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하의 11월 12일 뉴스초점-예결위 요지경
우리 동네에 생기는 시민 체육관 준공식에 주요 내빈으로 참석한 지역구 국회의원이, 예산 따기가 하늘의 별 따기만큼 힘들었다며. 그러나 '다음엔 더 많이 받아오겠다!' 큰소리를 칩니다. 그럼 주민들은 다음 선거에서도 그를 뽑을 가능성이 높겠지요. 이런 얘기 좀 우습지만, 우리 주변에서 자주 있는 일입니다. 그럼 하늘의 별 따기만큼이나 힘들었다는 그 예산은, 어떻게 받아왔는지 한번 볼까요. 표를 얻었으니 지역구 얘길 할 수밖에 없다. 연수원 하나 지어달라. 지역구 철도 고속화 사업, 전철 확장 사업에 관한 예비조사를 면제해 달라. 지역구에 역사를 짓는데 설계비 14억 원이 필요하다, 넣어줄 수 있겠냐. 이 모두가 지난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나온 말입니다. 정부가 제안한 국가 전체의 예산안을 심사하는 특별한 위원회인 만큼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임해야 하건만, 대놓고 자신의 지역구 예산을 챙기고 있는 겁니다. 사실, 이 정도는 이미 익숙합니다. 쪽지예산이니, 카톡 예산이니. 때마다 들어왔으니까요. 하지만 이런 걸 밤에 한다면, 그러니까 언론도 잘 안 보고 사람들도 별 관심이 없는 시간을 골라 밤에 한다면 어떨까요. 심의 때마다 비판이 쏟아지자, 아예 저녁을 먹고 난 밤 9시 즈음부터 새벽 1시가 넘는 시간까지 이러는 국회의원들이 있거든요. 아무도 안보니 대놓고 말하기 쉬운 거죠. 지난 7일 회의에서 나온 지역 민원 17건 중 무려 13건이 이 시간에 나왔다니, 다분히 계획적이라고밖에 볼 수 없습니다. 그래서 하늘의 별 따기라고 한 걸까요. 미국 역시 예산 법안을 심사할 때 지역구 예산을 끼워넣거나 의원끼리 예산확보 하는 걸 돕고는 있지만, 그렇다고 우리처럼 한밤중에 '몰래' 하진 않습니다. 우리는 낮엔 주로 멋지게 호통치는 모습을 보이고, 밤엔 사람들이 거의 안 보는 시각에, 갑자기 꼬리를 내리고 예산 좀 달라고 부탁하는 거죠. 예결특위는 이달 30일까지 내년 예산안을 통과시켜야 합니다. 그럼 남은 시간은 보름 남짓, 나라 살림 챙기기도 바쁜 시간에 본인 밥그릇 챙기기에 몰두해서야 되겠습니까.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 걸 잘 아실 텐데 말이지요. ☞ MBN 유튜브 구독하기 ☞ https://goo.gl/6ZsJGT 📢 MBN 유튜브 커뮤니티https://www.youtube.com/user/mbn/com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