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체 치우는 남자들이 탁아소까지 운영한 이유는? 안치용의 영화리뷰(영화평) '소리도 없이'

시체 치우는 남자들이 탁아소까지 운영한 이유는? 안치용의 영화리뷰(영화평) '소리도 없이'

‘소리도 없이’는 신인감독 홍의정의 패기와 창의가 넘쳐나는 영화이다 영화의 통상적 소재인 범죄를 특별한 방식으로 소화하여 범죄영화의 새 지평을 열었다는 칭찬을 받아도 좋겠다 이 영화는 비대칭, 역설, 반어를 기본값으로 취하면서 주변화와 상황화의 문법을 정색하지 않으며 보일 듯 말 듯 채색해 내는 데 성공한다 태인에게 윤리와 생존은 제로섬 관계이다 선과 악 사이에는 홍의정 감독 말대로 구분선이 모호하다 태인에게 제로섬게임으로 주어진 윤리와 생존 사이에 구분선이 분명한지는 알 수 없지만, 제로섬은 극중에서 분명하게 확인된다 태인이 윤리적인 선택을 내릴수록 태인의 생존확률이 떨어진다 따라서 태인에게 부여된 과제는 윤리학이 아니라 존재론으로 바뀌게 된다 태인과 창복은 주변화한 존재이자 걸쳐진 존재로 그려진다 영화에서 주변화가 종종 우아한 걸쳐짐의 모습으로 표현된 반면 ‘소리도 없이’에서는 남루하고 슬픈 걸쳐짐으로 그려진다 태인은 말을 못하고 창복은 다리를 전다 태인이 말을 못 하는지 안 하는지, 왜 그렇게 되었는지는 전혀 언급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창복이 선천적 장애를 가졌는지 사고를 당했는지가 설명되지 않는다 이러한 생략은 작품의 결을 더 풍성하게 하면서 열린 해석의 장을 만든다 토끼 마스크를 쓰고 등장한 문승아는 관객을 이상한 나라로 순식간에 납치한다 그가 연기한 유괴당한 어린이 초희가, 비주류 의식과 행태가 만연한 창복-태인과 달리 주류 마인드와 대처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이 영화는 흥미로운 전복을 성취한다 마지막에 태인이 용석의 재킷을 벗어 던지는 장면에서 영화는 주변화와 상황화에 관한 나름의 서사를 완성한다 그 장면이 아마 존엄한 존재를 선언하는 일종의 의식으로 모색되었을 것인데 존재론적 균형이 무너지고 일상의 활로가 사실상 차단된 상태에서 그 선언이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이 영화를 ‘느와르’로 불러도 무방하겠다 혹은 ‘블랑 느와르’? by 안치용 영화평론가 “인간은 선과 악이 모호한 환경 속에서 각자의 생존을 위해 변화한다는 생각에서 이야기가 출발했다” by 홍의정 감독 개봉 2020 10 15 감독 홍의정 출연 유아인 유재명 문승아 등급 15세 관람가 러닝타임 99분 #소리도없이#유재명#유아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