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vel: Pavane pour une infante défunte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 Berliner-Sinfonie-Orchester

Ravel: Pavane pour une infante défunte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 Berliner-Sinfonie-Orchester

Maurice Ravel (1875 - 1937) Berliner-Sinfonie-Orchester Günther Herbig, conductor 키가 유난히 작고 왜소한 체구에 지나치게 깔끔하고 까다로운 성격인 라벨은 62세에 세상을 떠날 때까지 연애 한번 하지 않고 독신으로 살았다. 베토벤이나 브람스와는 달리 특별히 그의 주변에는 내세울 만한 여인도 없었다. 평소 라벨은 스페인 궁정화가 벨라스케스의 그림을 좋아했는데 그중 〈왕녀 마르가리타의 초상〉에 애착을 가지고 있었다. 젊은 라벨에게 그림 속의 왕녀가 풍기는 고귀한 기품과 아름다움이 마치 자신의 이상형인 양 미술관의 그 그림을 자주 찾아가곤 하였다. 1899년 이 스페인의 공주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자 파리음악원에 재학하고 있던 라벨은 그녀를 추모하기 위해 피아노 작품을 쓰게 된다. 이 작품이 발표되자 젊은 사람들로부터 대단한 인기를 얻어 살롱에서 자주 연주되었는데 이를 못마땅하게 여긴 라벨은 “죽은 공주를 위한 파반느를 작곡한 것이지 공주를 위한 죽은 파반느가 아님을 명심하라.”는 말을 남겼다. 인상주의 화가 보나르와 친하게 지냈던 그는 10년 후 이 곡을 미술적인 여운과 함께 시적인 표현이 더욱 풍부한 관현악곡용으로 편곡하여 인상주의 대표적인 작품으로 등장시킨다. 이 스페인의 공주 마르가리타의 초상은 벨라스케스의 또 다른 대표작 〈시녀들, Las Meninas〉에서도 볼 수 있다. 벨라스케스의 천재적이고 기발한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이 작품은 등장하는 배경과 인물의 묘사가 지극히 사실적이고 역동적이다. 그림의 가장 왼편 캔버스 앞에서 화가 벨라스케스 자신이 누군가를 그리고 있고, 가운데에 바로 라벨이 좋아하는 마르가리타 공주가 근엄하지만 사랑스럽게 서 있다. 뒷벽 거울에는 그녀의 부모 마리아나 왕비와 펠리페 4세가 비친다. 피카소도 이 그림을 너무 좋아한 나머지 이를 주제로 30여 편의 그림을 바르셀로나의 피카소미술관에 남겨놓았다. 훗날 마르가리타 공주는 펠리페 4세처럼 유전질환으로 인한 주걱턱으로 외모가 흉해지면서 레오폴트 1세와 결혼한 지 6년 만에 22세의 젊은 나이에 요절하고 만다. 라벨은 스페인 국경근처 바스크지방 시부르 마을에서 태어났는데 이는 그가 스페인 예술에 심취하는 배경이 된다. 그는 태어난 직후 파리로 이사를 가 어릴 때 앙리 기스에게 피아노를 배우고, 들리브의 제자인 샤를 르네에게서 작곡을 배웠고 파리 국립음악원에서 에밀 페사르에게 화성학을 배웠다. 같은 클래스에서 스페인 출신의 뛰어난 피아니스트 리카르도 비네를 만나 함께 현대음악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그는 보들레르, 포우, 말라르메 등 상징파 시인들과 바그너, 러시아 악파, 샤브리에, 에릭 사티 등의 음악에 심취하게 된다. 파리에 있는 동안 에릭 사티를 만나게 되면서 그는 대담한 작곡 실험에도 흥미를 가지게 된다. 생애 내내 수많은 종류의 음악을 수렴하면서 차가운 지성과 뜨거운 감성을 합성한 음의 연금술사였다. 프랑스 음악의 거장인 쿠프랭과 라모의 전통을 수렴했고, 모차르트를 숭배하며 고전주의로 지향하기도 하고, 프랑스 작곡가 선배인 포레와 사브리에로부터 강한 영향을 받았다. 어머니의 고향인 바스크 혈통을 자랑스럽게 여기며 스페인 음악을 늘 곁에 두었고, 미국의 재즈음악에도 귀 기울여 거쉬인과도 친교를 나누면서 자신만의 걸출한 작품을 쏟아내게 된다. 16세기 초 스페인에서 기원하여 이탈리아에서 유행한 `파반느'는 공작새(pavo)를 묘사한 우아하고 위엄에 찬 모습으로 느리게 추는 궁정 춤이다. 라벨은 드뷔시와 함께 프랑스 인상주의 음악을 대표하는 작곡가로 옛 프랑스의 문화를 주제로 한 곡들을 썼는데 이 곡에도 그런 라벨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드뷔시 음악이 형식의 자유로움에서 뛰어난 반면 `관현악의 마술사'인 라벨은 예리한 지성으로 자신의 빼어난 작품들을 우아하게 재창조하였다. 이 작품의 느린 2박자의 파반느 선율은 마치 〈왕녀 마르가리타의 초상〉을 그리듯 먼 옛 추억을 떠올리는 섬세한 화음이 인상적이다. 목관 오중주의 밑그림에 하프와 현악의 선율들이 유화처럼 덧입혀지면서 벨라스케스 그림보다 더 고상하고 강렬한 초상을 그리고 있다. 오재원 [한양대구리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출처 : 의사신문(http://www.doctorstimes.com) #Pavanepouruneinfantedéfunte #죽은왕녀를위한파반느 #Rave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