년 째, 비어있던 마당 텃밭에도 시금치, 땅콩, 강황, 초석잠 등 치매에 좋은 작물들을 심었다 큰아들 수창씨가 가족이 있는 울산 집으로 가는 주말이면, 다섯 동생들이 서로 시간을 맞춰 돌아가며 어머니를 돌본다 ▶ 더듬더듬 엄마는 돌아오고 있었다 서양화가인 막내딸 손영숙(54)씨는 어머니가 치매 진단을 받은 날, 그 어머니를 자신의 화실로 모시고 왔다 그때 어머니께 처음으로 색연필을 드렸고 색칠공부를 시작했다 ‘그림이 뭐꼬?’ 하던 어머니가 그림을 그릴 때면 뭔가에 홀린 듯 집중한다 평생 농사일만 했던 어머니는 그림에서도 들깨, 고추, 깻잎, 호박들을 그린다 그렇게 더듬더듬 어머니는 기억을 그리기 시작했다 ▶ 복사꽃이 질 무렵 무슨 일이 있을 때면 언제든지 기댈 수 있는 존재였던 어머니는 아이가 되어 돌아왔다 볕 좋은 날, 어머니는 스케치북에 동그라미 여섯 개를 그려 6남매의 얼굴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6남매의 이름을 써내려갔다 손수창, 손경희, 손영희 #어머니 #기억력 #치매예방 ✔ 따뜻한 감동, 알찬 정보 KBS 교양 공식 채널 📺 ✔ KBS교양 구독하기 ➡️ 영상 방송 시점에 따라 현 상황과 내용이 다소 다를 수 있습니다 비방 및 악성 댓글은 출연자 보호를 위해 운영자가 삭제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