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라) 사물과 동물 등 특정 물상을 소재로 한 시, 3-1-마) 추상적 관념을 소재로한 시, 시 창작, 시 해설, 시 쓰기

3-1-라) 사물과 동물 등 특정 물상을 소재로 한 시, 3-1-마) 추상적 관념을 소재로한 시, 시 창작, 시 해설, 시 쓰기

#시낭송 #시쓰기 #현대시 /// 마늘 / 김명인 대흥사 입구의 마늘밭 마늘잎들이 누렇게 때깔을 쓰고 있다 마늘이야 마른 생각들 버석거려도 머리통 가득 매운맛을 가두겠지만 수확이 가까울수록 잎들의 혈행(血行)을 끊어 머리 뿌리 온통 깨달음으로 채워넣으려는 저 독한 마음을 읽고 있는 한 나는, 아직도 한참이나 갈증을 견뎌야 하는 메마른 5월이다, 누가 내 몸을 캐서 불알 두 쪽 갈라본들 거기 통속의 향기 드러나겠는가 ― 김명인, 「마늘」 부분 /// 멸치 / 전연옥 한 종지의 왜간장에 몸을 담그고 목마른 침묵 속에 고단한 내 영혼들이 청빈하게 익어갈 때면 그 어느 것도 가늠할 수 없는 두려움에 쓰라린 무릎을 끌어안고 여기는 에미 애비도 없는 서럽고 슬픈 저녁나라더냐 들풀 같은 내 새끼들 서툰 투망질에도 코를 꿰는 시간인데 독처럼 감미로운 양념냄비 속에 앉아 나는 또 무엇을 잊어버려야 하며 얼마만큼의 진실을 태워야 하는지 ―전연옥, 「멸치」 부분 /// 적막 / 안도현 풀숲에 호박이 눌러앉아 살다 간 자리같이 그 자리에 둥그렇게 모여든 물기같이 거기에다 제 얼굴을 가만히 대보는 낮달과도 같이 ― 안도현, 「적막」 전문 /// 슬픔에게 / 이상옥 곁을 떠난 적도 있는 줄 알았는데 몸을 바꾸고 얼굴을 바꿨을 뿐 너는 섬을 감싸고도는 파도처럼 낯을 때렸고 나는 늘 젖었었다 그래도 폐허처럼 평화롭다 ― 이상옥, 「슬픔에게·1」 전문